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농쿠르 그 감동의 순간들....
http://to.goclassic.co.kr/concert/1821

지금은 오지랍이 넓게도 여러 분야의 음악을 섭렵하고 있지만 지금도 내가 고전음악을 듣게된 계기와 본령을 바로크 음악 내지는 원전연주에서 찾고 있는 나에게 아르농쿠르의 내한은 일종의 사건이었다.

평생에 보기를 갈망했던 원전연주 지휘자중 가장 보고 싶었던 가장 고령의 지휘자 못볼것이라고 예상했던 그를 서울에서 맞대면하다니....

 

특히 고음악 분야 뿐만아니라 고전에서 낭만 바로크와 심지어 오페라까지 연주해내는 만능 지휘자. 바로 유럽 음악계의 움직임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그와 빈 콘센투스 무지쿠스의 등장은 내 관극 역사상 평생의 기억으로 남기에 충분했다.

 

무대에 등장한 것만으로 압도당한것도 잠시 바로 저녁기도의 정화된 안티폰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단선율의 성가와 함께 아르농쿠르 특유의 에너제틱하고 화려한 그러나 모든것이 섬세하게 절제되있고 분절되어 있는 관현악의 향연과 함께 아르놀트 쇤베르크 합창단의 미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르농쿠르의 관록을 보여주는 완벽한 앙상블과의 조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버린  타악기와 관악기의 개성적인 사용이 돋보였던 수연이었다. 독창자들 역시 유명세 답게 대단히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중이고 기대가 많았던 율리아 크라이터의 음정이 약간 불안했으나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손색없는 가창을 보여주었으며  베르나르다 핑크는 대단히 기품있고 우아한 소리를 지니고 있는 메조로서의  소릿결을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분덜리히의 음색을 닮은 귀라의 미성 역시 대단히 아름다웠다. 아르농쿠르가 취리히 오페라에서 자주 연주하던 인연인지 취리히 오페라의 루벤 드롤이란 가수를 기용했었는데 멀리서 보기엔 동양인을 연상시키는 외모에 좋은 가창력을 보여 아르농쿠르의 혜안을 엿볼수 있었다. 그러나 예술의 전당의 울림으로 그 아름다운 안티폰이 상승하지 못하고 여운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아르농쿠르의 연주 색깔이 너무나 뚜렷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그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데 기여하는데 특히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가 선택하는 템포나 악센트를 거의 변태적이라며 극렬하게 비판하기도 하며 또 고전적인 소릿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풍성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앙상하게 들리는 브람스나 브루크너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의 모차르트 구반같은 경우도 이러한 논란에 휩쓸렸던 음반으로서 말러적인 감정의 완전연소를 지향하는 번스타인과 바이에른의 인상적인 연주 혹은 헤레베헤의 감정의 격차가 크지 않으나 소릿결의 아름다움과 균형잡힌 사운드 사이에서 또 하나의 파격적인 해석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던 연주였다.

그러나 레퀴엠의 2종의 음반을 가지고 있는 권위자로서 실연의 해석이 또 어떤 모습을 가지고 올지 그것이 매우궁금했다.

입당송의 소울음소리 같은 바순과 함께 낭만적인 여운이 전혀없는 완전히 분절적이고 분리적인 관현악사이에서 쇤베르크 합창단의 풍성하고도 풍부한 합창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합창까지도 투명한 소리를 지향하는 여느 원전연주자들의 스타일과는 다소 다른 스타일로서 콘센투스 무지쿠스의 원전해석에 옛스럽고 풍부한 합창단의 소리를 가미함으로써 어느 시기로도 분류할수 없는 그야말로 아르농쿠르만의  색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합창속에서도 키리에의 힘이 넘치는 합창속에서도 명확하게 솟아오르는 팀파니와 트럼펫의 소리는 아르농쿠르만의 트레이드 마크라는 느낌이 들었다.

쇤베르크 합창단의 섬세한 약음은 아르농쿠르의 해석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디에스 이래의 격렬함속에서도 완전히 사그러드는 그들의 약음과 아르농쿠르의 통제는 그야말로 개성적이고 절제됨을 추구하는 아르농쿠르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디에스 이래의 합창못지않은 격렬한 관현악에서도 완전히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악기군들의 움직임이 명확하게 보여 아르농쿠르가 추구하는 해석의 지향점이 어딘지 완전히 파악할수 있었다.

가수들의 완벽에 가까운 앙상블의 블렌딩을 보여주었던 투바미룸을 지나 렉스 트레맨데의 날카로운 합창은 아르농쿠르의 절제 사이에서도 엄청난 에너지의 진폭을 보여주었으며 라크리모사는 낭만성이라는 오해조차 사기 두려운듯 일말의 정체됨 없이 추진력있게 진행시켜 라크리모사해석의 신선함을 보여주었다.

연주를 듣는 2시간여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마지막 영성체송이 끝날때까지 그의 개성넘치고 다양한 해석에 완전히 심취하여 이미 정신을 차렸을때는 박수소리만이 내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그동안 음반만을 통하여 느꼈던 아르농쿠르라는 거장의 개성넘치는 음악세계... 그리고 모차르트 레퀴엠의 신세계를 다녀왔다고 하면 과장일까? 집에 돌아와 그의 레퀴엠음반을 꺼내어 듣고 듣고 또들었다.

 

   

 

작성 '06/11/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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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

쉽게 이야기해서 "안 들은 사람들에게는 메롱"인 공연이었습니다. 올해 키신과 다니엘 하딩을 놓친 사람의 입장에서, 이것까지 놓쳤으면 정말 뷝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연 도중 고개를 뒤로 재껴,음악홀의 천장을 바라보면서 "지금 이 순간 내가 눈을 감고, 이 레퀴엠이 나를 위한 레퀴엠이었으면 정말 좋겠다"라고 속으로 이야기했습니다.(옆에 있던 마누라는 기겁을 했겠지만 말입니다.)

06/11/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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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

지금 1년 반이 지난 이 순간도 이 공연의 감동이 잊혀지질 않아 다시 읽습니다.

08/06/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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