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뉴욕 카네기홀 BRSO - 마리스 얀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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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뉴욕 카네기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 마리스 얀손스

 

11월 8일 Carnegie Hall의 Stern Auditorium에서 Mariss Jansons와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BRSO)이 R.Strauss의 Intermezzo와 Four Last Songs(Sop. Diana Damrau)와 Brahms 4번을 Perelman Stage에 올렸습니다.

 

공연은 8시에 시작했습니다. 저는 9일 새벽 2시 비행기로 돌아와야 했는데, 중간에 호텔에 들러 수트케이스를 찾고 공항으로 가려면 브람스 4번은 채 못 듣고 카네기홀을 떠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악장이라도 듣고 싶어서 예매했습니다. 

 

빈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객석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사실 공연이 너무 산만한 상태에서 시작되어 첫 번째 순서에서는 거의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곡 자체가 현기증이 나는 구간이 있지만 이날따라 유난히 극적으로 들리기도 했고 균형이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Intermezzo가 끝난 뒤 한동안 다음 무대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수트를 입은 직원이 나오더니 육성으로 'Diana Damrau가 두통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고(suffering from a head-cold), 이로 인해 다음 무대가 늦어지고 있으며,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가 지병으로 인해 8일과 9일로 예정된 공연 중 내일 저녁 공연에는 설 수 없다'고 안내했습니다.

 

객석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날의 공연은 딜레이로 인해 산만한 청중, 그러나 전반적으로 숙연함 내지는 안타까움이 배어나오는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잠시 후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Diana Damrau와 Mariss Jansons가 나타났고 청중은 숨을 삼켰습니다. 제 좌석이 무대와 멀리 있어서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안내를 들은 터라 그들의 건강이 염려되었습니다. 그러나 포디움 위의 얀손스는 늘 그랬듯이 온 힘을 다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Damrau는, 목소리의 부드러움을 조율하는 감도가 무척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R. Strauss 특유의 현을 쓰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그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는, 절제된 듯한 Four last songs였습니다. Damrau는 곡을 마친 뒤 가장 먼저 Mariss Jansons에게 갈채의 영광을 돌렸습니다.

 

첫 순서보다 두 번째 순서에 집중하여 들었고, 감동했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고, 행복해졌습니다. 곡이 끝나자 제 옆에 앉은 지긋한 노부인은 무대로 박수를 보내면서 ‘정말 훌륭하지 않나요?’ 동의를 구하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제 표정도 비슷했을 것입니다.

 

인터미션 내내 두근거렸습니다. 벌써 연말 분위기로 분주한 뉴욕의 한복판을 바삐 걸어서 안식을 얻고자 이곳을 찾았던 마음에 보상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록 기다렸지만 얀손스의 브람스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제는 정말 가야할 시간이 되어 일어서면서도 등을 붙잡는 선율이 있지 않을까 미련을 잔뜩 남긴 채로 돌아섰습니다.

등 뒤로 들려오는 한 음이라도 들었다면 전 그냥 그날의 비행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카네기홀을 나선 뒤로는 호텔까지 미친 듯이 걸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정신을 들게 해 주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리뷰도 찾아볼 틈 없이 정신없이 일상을 살다가 어머니로부터 얀손스의 타계 소식을 카톡으로 들었습니다.

‘네가 봤던 공연이 그의 마지막 공연이었더구나’

 

순간 간절하게 팔을 뻗어 전심으로 지휘하던 그의 모습이 겹쳤습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버티며 서 있었을 그를 떠올리니 말로 표현이 잘 되지 않는 감정이 일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곡을 관통하는 방대한 역사,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이야기나 몇 년도 연주가 좋은지 혹은 곡 자체의 베리에이션이 뭐가 있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평소에 음악을 잘 알고 그를 잘 누리는 고수 분들이 참 부럽고 높아 보였습니다.

얀손스의 겸손한 지휘는 저 같은 초보자도 음악을 향해 같이 걸어갈 수 있다고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하늘에서 그가 영면하기를 마음으로부터 바랍니다.

 

 

*아래의 사이트에서 Mariss Jansons의 그날의 최종 공연을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carnegiehall.org/Blog/2019/12/Remembering-Mariss-Jansons

 

**여기에 글을 처음 써보는데 사진 용량 5메가 이상 업로드가 안되어서 리사이즈 했습니다. 리사이즈는 되는데 이미지를 회전시키는 법을 모르겠어서 그냥 올립니다.  

작성 '19/12/09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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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

감사사합니다. 덕분에 지금 그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19/12/0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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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

지난 10월 말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BRSO 연주가 제가 본 얀손스의 마지막 모습였네요. 그 후 미국투어를 갔군요. 브람스 4번 마지막 악장이 끝난 후 지휘대 앞으로 쓰러지듯 몸을 숙이던 그의 모습이 기억이 납니다. 얼마나 힘드셨으면요...지금쯤 천국에서 위대했던 많은 작곡가들과 행복하게 계실겁니다.

19/12/10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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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y***:

심장 박동기 달고 지휘했을 겁니다. 관계자들은 얀손스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 입니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여자 바이올린 주자와 인터뷰 영상을 보면 왕성한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렵겠구나 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19/12/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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