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첵 현악사중주 창단 70년 기념 공연 (9/18)
http://to.goclassic.co.kr/concert/3066

 

오랜만에 현악사중주 공연을 본다는 "즐거움"과 오랜 전통의 관록있는 사중주단을 본다는 "즐거움"으로 가을이 무르익는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습니다. 특히 레퍼토리가 '친숙한 작품으로 구성된 1부'와 '최상의 연주일 것으로 추정되는 2부'가 잘 선정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이든의 현사 [종달새]와 차이콥스키의 현사 1번, 야나체크의 현사 2번 [비밀편지]가 이날 연주곡이었습니다.

 

이들의 실력이나 명성을 생각하면 만석이었을 것 같은데, IBK 챔버홀임에도 빈자리가 보였습니다. 물론 내 힘으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좋은 공연은 약간의 빈자리라도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이든의 [종달새]는 쪼금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으나 익숙한 곡인 만큼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고 품격도 있었습니다. 차이콥스키의 현사 1번은 잠시 관현악을 듣는 듯 나름 풍성한 사운드로 매력있게 연주해 주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대박은 야나체크의 [비밀편지] 연주였습니다. 사실 매우 높은 기대를 하고 갔는데, 그보다 더 높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마치 이건 우리 거야 하는 듯 악단의 이름을 잘 설명해준 연주였습니다. 시종 조화를 맞춰주는 첼로 소리도 관록이 묻어있었고, 비올라 소리도 좋게 들렸지만, 팔이 아닌 온 몸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밀로스 바첵의 열정이 돋보였습니다. 다른 사중주단은 이렇게 못 할 것 같습니다.

 

노년의 야냐첵에게 찾아온 엄청 연하의 여인에 대한 사랑은 실제 연애 편지로도, 이렇게 음악으로도 쓰여졌습니다. 이 사랑에 대한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에서 격정적이고 낭만적인 마음까지 아주 드라마틱하게 한편의 영화를 보듯 잘 표현되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앵콜곡은 [쉰들러리스트]와 [여인의 향기], [예스터데이] 였습니다. 이것은 몸에 좋은 아주 진한 한약을 마시고 난 뒤 입가심으로 먹는 달콤한 사탕같은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연주를 잘 했는지, 못 했는지 이런 것 보다도 연주회를 마무리하고 관객들에게 잘 가시라는 마음이 느껴지는 앵콜곡들이었습니다. 좋은 무대였고, 사람들이 공연장에 오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 연주회였습니다.

작성 '17/09/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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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6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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