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5 이병욱/인천시립교향악단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말러 교향곡 5번
http://to.goclassic.co.kr/concert/3107

작년 2018월 10월에 개관한 '아트센터 인천'이라는 새로운 공연장이 있다는 것 아시나요?
포스코 건설에서 최신 공법으로 만든,

관객수 기준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에 이어 국내 3번째로 큰 콘서트홀이라고 합니다.

 

지난 3월 21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이병욱 인천시립교향악단 신임 상임지휘자가
지휘하는 경기필의 슈만 교향곡 2번을 좋게 들은 저는

그가 지휘하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올해 상반기 공연들을 찾아보면서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다른 정기공연과 달리 제380회 정기연주회는
이 아트센터 인천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얼른 예매했습니다.

 

현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2019 교향악축제가 한창인데요,
지방 시립교향악단이 차례로 서울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교향악축제 기간에는
대부분 해당 지역의 상주 홀에서 그 지역 애호가분들을 위해 같은 프로그램으로 먼저 공연을 갖고
며칠 뒤에 상경해서 서울서 공연을 갖는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같은 티켓 값으로 서울 공연보다 훨씬 좋은 자리를 예매할 수 있고,

최신 공연장인 아트센터 인천에서의 공연이니
인천까지 발품을 팔 각오를 하고 기꺼이 이 쪽을 저는 선택했습니다.

 

서울 광진구에서, 인천 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까지 2시간 10분이 넘게 걸리더군요.
카카오맵대로라면 공연시작시간 8시에 조금 지나서 도착할 것 같았는데
다행히(?) 센트럴파크역부터 아트센터 인천까지의 800m 도보거리를 14분으로 책정해두고 있어서
이 시간을 절반으로 줄인다면 공연 전에 충분히 도착해볼 가능성이 높아보였습니다.
그래서 센트럴파크역에 내리자 마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해는 져서 깜깜한데 바닷가라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더군요. 멀리 공연장의 불빛이 환하게 보였습니다.

 

가다보니 저처럼 공연에 늦어 지하철 역에서부터 달리고 있는 가족을
두 팀이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찌감치 체력이 방전되어 뛰다 걷다를 반복했고
마지막엔 계단을 올라가서 건물의 3층에 위치한 콘서트홀 로비에 도착했습니다.
출입구가 있는 1층에 콘서트홀을 짓는 것보다 이렇게 아랫층은 공명통의 역할을 하게 남겨두고
2층 이상에 짓는 것이 음향을 위해서는 더 좋다고 합니다.

공연 5분 전에 도착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공연 팜플렛이 동 나서 받지 못해 결국 늦은 태가 나버렸습니다.
제가 예매한 자리는 B블럭 12열 8번으로, 1층에서는 최상의 자리 중 하나였습니다.
늘 선호하는 2층을 예매할 수도 있었지만

예술의 전당처럼 약간 부채꼴 모양의 홀이라 안전하게 그 자리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찾아보니 이병욱 지휘자는 작년 10월에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새로운 상임 지휘자로 취임했더군요.
같은 시기에 아트센터 인천이 개관했고 그 개관 기념 음악회를 작년 11월 16일에 갖은 이후에
이병욱 씨와 인천시향으로서도 아트센터 인천에서 공연을 갖는 것은 오늘이 2번째 밖에 되지 않더군요.
그러니까 인천 시민들에게도 낯선 공연장이지만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도 아직은 낯선 공연장이라는 것이 이날 공연의 변수 중 하나였습니다.

 

과연 사진에서 보던 대로 공연장 내부는 정말 멋졌습니다. 제 눈에는 롯데콘서트홀보다 더 멋져보였습니다.
특히 흡사 석고를 발라 놓은 듯이 파도처럼 하얗게 칠해진 천장이 인상적인데 정말 저것이 석고라면
중저음을 잘 반사해줘서 음향적으로 매우 좋은 효과를 줄 것 같았습니다.

 

보통 공연장에 가면 입장시에 안내원이나 장내 방송을 통해 사진 촬영을 하지 말라는 메세지를 보내서

저는 그간 공연장에서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아트센터 인천은 그런 안내가 없어서 인터미션과 공연 후에

2-3장 무대 사진과 뒷편 2층 객석 쪽을 별 죄책감이 없이 찍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장 측에서 내부 사진이 공개되는 것을 별로 꺼리지 않을 정도로

인테리어에 자신있어 한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저는 일단 국내 최고의 음향을 들려준다고 생각하고 있는

고양 아람음악당과 비교해보고 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마침 바로 다음날인 어제 4월 6일에 또 고양 아람음악당에서

가우디움의 말러 교향곡 1번을 들을 예정이어서 (이미 다녀왔습니다)
연달아 다른 홀에서 말러 교향곡을 듣게 되면 더 확실한 비교가 될 것 같았습니다.

 

이날 프로그램은 1부에는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부는 말러 교향곡 5번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대단히 좋아하는 곡들이지만 공연장에서 실연으로 듣는 것은 두 곡 모두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날 클라리넷 협연자는 서울시향의 클라리넷 수석주자였고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신 채재일 씨가 맡아주셨습니다.
팜플렛을 못 받아서 정확하진 않지만 거의 확실히 이날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의도대로

바셋 클라리넷이 사용된 것 같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첫 반주에도 클라리넷 협연자가 직접 클라리넷 파트를 연주하기 때문에

그 음색을 살짝 들을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독주가 시작될 때 들려온 클라리넷 소리는 충격적일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매우 투명한 음색의 현 파트의 반주는 익숙하게 들렸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클라리넷의 옹골차고도 부드러운 소리는
음반에서 듣던 단순한 따듯함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주위의 관객들 또한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1악장에서 모두 그 놀라운 소리에 쇼크를 먹었다는 것을 눈치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날 바이올린 뒤 편에 위치한 2대의 호른 소리는

이 아트센터 인천이 비범한 홀임을 금방 알아차리게 할 만큼 좋았습니다.
그 소리는 흰색과 갈색을 반반 섞어 놓은 홀의 내장재 같은 소리가 나서 딱 샴페인 골드를 연상시켰습니다.
국내 어느 홀에서도 여태 들을 수 없었던 멋진 소리였습니다.
아마도 꼭 같은 연주자가 고양 아람음악당에서 불렀더라면 훨씬 진한 황금 빛 소리가 낫을 것입니다.

 

투명한 바이올린과 달리 비올라와 첼로는 꽤나 선명했습니다.

이날 비올라가 첼로보다 더 객석 쪽으로 나와서 앉았는데
비올라 소리가 잘 들려서 모차르트가 작곡한 부선율이 강조되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지휘자는 특히 3악장에서, 오케스트라 반주가 폭포처럼 쏟아지게 하는 포인트들을

호른을 앞세워 강조하고 지나가서
이 곡을 처음 듣는 것 같은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것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임계점의 90% 정도에서 딱 멈추는 자제력도 발휘해주었습니다.
제가 이병욱 지휘자의 공연을 그 전에 한 번 밖에 듣지 못했지만 그 때 받은

- 아이디어가 넘치는 듯한 - 첫 인상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재확인해주는 연주였습니다. 한마디로 대만족이었습니다.
참, 앵콜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이었습니다.

1부가 끝나고 홀에 대해 듣 생각은
슈박스 모양의 아니기 때문에 그 단점을 고급 내장재를 써서

중저음의 선명함을 높이는 것으로 승부한 홀이구나였습니다.
그 덕에 아주 멋진 호른과 목관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비올라 이하 저음 현악기들도 존재감이 좋았습니다.
투명하게 들리는 바이올린 소리가 모차르트에는 어울렸지만
바이올린 파트의 그런 탈색이 홀 탓인가 아니면 바이올린 연주자들에 의해 의도된 것인가,

즉 비브라토를 자제하고 고악기 스타일로 연주했을 수도 있기 때문인지

모차르트를 들어서는 판단이 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말러 교향곡에서 그 표정을 확 바꿔서 진한 음색을 들려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저로서는 작은 관심거리였습니다.

 

또한 더 큰 관심거리는 제가 평소 이 곡의 5악장에서
어둠으로부터 광명으로라는 평론가들의 흔한 해설에 별로 공감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4악장 주제를 그냥 빠르게 변주한 듯한 5악장을 피날레로 갖고 있는 말러 교향곡 5번이 가진 구성상의 한계를
혹시 이병욱 지휘자가 어떻게 다르게 들려줄 수 있을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왠지 이 지휘자라면 뻔한 결과를 들려줄 것 같지 않은 믿음이 갔습니다.

 

혹시 말러의 이 곡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제가 김편집장이란 닉으로 참여한 죽은 작곡가 소셜 클럽의 말러 6편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P5ipf9S-TDA 깨알 홍보 ㅋㅋㅋ).

오늘 이 글은 그 녹음의 후속편으로 보셔도 좋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날 말러 교향곡 5번은 대박이었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진심에서 우러나서 기립하여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런 기립박수를 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런 관객들의 환호는 상당 부분 5악장의 성공 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4악장까지는 흔히 음반에서 듣던 수준의 연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연주였습니다.
특히 1-3악장까지는 트럼펫 솔로와 호른 솔로 등 단원의 개인기에 너무 큰 영향을 받는 곡이기 때문에
당연히 금관 주자들의 실수도 간혹 있어서 이 연주 그대로를,

예를 들어, 음반으로 내기에는 안타까운 부분이 한두 군데 있었습니다.

 

말러 교향곡의 좋은 점은 지휘자가 심술을 부려 뭘 감추고 숨기고 할 거리가 없도록

철저하게 오케스트레이션을 해놔서
듣는 사람이 편안하게 (곡 자체의 감정적인 기복과 무관하게) 곡 자체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그런 덕에 일부 실수가 나오더라도 그 디테일은 상상으로 채우고 그 큰 흐름을 본다면
1-4악장까지는 곡 자체를 즐기는 데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연주였습니다.

 

그런데 5악장은 완전히 신세계였습니다.
4악장이 알마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라는 느낌이 물씬 든 것은 흔한 해석이지만
4악장의 주제와 앞선 2악장에서 들렸던 '어여쁜 장미야 참 아름답다'라는 유명한 주제가 교묘하게 섞여들면서
말러가 신랑이 되고 알마가 신부가 되어 결혼 행진을 하는 듯한 느낌을 5악장에서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그간 5악장에서 느낄 수 없던 느낌을 받았으니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짐작이 가시겠죠?

 

특히 5악장의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면 오케스트라는 2악장의 주제를 앞서 1-3악장까지 들려준 적이 없던
깜짝 놀랄 만큼 큰 음량으로 쏟아냈습니다.

 

보통의 홀에서 오케스트라 총주를 만나게 되면 이 소리가 가장 큰 소린가 보다 하고 인식하게 되는데
앞서 1-3악장에서 들려주던 총주의 포리티시모 보다 몇 곱절 큰 소리가

버쩍 치켜든 5대의 트럼펫에서 터져나오면서
건물 천장을 뚫고 옥상 위에 새로 건물이 불쑥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이 날 정도로 거대한 음량이어서

저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거의 아래 그림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정도 다이내믹은 음반과 오디오에선 도저히 표현해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제가 이 5악장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은

결국 오디오가 갖는 표현의 한계에서 비롯됐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서야 저는 1악장 말러의 죽음으로 시작해서

5악장 젊은 아내를 맞은 말러의 승리로 끝나는 해석이 온전히 이해가 됐습니다.

 

홀이 충분히 크기 때문에 가능했던 표현이고,

지휘자가 그걸 알고 미리 계획해둔 연출로 보여서 더욱 놀라웠습니다.
아마 다른 콘서트홀이라면 소리가 포화되면서 찌그러지거나

불필요한 반사음이 들려왔을 텐데 아트센터 인천은 이 정도 대음량을 너끈히 소화해냈습니다.
또 이 만한 대음량을 만들어내는 인천시향의 합주력도 대단했습니다.

 

아마 이날 기립박수를 하신 청중들도 저처럼 5악장의 클라이막스에 뜨거운 감동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날 5악장에서 신선한 놀라움을 선사해준 이병욱 지휘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도 뜨거워서 앵콜마저도 단순히 덤이 아니라 환호에 대한 답례처럼 느껴졌는데
이날 앵콜은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가장 유명한 9번 님로드가 연주됐습니다.
흡사 4악장을 다시 연주하는 느낌이 날 정도로 묘하게 말러 교향곡 5번과 어울렸습니다.

이제 아쉬웠던 부분 하나만 짚고 끝내겠습니다.
제가 모차르트를 듣고 우려했던 바이올린 파트의 음색은 말러에서 특별히 확 바뀌지는 못했습니다.
곡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3악장에서 독주 호른과 독주 트롬본이 무대 좌. 우에서 서로 주고 받으며

구슬픈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그 소리에 어울릴 만큼 바이올린 파트의 음색이 충분히 진하고 강하게 울려주지 못해
고양됐던 감정의 열기가 식어버리는 부분이 보였습니다.

 

슈박스 모양의 홀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보다는 더 큰 음량으로 연주해야

현의 존재감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는 홀인데
아직 바이올린 파트의 연주자들은 이 홀의 특성에 완전히 익숙치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아트센터 인천은 악기가 연주되지 않을 때의 정막감 (S/N비)도

롯데콘서트홀이나 고양 아람음악당 수준으로 낮아서 매우 조용한 홀이었습니다.

 

그래도 현악기만 본다면 아직 국내에서 고양 아람음악당을 뛰어넘는 공연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양 아람음악당이 한국의 빈 뮤직페라인 홀이라면 대신 아트센터 인천은
한국의 베를린 필하모니 홀 (아직 못가봤지만) 정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관과 호른 소리는 착색이 거의 없이 세련된 소리를 들려줬으며,

위에서 언급한 대로 총주에서의 대음량도 거뜬히 소화해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미 이병욱과 인천시향의 제381회 정기공연을 예매해둔 상태입니다.
하루 빨리 인천시향의 상주 홀이 아트센터 인천으로 바뀌길 바라며,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의 공연은 또 어떠할지 기대가 됩니다.

작성 '19/04/0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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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편집장님이 말러방송에서 말러5번 5악장은 사족과 같다는 말씀이 떠오르면서 얼마나 벅찬 감동이 왔으면 아이의 움짤까지 올리셨는지 확실히 공연장의 음향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걸 요즘에는 느낍니다. 좋은 감상평 잘봤습니다.

19/04/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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