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0 카를로 팔레스키/고양시교향악단의 베토벤 3중 협주곡, 브람스 교향곡 4번
http://to.goclassic.co.kr/concert/3111

지난 토요일, 저는 다시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을 찾았습니다.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 방문인데, 이번엔 좀 특별합니다.
앞서 세 번의 공연들 (제가 후기를 쓰지 않은 가우디움 오케스트라 포함) 모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공연이었던 것에 반해
이날 공연은 2018년 여름에 창설된 고양시교향악단의 2019년 첫 공연이었습니다.

 

저도 잘 몰랐는데, 고양에는 원래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시의 지원 (연간 1억)을 받으며
지난 20년간 활동해오고 있었습니다. 이병헌 주연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나오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장면도 고양필이 출연한 아람음악당에서 찍었습니다.

 

그러다 고양시는 작년에 늦었지만 본격적으로 시립교향악단 창설을 기획하고
예산을 10억으로 10배 늘렸습니다.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제24조에 의거해 5억원 이상의 사업의 경우 반드시
전국 공개공모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공모 과정에서 고양필은 탈락하고
기존에 뉴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활동하던 민간 오케스트라가 최종 선정됐습니다.

 

1991년 창단된 뉴서울필은 28년이나 된 오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날 공연은 결코 신생 오케스트라의 공연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고양필 지지자들이 고양시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더군요.
이런 순조롭지 못한 과정을 겪고 작년 7월에 창단 공연을 갖은 고양시교향악단은
아직 홈페이지도 없고, 당일 팜플렛에도 지휘자와 협연자 소개는 있어도
정작 고양시교향악단에 대한 소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뉴서울필하모닉의 홈페이지에는 상임지휘자로 카를로 팔레스키가 등록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계약기간이 2년이기 때문에 2020년 이후에는 고양시교향악단이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차피 시립교향악단원이 공무원 신분이 되는 것은 구시대의 관습이고
재단법인화하여 시와 계약관계로 활동하는 것이 대세이기 때문에
현재 사단법인인 뉴서울필이 재단법인화 한다면
장기적으로 고양시교향악단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제가 비록 고양시민이 아니지만
국내 최고의 음향을 들려주는 고양 아람음악당에 상주 오케스트라인 만큼
수도권에 사는 많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분들이 저와 같은 관심을 가지신 분이 계실 것 같아서
의견을 내봤습니다.

 

고양시교향악단의 공연은 전석이 5,000원으로 빈 필의 공연 입석표값 (5.0EUR)와 같은 가격이었습니다.
전 일찌감치 올해의 고양시교향악단 전 공연을 티켓오픈하는 지난 2월말에 예매해뒀습니다.
제가 잡은 자리는 2층 앞에서 2번째 열 가운데입니다.
맨 앞자리를 잡지 않은 이유는 1열이 짝수라 한 가운데 좌석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날 공연은 콘체르토 시리즈의 첫 공연으로 모두 독일 작곡가로 구성한 것이 컨셉입니다.
지휘를 맡은 카를로 팔레스키는 이탈리아 출신답게 오페라 지휘자로 주로 활동해오신 분이었습니다.
김선국제오페라단 김선 단장과 부부사이인 것은 오늘 알았습니다.
첫 곡으로 지휘한 바그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은 짜릿한 감동을 던져줬습니다.

 

이 서곡만 듣고 이 오케스트라 최고의 개성은 팀파니스트구나하고 알게 됐습니다.
서곡과 2부에 출연한 남성 팀파니 수석은 그 타법이
베를린 필의 전성기 시절 팀파니스트 오스발트 포글러를 연상시켰습니다.
국내 팀파니스트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자제력 부재를 찾아볼 수 없었고
적절한 말렛을 선택하여 예쁜 음색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돋보였습니다.
제가 그간 아람음악당에서 들었던 팀파니 소리 중 가장 착색이 덜했습니다.

 

목관들도 참 듣기 좋았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팀파니 음색과 조금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소리였습니다.
바이올린 파트는 그간 이 공연장에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만 들어왔었던 저로서는

'이거구나!' 하는 감탄이 일었습니다.
미지근한 물을 먹을 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정수기에서 찬 물과 뜨거운 물을 반반 섞어서 먹는 것입니다.
바이올린 파트는 그런 뜨거움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듣는 쾌감을 자극해주는 소리였습니다.

 

다만 금관은 여러 번 불안한 부분을 보여줘서 이 연주를 음반으로 내기에는 부족하겠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지휘자는 그런 단점을 덮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매우 외향적인 연주를 들려주면서 화끈하게 끝을 냈습니다.
트럼펫을 매우 화려하게 울리며 끝나는 마지막 투티에서 저는 뒷골이 얼얼해지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다른 공연장과 달리 아람음악당은 이런 소름돋는 감동이 헤퍼지는 고마운 곳입니다.

이날 공연은 콘체르토 시리즈 I이기 때문에 협주곡에 방점이 찍혀있고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이 연주됐습니다.
협연은 프랑스 파리음악원 출신의 트리오 제이드가 맡았습니다.
협연자가 1명인 일반적인 협주곡과 달리 중간에 연주하지 않고 쉬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보통 이곡은 협연자들이 악보를 보면서 공연되는데 이날도 그랬습니다.
암보로 지휘한 다른 두 곡과 달리 지휘자도 문고판 크기의 작은 악보를 보면서 지휘했습니다.

 

무대 가운데에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놓이고 그 왼쪽에 첼로 주자가 앉았으며

둘 사이에 바이올린 주자가 섰습니다.
협주곡에선 트럼펫 및 팀파니 주자가 차석으로 바꼈는데,

그래선지 지휘자는 나머지 프로그램과 전혀 다른 해석을 들려줬습니다.
전적으로 협연자들에게 봉사하는 그런 반주였습니다.
트럼펫과 팀파니는 존재감을 간신히 드러냈을 뿐입니다.
그래서 매우 실내악적인 연주가 됐으며, 베토벤적인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정열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3번이 작품번호 55인데 작품번호 56번인 이 곡을 너무 평범하게 다룬 것 같습니다.

 

제가 5천원 공연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것일까요?
분식집 5천원 냉면에서 1만원 넘는 맛집 냉면에 들어가는 쇠고기 편육을 기대하면 안되겠죠?
협연자들의 연주는 아주 좋았습니다.
이날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실연으로는 처음 듣는 곡이었기 때문에 그 사실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부의 브람스 교향곡 4번은 고양시교향악단의 음색을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특히 2, 3악장이 좋았습니다.
플루트와 클라리넷 등 목관 파트는 아람음악당의 장점이 극대화되면서
흡사 빈 필의 연주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황홀한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현도 바그너 때처럼 어두움과 밝음이 교묘하게 섞인 멋진 소리였습니다.

2악장을 시작하는 호른 소리가 좀 큰 게 아닌가 싶긴 했지만

호른 파트도 개방감있는 화려한 음색을 들려줬습니다.

 

1악장은 지휘자의 성격이 제대로 드러났습니다. 아주 급한 성격을 가지신 분 같습니다.
1악장의 템포는 Allegro non troppo이나 이날 공연은 Allegro troppo였습니다.
지휘자는 악구가 끝난 후 쉬는 부분을 두지 않고 조급하게 다음으로 넘어 갔습니다.
호흡이 이렇게 빠른 1악장은 처음 접해봅니다.
이런 봄날씨에 가을의 애수를 띈 듯한 교향곡 4번 1악장의 우수는 어울리지 않으니 넘어 갑니다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는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는 북독일의 칙칙한 날씨에 따듯한 커피를 들고 창 밖을 바라보는 듯한 '똥폼'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좋게 보면 연주의 1회성이 잘 살아난 연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연주도 있을 수 있구나하고 말이죠.

 

4악장에선 더욱 더 지휘자의 개성이 드러났는데
아주 화려한 연주였기 때문에 이번엔 저로서도 아주 반가웠습니다.
지휘자는 금관을 마음껏 울리게 해서 규모를 키워갔습니다.
흡사 활주로를 질주하는 비행기를 연상시키더니
코다에 가서는 모든 고삐를 풀고 최고의 음량을 요구하면서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2명의 트럼페터가 이를 완벽히 소화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원래 날 수 없는 펭귄이 나는 광경을 구경할 뻔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단원들을 일으켜 세울 때
아마도 지휘자는 트럼페터들의 결과에 살짝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결국 앵콜은 없었습니다.

 

7월에 있을 체코 작곡가만으로 구성된 콘체르토 시리즈 2도 기대하겠습니다.

작성 '19/04/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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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

고양시 교향악단의 올해 첫 공연이었는데, 작년의 연주해 비하면 이날 연주는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금관악기의 불안정한 소리가 이날 연주의 퀄리티를 많이 저하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 더욱 그러했었지요.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는 실연을 수차례 들어봤지만, 곡 자체가 화려한 기교의 비르투오조적인 다른 협주곡과는 달리 실내악+교향악의 조합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제가 바로 앞에서 보고 들은 탓인지 세 협연자들의 연주는 아주 좋게 느꼈습니다.
지휘자 팔레스키의 열정적인 모습은 언제봐도 좋은 것 같습니다.

19/04/2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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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

댓글 반갑습니다. 같은 공연을 관람하신 회원님을 게시판에서 만나니까 더 반갑네요.

19/04/2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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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고양 아람누리 음악당이 있는 도시에 오케스트라가 없다는게 말이 안되지요. 고양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19/04/2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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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보니 엊그제 어떤 방송에서 최고의 오케스트라 교향곡 랭킹을 소개하더라구요. 거기에 나온 10곡중 9곡은 제가 아주 자주 들었던 곡인데 유독 딱 한곡 바로 브람스 4번교향곡만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던 곡이었습니다.

그래서 호기심에 오늘 아침에 동영상을 봤습니다. 영상은 KBS교향악단의 2017년 교향악축제 실황영상인데 무난한데 뭔가 강력한 임팩트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곡이 많은 지휘자와 연주자에게 손꼽히는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을 해서 자주 들어보려고 합니다.

19/04/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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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10곡을 순위없이 적어보겠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3번, 5번, 9번
말러 교향곡 2번, 9번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브람스 교향곡 4번

19/04/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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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

랭킹 맘에 안듭니다. 베토벤에 7번이 빠지면 절대 안되고, 브람스에 1번이 빠지면 절대 안됩니다.

19/04/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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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

저도 브람스는 1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당연히 베토벤 7번도 들어가야지요. 차라리 베토벤 3번을 빼고 7번을...ㅎㅎ

19/04/2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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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

유투브 방송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저명한 외국언론(2018년 BBC 뮤직메거진, 오케스트라 센트럴, 클래식 FM)에 나온 곡중 중복투표가 많은 곡들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19/04/2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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