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2 김근도/피델리스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 참새 미사, 베토벤 교향곡 5번
http://to.goclassic.co.kr/concert/3099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심각했던 지난 토요일.
이제 공연 따라 다니는 것이 지겹고
친구들과 PC게임 약속이 잡혀있다는 아들놈의 항변에
할 수 없이 저희 부부만 고양으로 가는 꽤나 먼 길을 나섰습니다.

 

이날 공연은 천주교 의정부교구가 주관한
피델리스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제 10회 정기연주회였습니다.
전석 무료지만 미리 인터넷을 통해 전화번호와 이름으로 예약을 해야 참석할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애초에는 저 혼자 갈 계획이었는데, 제가 쓴 지난 후기를 읽은 아내가
정말로 고양 아람음악당이 뮤직페라인처럼 음향이 좋은지 못 믿겠으니
직접 들어보겠다는 의지를 뒤늦게 밝혀서 추가로 예약을 했기 때문에
각자 떨어진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고, 저는 1층 가운데 열이지만 오른쪽 끝자리였고
아내는 좌측 열 맨 앞쪽이었다고 합니다.

천주교 의정부교구는 고양시를 포함한 경기도 북부 대부분을 관할하는 교구라고 합니다.
피델리스는 이 산하에 조직된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그 전까지 이 단체의 정기연주회를 지휘한 세르게이 살로 씨 대신
올해는 비엔나에서 지휘를 전공한 김근도씨가 지휘를 맡아주셨습니다.

 

지난 주말 제가 들은 유스 오케스트라들과 달리
오케스트를 구성한 단원들이 모두 초중고생이고, 금관파트,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바순주자가
없다보니 그 파트들은 모두 성인 객원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지원자가 많은 플루트와 클라리넷은 4-5명으로 확대편성되어 있지만
비올라는 4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오케스트라 배치도 비올라가 첼로 보다 더 뒤에 앉아
9명의 첼로 주자들이 무대 쪽으로 나와있는 구성이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팀파니스트가 지도강사를 포함 모두 3명으로
주로 남녀 2명의 학생들이 악장마다 번갈아 가며 팀파니를 맡았습니다.
팀파니의 위치도 무대 가장 왼편 바이올린 파트 뒤여서
1부에 8번째 열에 앉은 저는 분명히 왼편에서 팀파니 소리가 들리는데
팀파니 주자 모습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알고보니 학생들의 키가 작고 팀파니가 바이올린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박자에 맞춰 몸짓을 하는 연주자의 상체를 보고 저기 팀파니가 있구나 알게 됐습니다.

 

마눌님 의상 갖추는 것을 기다리다 계획보다 5분 늦게 출발한 탓에
첫 곡인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날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모두 개인적으로 실황을 듣는 것이 처음이어서
이 서곡은 예전에 실황으로 들어본 적이 있다는 것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았습니다.

두 번째 곡은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 KV 314 1악장.
자리에 앉고 보니 이날 해설을 맡으신 류동렬 펠릭스 신부님께서 곡과 협연자에 대해 소개를 해주시고 계셨습니다.
협연자는 과거 피델리스 단원이었고 현재 이화여대 음악대학에 재학중인 이민서씨였습니다.

 

오보에 주자에게는 성경과도 같은 이 곡을 협연자는 유창하게 연주해줬습니다.
협주곡의 독주로 듣는 오보에는 오케스트라에 속해있을 때 보다
더 소프라노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섞어 놓은 듯한 음색이 나서 저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현 5부 외엔 오보에 2대와 호른 2대 밖에 없는 단촐한 구성의 이 곡을 이날은 1악장만 연주하고 말았습니다.
현란한 카덴차와 함께 오보에 협주곡이 마무리되고 이어지는 곡은
1부의 하이라이트라 할 모차르트의 소위 참새 미사 KV 220.

 

신부님의 해설에 의하면 피델리스 오케스트라의 10살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모차르트의 미사곡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흔히 들을 수 없는 곡이고 음반도 흔하지 않은 곡이기에 반가운 선곡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합창단이 입장하는 사이 4대의 마이크가 무대 앞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단순 녹음용이지 않을까...) 설마설마했는데, 글로리아, 크레도와 베데딕투스에서는
4명의 독창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무대 상단에 위치한 대형 스피커로 소리가 증폭되어 나오는 것을 듣고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독창자의 목소리가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모두 합친 것 보다 더 크게 들리다니...
아마 2층에서 들었다면 공중에 붕 뜬 거대한 목소리가 들려서 더 끔찍했을 것입니다.

 

세 곳의 성가대와 합창단이 연합하여 구성된 이날의 혼성 합창단이 독창자 없이 합창만 참여하는
악장들은 정말 듣기 좋았습니다.

내년에는 독창자들이 마이크를 사용해서 전체 밸런스를 망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빈 여행에서 우연히 일요일 오전, 슈테판 성당에서 열리는 미사에 참석하여
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에 연주하는 요한 밥티스트 반할의 미사 음악

(무료지만 헌금은 했습니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놀랄만치 긴 잔향시간이 악기소리를 명확하게 들리게 하진 않았지만
종교음악 특유의 성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냈었습니다.

이날 공연도 콘서트에서 필요한 악기소리의 명료함을 잃지 않을 정도의 풍성한 울림으로
종교음악에 필요한 따듯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특히 모차르트의 종교음악에 빼놓을 수 없는 트럼펫과 팀파니의 화려함에는 조금의 타협도 없어서
모차르트의 대규모 미사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재미를 이런 소규모 미사에서도 남김없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층 앞쪽에서 듣다보니 관악기 연주자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 목관이 왜 안들리지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이 곡의 악보에는 목관악기가 전혀 사용되지 않도록 되어 있더군요. 하나 배웠습니다.

 

1부가 끝나고 로비로 나오면서 객석을 힐끔보니 뒤 쪽 한 줄이 거의 통채로 비워져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2부에는 공연장 직원에게 허락을 받은 후에
가운데 블럭 맨 뒤에서 한 줄 앞, 그러니까 16열 9번에, 아내와 나란히 앉아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눈에 오케스트라 배치가 좌우로 펼쳐지고, 악기들도 모두 보여서 흐뭇하게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2부의 프로그램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며칠 전 이날 프로그램이 뭐냐고 아내가 물을 때 교향곡 5번이라고 했더니 시큰둥해놓구선
운명 교향곡이라고 했더니, '진작 그렇게 말하지' 하며 무조건 절 따라 가겠다고 하게 했던 그 곡입니다.
저도 음반으로만 백여 종을 들었지 실연은 처음이었습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인 만큼 이렇게 잘 알려지고 익숙한 곡을 연주함으로써
단원들이 곡을 모두 이해한 상태로 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클래식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곡이고
그래서 누구나 연주의 완성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평을 할 수 있는 곡이라 그런지
오히려 프로 오케스트라들은 생각만큼 자주 연주하지 않는 곡 같습니다.

 

감동적인 베토벤이었습니다.
연주회의 감동은 연주자의 유명세나 실력에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제 신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연주였습니다.

 

지휘자는 매우 담담하게 1악장을 시작했습니다. 첫 주제의 후반부를 길게 빼면서 연주할 때
현악기 연주자들의 소리가 살짝 약해져서 고개를 갸우뚱하게도 만들었지만
뒤에 다시 그 주제가 등장할 때에는 보다 강렬하고 명확하게 들렸습니다.

 

합주의 잔향을 뚫고 등장하는 클라리넷의 소리는 너무 아름다웠고
확대 편성된 플루트 소리도 지나치게 크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팀파니를 금관과 멀치감치 띄어놓아선지 2명의 학생이 나눠 연주한 1, 2악장의 팀파니 울림은
거의 무대 좌측 공간을 독차지했지만 다른 악기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없이 존재감을 유지해줬습니다.
3악장이 되면서 학생 대신 강사님이 팀파니를 맡았습니다.
아무래도 높은 완성도가 요구되는 악장들이 남았기 때문이겠죠.

 

3악장에서 4악장으로 넘어가는 부분의 음량은 기대한 것 만큼은 폭발적이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학생들이라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그렇겠죠.
두 대 뿐이긴 했지만 성인이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 소리가

아홉 명의 첼리스트 소리 못지 않게 크게 들렸던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곡에서 앙상블이 흐트러지거나 생경하게 들리는 부분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고
현악기들의 음색도 어느 프로 오케스트라 못지 않게 아름다웠습니다.

 

4악장 코다가 되자 그간 부드러운 상체 모션만 주로 보여주던 지휘자가
하체로 춤추듯한 모션을 취하면서 리듬을 강조해줬고, 분위기도 무르익어 갔습니다.
무난한 리듬과 템포의 코다였지만 금관이 주도한 오케스트라 음량은 거대하게 부풀었습니다.

 

이틀 전 팟캐스트 녹음 (죽은 작곡가 소셜 클럽 67-1회)에서 공연을 너무 자주 다니다 보면
감동을 느끼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올해 들어 아홉 번째 참석한 공연이라 혹시 '그것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4악장 코다에서 울려퍼지는 트롬본 소리가 제 오른 팔을 때리면서 꽤나 길게 소름이 돋았고 머리까지 지릿함을 느꼈습니다.
저는 두 번이나 브라보를 크게 외쳤고 많은 관객들도 큰 환호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앵콜로 연주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이 끝나고 로비로 나온 후 아내에게 물었더니
아내도 빈 뮤직페라인에서 들었던 그런 아름다운 음향을 중간 중간 들을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습니다.

 

이날 베토벤 5번에 대해 굳이 흠을 잡자면
아무래도 반복적인 리허설이 가능했던 정식 단원 파트와 그렇지 않은 객원 파트간의
연결은 그 이음새가 보여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지휘자님도 오케스트라 단원 절반이 객원인 상태에서
천의무봉 같은 소리를 끄집어 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휘를 맡은 김근도씨가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갈고 닦은 오케스트라의 결과물은 어떨지

앞으로 다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그를 만나고 싶다는 기대를 하게 만드는 연주회였습니다.

 

피델리스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내년 11회 정기연주회도 기다리겠습니다.

작성 '19/03/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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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편집장님... 여기서는 호칭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알려주세요.^^

원래 야구매니아중에 최고봉은 유망주를 보러다니는 아마야구 고수를 최고로 인정합니다. 그런점에서 편집장님의 왕성한 콘서트관람을 멀리서 응원합니다.

19/03/0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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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

뭐 그런 것은 아니구요... 비유하자면 미국가서 야구 구경하고 온 1인이 한국 구장이 후져서 경기가 재미없다며, 다른 동네 야구장 투어한 얘기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비회원에게 공개된 게시판에서는, 이름 대신 아이디로 부르는 것을 권장해드리고 있습니다만. 저한테는 편하실 대로 부르셔도 되겠습니다.

19/03/0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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