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9 엘사 드레이지, 마시모 자네티/경기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4번 (고양 아람음악당)
http://to.goclassic.co.kr/concert/3126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마시모 자네티가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의 마스터시리즈 10번째 공연이 있었습니다.
토요일 공연은 경기문화의전당 대극장에 있었는데,

저는 고양 아람음악당에서 있은 금요일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작년 9월 취임 연주회를 가진 마시모 자네티의 공연은 저로서는 이번이 2번째이고
경기필하모닉의 경우 올해만 4번째 공연이 됩니다.

 

자네티/경기필 콤비의 연주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 4월 13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있은
세월호 5주기 추모 공연 때였습니다.
당시 마지막으로 연주된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각별히 애절했던 기억이 선명해서
자네티와 경기필의 말러 교향곡 4번도 매우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고양 아람음악당에서 바로 직전에 들었던 고양시교향악단의 체코 작곡가 특집은 2층에서 들었었는데
이날 공연도 그때처럼 에어컨 소리가 2층 뒷 쪽에서 작게 들렸습니다.
봄에는 아람음악당에서 들을 수 없던 잡음이라 7월로 잡힌 공연날짜가 아쉬었습니다.

이날은 1층 뒷 좌석으로 예매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안산에서 들었던 자리가 1층이어서 그 기억과 유사한 느낌을 가지고 비교하고 싶었고
지난 4월 6일 같은 장소에서 김동혁 씨가 지휘하는 가우디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1번을
비슷한 자리에서 들은 바 있어서 그 기억과도 비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1부에 기악 협연자를 불러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과 달리 이날 공연은 2부의 독창자이기도 한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가 부르는 R. 슈트라우스의 오케스트라 반주로 된 가곡이 기획됐습니다.

평소 협주곡보다는 오페라를 더 좋아하는 저로서는 정말 반가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반주하는 오페라나 성악곡으로 된 1부가 보다 흔해지기를 기대합니다.

 

1991년 생으로 올해 만 28세인 프랑스-덴마크계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는
1부에서 엄청난 성량으로 건강한 매력을 뽐냈습니다.
R. 슈트라우스의 살로메를 부르면 딱 좋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드라마틱 소프라노로서
대단한 능력을 과시해주었습니다.

 

특히 네 개의 마지막 노래의 3번째 곡 Beim Schlafengehen에서는 마지막 부분의 tausendfach에서
어찌나 성량이 큰지 홀 전체를 꽉 채우는 소리가 되더군요.
아람음악당이 성악에서도 이렇게 큰 다이내믹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실물로 보기에는 스웨덴의 아동용 TV물 말괄량이 삐삐의 주인공
삐삐가 장성해서 돌아온 것처럼
매우 유쾌하고 명랑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렇다고 목소리가 밝다는 뜻은 아니라 농익은 목소리임에도 밝음이 숨어 있어서
헤세나 에셴바흐의 가사가 가진 유약함이 중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나이에 걸맞는 해석이라 생각합니다.

 

슈트라우스 가곡을 반주하는 경기필은 좀 흐릿한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엔 1층에서 들어서 그런가 생각했었는데
원래 슈트라우스의 오케스트레이션이 뜨듯한 물에 수영하는 듯한 그런 느낌으로 되어 있어서
제 아무리 아람음악당이라고 해도 찬물같은 소리가 되지 않는구나,
트롬본과 튜바가 빠진 2부 말러와 비교해보니 알겠더군요.

 

마침 이날 부른 2곡 (아폴로 여사제의 노래 op. 33-2, 네 개의 마지막 노래)이 모두 수록된
카리타 마틸라/아바도/베를린 필 (DG) 음반을 들어봐도
오케스트라의 답답한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이로써 저는 올해 말러 교향곡만 1, 2, 4, 5, 7, 9번을 실연으로 들었는데 (아, 7번은 1악장 놓침)
이날 2부에서 공연된 말러 교향곡 4번은
그 중에서도 완성도와 감동을 모두 이뤄낸 특출한 연주라고 생각합니다.

오케스트라 배치는 비올라가 첼로보다 객석 쪽에 앉고
첼리스트 중 절반은 아예 객석을 향해 정면으로 앉아 있었으며
무대 우측에는 무려 10명의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있었습니다 (1부에서는 10명 모두 연주하지는 않음).
팀파니는 맨 한가운데 뒤에 위치해있고
객석에서 보아 그 바로 왼편에 3명의 트럼페터가 앉았는데 1부에서 그 오른쪽에 앉은 트롬본과 튜바가 빠져서 공석인채로 2부가 시작됐습니다.
대신 목관 주자들 중 가장 오른쪽에 앉은 잉글리시 호른 주자 옆으로 하프가 위치했습니다.
호른주자들은 트럼페터들 왼편 앞에 목관 주자들과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이날 고양까지 가는 3호선 전철이 앞서 가는 차량의 고장 때문에 좀 늦게 도착해서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혹시 배가 고픈 것이 공연 관람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을까, 예를 들어 감동을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1악장 클라이막스에서 그런 걱정을 일찌감치 지워주었습니다.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는 이 곡이 가진 고전미를 잘 살리는 해석을 들려줬습니다.
템포 루바토를 자제하고 담담히 쌓아올려서 결국 1악장 전개부 클라이막스에서 터트리는데
바로 이 첫 투티에서 저는 소름이 좌악 돋더군요.
다행히 배고픔과 감동은 상관 관계가 없었습니다.

 

여기에는 고양 아람음악당의 훌륭한 음향이 큰 몫을 했습니다.
팀파니 왼쪽에 위치한 큰북이 작게라도 울릴 때마다 홀 전체의 공기가 앞뒤로 움직이는 느낌이 나면서
10대의 콘트라베이스와 함께 선명한 리듬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요즘 국내 오케스트라에는 금관에도 여성주자가 흔해서
경기필의 여성 트럼페터가 수석 주자라는 것을 그 전까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트럼펫 수석 이나현 씨의 활약이 매우 돋보였습니다.

 

이날 로터리 방식의 트럼펫을 쓴 세 명의 트럼펫 단원들의 소리는
약주에서도 바람 세는 소리가 전혀 없었고
아티큘레이션이 무너지는 부분도 전혀 없었으며
부족하거나 과함도 없이 딱 필요한 만큼의 음량으로 세련된 연주를 들려줬습니다.
음반으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완성도라고 생각합니다.

 

호른파트는 트럼펫에 비해서는 완성도가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특별히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고양 아람음악당에서 울리는 호른소리는
다소 어두운 갈색이라 좀더 밝은 금빛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이 아람음악당에서 연주되던 고양시교향악단의 목관소리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경기필의 목관소리는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래서 목관 수석들이 큰 활약을 하는 2악장은 조금 재미가 없었습니다.

 

3악장 느린 현의 연주가 끝나고 오보에가 처음 독주를 하는 부분에서는
오보에의 저음이 강조되다 보니 시작부분은 흡사 클라리넷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클라리넷과 오보에 소리의 음색적인 거리가 먼 것을 선호하는데
이날 경기필의 소리는 고양시교향악단의 그것보다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대신 목관 주자들중 가장 왼쪽에 앉은 베이스클라리넷 소리는 음반에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입체적인 소리가 나서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양 아람음악당에서 들은 경기필의 현소리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만큼 정말 좋았습니다.

2악장에서 바이올린 수석이 한 옥타브 높게 조율된 바이올린으로 바꾸는 장면을

한눈 파느라 놓친 것이 아깝습니다.

3악장의 중간부 빠른 부분은 앞의 느린 부분과 대조가 확실해서
흡사 이 곡을 처음 듣는 것 같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3악장 마지막의 승천하는 듯한 클라이막스는 이날 공연 중 하이라이트로
저는 1악장에 이어 두번째로 전율을 느꼈습니다.

 

이날 경기필의 팀파니 수석 황진학 씨는 3악장의 첫 번째  트레몰로 부분에서
주먹만한 크기의 말렛을 썼지만 강세가 고르지 않아서 살짝 삐끗했습니다.
하지만 뒤에 나오는 유사한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이 3악장 후반부의 클라이막스에서는 황홀한 천국을 들려줬습니다.
이때는 귤 정도의 크기의 흰 색 말렛을 썼는데
그 단호한 모션이며 무지막지한 음량이며 너무도 멋졌습니다.

 

제가 주말부터 오늘까지 말러 교향곡 4번의 영상물을 3개를 봤는데
1악장부터 3악장 중반까지 이날 공연과 가장 유사하다고 느꼈던 것은

하이팅크/베를린 필 (PHILIPS DVD)의 연주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베를린 필의 공연에서 라이너 제거스가 작고 딱딱한 말렛으로 들려준 3악장 엔딩은
이날 경기필에 비하면 헛웃음이 날 만큼 초라했습니다.
아바도/구스타프 말러 청소년오케스트라 (MEDICI ARTS DVD)의 빈 실황도 재미가 없었고
번스타인/빈 필 (DG DVD)도 평범하게 느껴졌습니다.
음반으로 비교 범위로 넓히면 불레즈/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DG)와 비교할 수 있을까요?

 

"펑~탕! 펑~탕!" 여튼 대단한 팀파니였습니다.
흡사 공연장 전체가 공중으로 붕 뜨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어지는 4악장에서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의 가창도 참 좋았습니다.
그녀는 앞서 1부에서의 슈트라우스에 비하면 이런 곡은 누워서 떡 먹기라는 듯
너무도 편안하고 여유있는 노래를 들려줬습니다.
애를 쓴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넉넉한 호흡과 성량이 느껴졌습니다.
그녀의 표정이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인상이 천진난만하고 해맑아서
인간에게 천국이지만 동물들에겐 지옥이라는
4악장의 풍자와 아이러니가 오히려 더욱 잘 드러났습니다.

 

나란히 앉은 잉글리시 호른과 하프가 조용히 울리면서 곡이 끝났지만
박수는 3-4초 동안 나오지 않았고 곡의 여운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앵콜은 없었고, 커튼콜 때 사진 찍는 것이 허락되어 끝으로 첨부합니다 (폰카 화질 구림 주의)

 

10월에 있을 마스터시리즈 11번째 공연도 정말 기대됩니다.

작성 '19/07/2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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