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스타인의 말러1(DG 신전집 volume1 해설 번역)
http://to.goclassic.co.kr/artist/329

[이 글은 번스타인의 말러 신전집(DG)의 내지에 있는 해설을 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이지만 혹시 저작권 상의 문제가 있다면 삭제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퍼가시는 분도, 저작권 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21세기 초를 맞은 지금, 구스타브 말러의 교향곡들과 성악 작품들을 중요한 클래식 레퍼토리로 여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사실 말러의 작품들이 콘서트 홀과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오늘날처럼 자주 연주된 적은 일찌기 없다. 전세계의 예술가들이 말러의 작풍을 자신의 일부로 흡수하고 있으며, 그 수준도 대단히 높다. 말러의 작품들은 오늘날 오케스트라의 연주 작품 목록에서 으뜸가는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우리는 과거의 위대한 말러 지지자들이 그의 음악을 옹호할 때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잊어버렸다. “저 괴물같은 교향곡들, 저 오만하고[혹은, 미친듯이 금관과 목관을 불어대는; over-blown], 낡아빠진 공포를 어떻게 견뎌낸단 말인가?” 어는 유명한 음악 평론가가, 뉴욕필이 작곡자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말러 페스티벌을 열 때 한 말이다.

 
 뉴욕필의 젊고 에너지 넘치는 지휘자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은, 작곡가 자신이 50년 전에 정확히 예언한 대로, 말러의 시대가 왔음을 알고 있었다. 번스타인은 당시를 회고하며 말했다. “말러가 죽은 지 이미 50년이 지나 있었고, 그의 작품들 중 한둘을 간헐적으로 연주하는 것만으로는 그의 음악이 마땅히 누려야할 이해와 존경과 사랑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기에 충분치 않았어요. 특히 우리 같이 말러를 열렬히 지지하는 음악가들로서는요. 그리고,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말러의 팬이었답니다. 더 뛰어난 음악가일수록,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음악가일수록 그의 음악을 더 열렬히 사랑했죠.” 번스타인은 말러에 대한 자신의 열망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것은 흔들림 없는, 거의 사명감과도 같은 열정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레코드 수집자들에게 있어 그 타이밍은 아주 적절했다. LP의 등장으로, 100여분에 이르는 말러의 3번 교향곡(1893-96)과, 그보다 약간 짧은 2번 교향곡(1888-1894)을 거의 중단하지 않은 채로 듣게 되었고, 스테레오의 출현과 음향 기기의 발전은 드디어 말러 교향곡의 특별한 음색적 특성은 물론 그것의 어마어마한 역동성과 규모까지 녹음을 통해 담아 낼 수 있게 되었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어떻게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가를 가장 고민했고, 스토코프스키가 음악이 어떻게 들리는가를 가장 고민했다면, 번스타인은 음악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즉 ‘왜 그런 음악이어야 하는지’를 가장 고민했다. (물론 ‘어떻게’와 ‘무엇을’에 대한 질문도 빼놓지 않았지만.) 그리고 번스타인의 몇몇 ‘왜?’는 매우 간결하고 예리한 것이었다.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1883-85)>를 연주할 때, Thomas Hampson이 “Wenn mein Schatz Hochzeit macht(나의 애인이 결혼하는 날..)”의 도입부에서 가수의 노래와 관현악의 응답 사이에 놓이는 작은 템포의 변화를 물었던 적이 있다. 번스타인은 “유대식 결혼식에 오신적이 없으신가요?”라고 대답하면서, 그 소절을 결혼식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와 그 템포를 고치려 애쓰는 불행한 손님에 비유했다.


 과연 말러가 번스타인의 직관을 지지할 것인가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말러/번스타인의 시너지 효과는 공생의 차원으로 발전했다 할 만하다. 말러처럼, 번스타인도 두 개의 충돌하는 요구 사이에서 씨름하고 있었다. 하나는 성공적인,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는 단상 위의 인물의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작곡을 위한 사생활, 성찰 그리고 물리적인 시간의 필요였다. 번스타인은 자신의 상황을 ‘두 사람(double man)’이 되어야 하는 처지로 묘사한다. 그러나 말러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했다. 그의 경우 음악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두 사람’이 되어야 했다. “말러는 서로를 용납할 수 없는 거의 동등한 두 개의 상반된 존재로 나뉘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음악에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그것을 어떻게 느끼든, 어떻게 정의하던 간에- 가져왔다.”라고 번스타인의 글은 언급한다. “어떤 작곡가를 이렇게 묘사할 수 있는가? 투박하면서도 유약한 베토벤을 상상할 수 있는가? 드뷔시가 섬세하면서도 소란스러울 수 있는가? 세련되면서도 거친 모차르트는? 객관적이면서도 감상적인 스트라빈스키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거의 유일하게도, 말러는 이 모두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투박하면서도 유약하고, 섬세하면서도 소란스럽고, 세련되고, 거칠고, 객관적이고, 감상적이고, 맹렬하고, 수줍어하고, 웅장하고, 자기파괴적이고, 확신에 차있고, 불안정하고... 아마도 서로 반대되는 형용사들이 계속 덧붙여질 수 있을 것이다.”


 번스타인은 말러를 지휘할 때 이러한 특성들을 최대한도로 포용했다. 그리고 말러를 과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사실 그의 (DG의 말러 박스 셋으로 재발매된) 지휘가 레코딩되는 동안 거듭해서 드러난, 가장 놀라운 해석의 특징들은 말러의 특정한 지시들을 따른 것이었다. 물론 번스타인이 ‘부활’에서 보여주는 넓은 기본 템포의 폭과 위압적인 엄숙함은 분명 이 곡을 통상적인 경우보다 길게 연주하는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번스타인의 연주에서 나타나는 템포 관계와 결정적인 클라이막스의 순간들은 음악 자체의 내적 긴장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공감을 따른 것이며, 그런 까닭에 전혀 느리게 들리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콘체르트헤보우와 함께 한 교향곡 1번(1884-1888)과 4번(1899-1900)의 연주는, 번스타인의 후기 말러 연주가 초기보다 더 무겁고 기이하다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부순다. 예를 들어, 관습적인 것보다 더 활기차게 연주되는 1번의 장송 행진 부분은 실제의 장례 행진의 템포라면 어때야 하는지를 연상시키며, 말러가 단조(minor)의 'Frere Jacques'(Bruder Martin)을 '캐스팅'하면서 의도했던 아이러니와 신랄한 풍자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번스타인이 4번의 노래하는 듯한 순수함과 비밀스러운 어두움을 표현할 때 보여주는 유창함, 평정, 그리고 완전한 자연스러움을 생각해보라. 마지막 악장에서 보이 소프라노가 노래할 때, 그것은 말러가 소프라노 주자가 가능한 한 보이시한 음색을 갖추기를 바랬던 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흥미롭게도 출판된 악보에서는 성악 부분이 단순히 "Canto" 혹은 "Singstimme"으로만 표기되어 있을 뿐, 소프라노나 여성이 그 부분을 맡아야 된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3번 교향곡 레코딩의 공개 리허설에 참석해, 번스타인의 작업 방식을 가까이에서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은 필자의 행운이었다. 그는 구겨진 흰 재킷과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에 나타나 리허설 장소를 가득 메운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그의 명쾌한 지휘는 극도의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첫 악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마지막 악장에서는 연주자들이 마치 실내악을 하듯 자유롭게 음악을 조형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는 오직 (지휘봉을 가끔 다른 손으로 바꿔 쥐며) 필요한 순간에만 개입했으며, 언제 길을 비켜야 할지 알고 있었다. 1악장을 연주할 땐 Joseph Alessi의 호방한 트롬본을 지목하며 청중들에게 이보다 더 나은 연주는 들을 수 없을 거라 말했다. 분명 번스타인의 제스처에는 쇼맨십의 요소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악보가 요구하는 것을 정직하게 드러낸 결과였으며, 그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명백했다. 번스타인과 그의 단원들 사이에는 언제나 뚜렷한 교감이 존재했으며, 그것은 마치 연극 상연의 마지막 무대에서 연출자가 출연진에게 “쇼는 여러분의 것입니다.”라고 말할 때 전달되는 신뢰의 느낌과도 같은 것이었다. 음악에도 도량이란 것이 있다면, 번스타인의 음악은 그 도량이 얼마나 넓은 것인가. 이 음악을, 우리는 지금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Jed Distler

                                          

작성 '08/05/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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