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농쿠르-CMW공연 간략후기..
http://to.goclassic.co.kr/concert/1822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아르농쿠르의 공연이었고, 7월에 예매 개시하자마자 후다닥 구입해버린 탓에 또다른 의미에서 한참을 기다렸던.. 문자 그대로 대망의 공연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머리가 무척이나 복잡한 상태였기 때문에 연주에 100%몰입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이날 공연의 유일한 아쉬움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그 이외에는 문자 그대로 가슴벅찬공연이었죠.

 

식욕이 전혀 없었던 관계로 점심도, 저녁도 건너뛰고 공연시작 10분전에 로비에서 와인만 한 잔 하고 들어갔습니다. 자리는 2 E블록이었는데 아르농쿠르와 독창자들이 입장하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좋았었습니다.

 

입장인사를 하기 바쁘게 바로 1부 레파토리인 VESPERS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르놀트 쇤베르크합창단의 나직한 남성중창으로 중세종교음악 특유의 안티폰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는데, 앞서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대로 홀의 음향이 너무 건조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6월에 있었던 헤레베헤-콜레기움보칼레의 합창을 들으면서 그 투명하고 절제된 소리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는데 아르놀트 쇤베르크합창단은 조금 성향이 다르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거의 절정에 달한 하모니와 완벽하게 절제된 음향을 들려주더군요.

 

콘센투스 무지쿠스 빈의 사운드, 그리고 아르농쿠르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음반을 통해서 그야말로 마르고 닳도록 들어왔습니다. 음향배분을 어떻게 하는지, 악기편성을 어떻게 하는지도 거의 훤하게 꿰뚫고 있을 정도였죠. 아르농쿠르가 왜 현대오케스트라 연주에서조차 내츄럴 트럼펫을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콘센투스 무지쿠스 빈의 연주를 들어보니.. 음반으로 듣는 것,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충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투박한 타악기의 음색과 내추럴 트럼펫의 다소 빳빳하면서도 기분좋게 울리는 사운드의 조화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아르농쿠르가 내추럴 트럼펫을 사용하는 이유는 오케스트라의 다른 소리를 묻어버리지 않으면서도 빵빠르캐릭터를 고스란히 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사실 음반으로 들을때는 그 효과가 녹음에 의한 것인지 진짜 사운드 밸런스가 그렇게 나오는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던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위력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을때의 그 충격과 쾌감이란.. 

 

2부 레퀴엠은 아르농쿠르의 신반과 거의 궤적을 같이하는 해석이었습니다. 이전 녹음에서의 파격을 상당부분 배제하면서 철저한 논 레가토와 매우 절제된 흐름으로 디테일에 치중하는 연주였죠. 아르놀트 쇤베르크합창단은 잘 알려진대로 프랑스쪽 시대음악코러스와는 상당히 다른 합창을 했습니다.  남부독일특유의 밝고 외향적인 느낌이랄까요. 율리아 크라이터는 VERPERS에서 트릴을 완전하게 소화하지못하는 실수아닌 실수를 했었는데 이날 컨디션이 썩 좋지는 못한 것 같았습니다. 다른 독창자들의 위력은 그야말로 대단했었구요.

 

이날 두드러졌던 것은 아르농쿠르 특유의 튀는 해석이 아니라 극히 섬세한 부분의 표현들이었습니다. Salva me에서의 한없이 사그러드는 듯 한 느낌은 이전의 어떤 연주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놀라운 표현이었지요.

 

아르농쿠르의 지휘는 익히 봐 오던대로 매우 정열적이었습니다. 단원 한명 한명에게 일일이 지시를 내리고, 다이내믹의 변화도 적극적으로, 그리고 공격적으로(^^) 지시하는 모습이 무척 멋있었죠.

 

 

 

연주가 끝나고.. 청중들이 하나 둘씩 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관중은 아니었고 40%정도가 기립박수를 보낸 것 같더군요. 커튼 콜은 7분정도 계속되었고 아르농쿠르는 매번 독창자들을 대동하고 나와서 답례를 했습니다.

 

로비에서 아르농쿠르를 잠시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오랜만에 올라오는 서울인지라 늦은 시간에 약속이 잡혀 있어 그냥 공연장을 나왔습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복잡한 머리속이었지만, 한때나마 모든 것을 완전히 잊고 즐겁게 음악에 빠져들 수 있을만큼 훌륭하고 감동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작성 '06/11/2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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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상세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왜 트럼펫의 볼륨이 그렇게 도드라져 들렸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제겐 이 내추럴 트럼펫의 또렷한 부각이 번스타인 판의 장엄한 오르간만큼이나 인상적이었거든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르농쿠르의 해석에만 주의를 기울이느라 독창자로 출연한 메조소프라노 베르나르다 핑크의 목소리를 흘려 들었다는 점이었습니다.

06/11/2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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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앗. 김태우님 안녕하세요. ^^ 저도 2층 E블럭에서 봤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좌측이라서 몸을 무대쪽으로 약간 돌려야했지요. ㅡ.ㅜ; 대신 아르농쿠르가 입장하는 장면은 잘 보였습니다. ㅋㅋ

"내츄럴 트럼펫의 위력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을때의 그 충격과 쾌감이란"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로비에서 아르농쿠르를 기다리셨다면 아마 약속 꽤나 늦으셨을 겁니다. 좀 늦게,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나왔거든요. ^^

06/11/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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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헤레베헤-콜레기움보칼레겐트의 연주때도 내츄럴트럼펫의 음색과 연주자의 기교에 감탄하긴 했지만 아르농쿠르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그것과는 또 다르더라구요. 또렷한 존재감을 가지지만 결코 시끄럽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시원시원한 소리..

그리고 본문에서 언급하려다가 깜빡했는데, 타악기주자가 연주 도중 쉬는 부분에서 세심하게 가죽의 장력을 체크하고 조절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06/11/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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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

사진어케찍으셨어요? ^^
좀 퍼가도 될런지~~~~ ^^
스크랩은 못하도록 할께요~~

06/11/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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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본문에 포함된 사진은 편하신대로 사용하셔도 됩니다.

06/11/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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