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알렉산드르 타로 독주회
http://to.goclassic.co.kr/concert/1813

지난 8월말에 서울시향의 프랑스음악 연주회에 갔다가

 

알렉산드르 타로가 11월에 대구에서 공연한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건우선생님을 제외한 최정상급 피아니스트가 대구에서 공연하는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티켓가격이 얼마가 되든 공연을 보러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죠. 

 

 

이 연주회는 한국-프랑스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이었는데 프랑스대사관측에서 행사의 상당부분을 지원했습니다.  그 덕분에 대구공연은 전석 무료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은

 

1. 라모 -  건반모음곡

 

2. 라벨 -  거울

 

3. 쇼팽  - 전주곡

 

 

메인 프로그램인 쇼팽의 작품은 원래 전주곡이라고 소개되어있었지만  연주회를 홍보하는 유인물 및 인터넷자료에는 왈츠로 바뀌어있었고,  연주회장에서 받은 프로그램에는 다시 전주곡으로 되어 있어서 2부가 시작되는 순간까지 어떤 곡이 연주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층은 꽉 메워졌고,  저는2층이 개방될때 까지 기다렸다가 중앙 왼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2층은 1/2정도의 자리가 채워질 정도로 적지않은 관객이 들어왔습니다.

 

타로는 페이지터너와 함께 입장했는데 살짝 붉은빛이 도는 무광택 검은 상의에 타이트한 바지차림이었습니다. 멋진 외모에 멋진 패션때문인지 여성관객들사이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이날 연주에는 뵈젠도르퍼가 사용되었습니다.

 

라모의 건반음악은 차분한 톤으로 섬세한 장식음의 표현과 흐름에 신경을 쓰는 연주였습니다. 타로는 큰 음량을 내지 않는 피아니스트인데 이런 특성을 세심하게 느끼기에는 연주홀이 너무 컸고, 2층에 빈 자리가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해 음악에 집중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인 라벨의 '거울'은 이날 공연의 압권이었습니다.

 

'나방' 첫머리에서 연속되는 2도 불협화음을 절묘하게 강조하는 아티큘레이션, 왼손 음형을 약하게 하면서 예리하고 섬세한 곡의 움직임을 매우 선명하게 드러내는 모습에 감탄했고, 음 하나단위로 페달링을 하는 놀라운 솜씨도 볼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날렵하고 선명한 나방이었죠.

 

'슬픈 새들'은 진폭을 극도로 억제하면서 음향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한 연주였습니다. 새 울음소리를 묘사한 악구와 느리지만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는 흐름의 조화가 대단히 훌륭했고 긴장감도 끝까지 놓치지 않는 멋진 연주였습니다.

 

'바다 위의 돛단배'는 리스트적인 화려함을 강조하는 스타일의 연주는 아니었습니다.  트레몰로악구에서의 진폭도 고만고만했고 화성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부분에서의 표현도 악센트의 강조 이외에는 격렬한 느낌을 의도적으로 자제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릿광대의 아침노래'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감탄시킨 연주였는데요,

물론 아주 훌륭한 연주였지만, 이 경우에는 곡을 만든 라벨 자체를 칭찬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  관객의 상당수는 이 곡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고,  이전 곡들에서 그다지 음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이 곡에서 확실히 집중력이 높아진다는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정말 대단한 곡이고 멋진 연주였습니다.  중간에 16분음표의 셋잇단음표 - 아홉 잇단음표로 G음을 지속적으로 연타하는 부분은 기술적으로 완전하지 못했었지만 두 번째 등장할때는 완벽하게 연주하더군요.  음반에서 들었던 예리함 그대로였습니다.

 

'골짜기의 종들'은 저를 경악시킨 연주였습니다.

'밤의 가스파르' 첫 곡인 '옹디느'처럼 시작하는 세 마디째의 느린 오른손 트레몰로와 그 트레몰로를 넘나드는 왼손의 G# 유니즌은 서로 완전히 다른 소리를 만들어내면서 절묘하게 섞여들더군요. 이 환상적인 음색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제대로 숨도 못 쉴 정도였죠.

 

 

인터미션이 끝나고  메인 프로그램인 쇼팽의 전주곡이 시작되었습니다. 쇼팽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왈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라고 내심 바랬었는데 전주곡의 첫 음이 들려왔을때 함께 갔던 동생과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더랩니다. :-)

 

첫 곡은 코르토를 연상시키는 아주 빠른 템포로 공격적인 해석이었고(마지막 울림이 사라질때 까지 약 30초정도가 걸렸습니다)  두 번째 곡도 비교적 빠른 진행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다이내믹을 억제하고 아기자기한 흐름을 준비해 왔다는 의도가 확연히 보였었고 그 그림이 어떤 것인지도 짐작이 가더군요. 의도대로 흘러갔으면 키신의 라이브에 못지않은 대단한 연주회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수준 이하의 관객매너때문이었는지 타로는 집중력을 잃었고 19번 전주곡과 24번 전주곡에서 상당히 심각한 실수를 범합니다.  중반 이후에 2층의 관객들이 이리저리 움직여 다녔고, 4번 전주곡이 나올때는 커다란 소리로 재채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휴대폰까지 울리더군요. 

 

이런저런 이유로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 연주가 끝을 맺었고 (24번 전주곡의 마지막 하강 악구는 두 손으로 연주하던데..  매끄러운 연결을 위해서라면 두 손으로 연주하는게 더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군요)

 

 

앙코르는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곡의 바로크음악을 더 연주했습니다. 라모와 바흐였던걸로 생각됩니다.

 

 

 

연주내용과는 별도로

 

이 날의 관객들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무료공연으로 기획되었을때부터 우려했던 부분이기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 관람했던 역사상 최악의 관객들이었습니다.

 

 

관객의 상당수가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중-고등학생들이었는데  공연이 시작된 후에도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시끄럽게 좌석에 앉았고  자리에 앉은 후에도 계속해서 부스럭거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숙제때문에 온 것인지.. 노트를 꺼내서 쉴 새 없이 뭔가를 적어대고, 연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옆 자리에 앉으신 분이 두어 번 주의를 주었습니다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쇼팽 전주곡을 연주할 때 큰 소리로 시원하게 재채기를 했던 사람은 그 한번으로 부족했는지 4번이 끝나기 전에 두 번 더 재채기를 했고 그 때 마다 근처의 여학생들은 킥킥대고 웃더군요. 

 

앞자리에 앉았던 대여섯명의 여학생들도 공연 감상에 톡톡히 방해되는 존재였습니다.  2부가 시작된 후 1분이 지나서 들어와서는 자세를 숙이지도 않고 자리에 앉았고,  접이식 의자가 큰 소리를 내는데도 함부로 움직였습니다.  바로 앞에 앉은 학생은 천식이 있는지 연주하는 도중 거의 5분 간격으로 잔기침을 했는데..   놀랍게도 연주가 끝난 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단 한번도 기침을 하지 않더군요.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1. 공연은 비록 협찬이 있었다 하더라도  최소한 5천원의 티켓값은 받았으면 합니다.  명목은 '에티켓 FEE'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공연장에 들어올 자격이 없는 사람들의 유입은 상당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음악선생님들은 공연 감상을 숙제로 내주시는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장을 소란스럽게 하는 대부분이 숙제를 목적으로 온 학생들입니다.    '당나귀'에서 다운받아서 들어보라고 숙제를 내는 편이 모두를 위해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상 좋은 공연을 보고도 적잖이 기분이 상한 프랑스 건반음악 오타쿠의 감상이었습니다.

작성 '06/11/1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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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

아아... 무능한 서울시장과 너무 비교되는군요. 부럽습니다. ㅠ_ㅠ

06/11/1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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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어? 대구에서는 전주곡 연주했어요? 으어... ㅡ_ㅡ;;;

06/11/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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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전 호암아트홀에 갔었어요. 대구에선 무료에, 전주곡을 했다니.. 부럽네요^^ 하지만, 돈을 주고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듣고 싶은 연주일 듯합니다. 타로본인이 자기 공연의 질이 관객수준이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니.. 더욱..

06/11/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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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

제가 대구에서 학교 다니면서 '음악의 이해' 라는 교양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 그런 음악회 2번가서 감상문 쓰는게 과제입니다. -_-

그래서 같이 강의 듣는 사람들도 아마 무료니깐.. 더더욱 타로 독주회에 갔을 거라고 생각되요.

그런데, 애들이 좀 개념들이 없는 거 같아서.. ㅡ.ㅡ
많이 시끄러우셨을 듯....

06/11/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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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타로의 굴욕이군요. 안타깝습니다.

06/11/1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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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호암에서의 공연은 상당히 좋았는데..타로가 흔들렸다니 아쉽네용.호암에서도 핸드폰벨소리가 한번 울리긴 했었는데..

06/11/1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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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

오옷~ 저도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숙제하러 오는 학생들로 가득한 공연장...몇번 당하면 노이로제에 걸리죠~아쉽네요. 전 호암 공연가서 환상적인 자리서 봤거든요...아직도 가슴이 복받칩니다. 사실 조금은 졸려했던 라벨을...거의 빠졌잖아요~인터미션시간에 그의 음반 모두를 샀어요.그날 밤 샜지요~

06/11/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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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

부산에서도 17일 알렉상드르 타로의 공연이 금정문화회관에서 있었습니다.
첫곡 라모의 모음곡이 연주되는동안 계속해서 박수를 치기에 첫곡이 끝나고 나서 연주자가 잠시 무대를 떠난 사이 객석에서 용기를 내어 외쳤지요. "제발 박수치지 마라. 만약 박수를 치고 싶다면 연주자가 연주를 끝내고 일어설 때 열심히 박수를 쳐라"고.
그 이후에는 기막힌 연주회였습니다.

06/1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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