음악은 약이고 친구이며 동반자ー코렐리 트리오 소나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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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오 소나타(trio sonata)는 이름과 달리 기본적으로 4명에 의해 연주됩니다. 고음부를 담당하는 악기 2(바이올린), 저음부를 담당하는 악기 1(첼로), 통주저음을 담당하는 악기 1(하프시코드),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나 이 형식은 절대적인 게 아닙니다. 바이올린 대신 플루트나 오보에를 사용하거나 첼로 대신 바순이나 비올라 다 감바를 쓸 수도 있고, 때로는 관현악 편성으로 확대되기도 합니다.

 

코렐리는 잘 아시다시피 이탈리안 바이올린 음악의 형식을 확립한 선구자로서 성악곡을 제외한 무수한 작품을 남겼는데 이 트리오 소나타 시리즈야말로, 코렐리의 특징을 무엇보다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적당한 화려함과 세속적인 쾌락이 넘치면서도 어떤 곡은 종교적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신선미가 있고, 익살스러운 유머가 있는가 하면, 갑자기 아련한 우수가 가슴 한 편을 파고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희노애락을 모두 담아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봅니다. 

 

 

굳이 음반을 안 사셔도 유튜브에 가면 몇 가지 종류의 소나타가 있으니 들어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오래된 음악이 지금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코렐리 당시(1653~1713)나 지금이나 사람의 본성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이기적이고 잔인하지만 한편으론 양심을 가졌고 눈물도 흘립니다. 깊은 쾌락에 몸을 떨기도 하지만, 맑은 정신으로 형이상학을 추구하기도 하고요. 우리의 삶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시대가 변하는 탓도 있겠지만 이 두 가지 상반된 속성을 인정하고 조화시켜나가지 못하는데서도 그 이유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의 눈동자는 남을 바라보기 쉽지만, 거울 없이 자신과 마주하긴 힘듭니다. 그래서 남의 잘못이나 결점은 쉽게 보이지만 자신의 것은 발견하기 어렵죠. 사람이 악해서 그런 게 아니라 속성이 그렇습니다. 

 

이 트리오 소나타는 주로 새벽 시간에 듣게 되는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저 역시 남들과 예외가 아니어서, 남을 헐뜯기도 하고, 저에게 유리한 남의 약점도 찾아내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제정신이 들면, 깜짝 놀라며 남을 지목하던 손가락을 내리는 경우가 많죠. ㅎ 아마 이런 이기심은 죽을 때가 돼야 고쳐지려나 봅니다. 이게 제 한계라는 걸 잘 아는데, 그래도 잘못이라는 것 역시 알고 때때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날마다는 아니지만, 조금씩 잘못됨을 고치고 남을 지적하는 손가락을 저 자신에게 돌려나가고 있습니다.

 

이 음악을 듣던 어느 날 새벽,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인류가 옛날에 살았을 동굴, 수렵시대의 그 동굴 말입니다. 문명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했고, 언어조차 있었는지 모를 그런 원시시대, 갑자기 그 시대가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모든 불행은 동굴을 벗어나 집을 짓기 시작하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도 함께요. 그때 동굴 밖, 빗소리를 묘사하던 기억이 유전자로 전해져 코렐리라는 작곡가의 시대를 만나, 우리에게까지 전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확대되었는데 누구한테 말하면 미쳤다고 그럴까봐 걱정이 됐습니다. ㅎ

 

그래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에게 전할 수 없을 만큼 빈약한 근거의 망상이라도 좋고, 사실과 무관한 느낌이라도 음악의 본질은 환상이니까, 삶이 아무리 비참하고 힘들어도 음악은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가 되니까. 그게 아니라면 음악을 굳이 들어야 할 이유는 없어지는 셈이죠. 사람마다 느끼는 음악의 효용은 다르겠지만, 한 가지는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종류와 방식은 달라도 음악에서 무엇인가를 얻고 있으며 그것은 마음에 와 닿는다는 말로 대표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음악을 애써 들을 필요는 없겠죠.

 

성경 창세기에 보면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사용되는데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묘사하는 말은 아니지 싶습니다. 오히려 사람의 변화를 생동감 있게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변하고 음악은 그대로지만, 음악의 울림은 우리 안에서 미묘한 느낌으로 날마다 변합니다. 그래서 그 무지갯빛은 세상에서 받은 깊은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줍니다. 그래서 음악은 약이고 친구이며 동반자입니다.

작성 '16/08/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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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ㅎㅎ 추천~

16/08/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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