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시지 않는 감동의 여운...
http://to.goclassic.co.kr/concert/1824

(1)

 

7월의 마지막 주말, 아이들과 집사람은 섬머캠프를 가고 없고, 나는 몇몇 사람들과 더불어 밤새껏 집에서 음악을 듣기로 하였다.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며 진공관 앰프가 뿜어내는 소리에 도취하여갈 무렵, 한 사람이 나를 질렀다. 아르농쿠르가 11월에 오는데,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공연된다는데, 올라가자고...

 

결국 술김에 티**크에 접속,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하긴, 올해는 너무 일이 바쁘다보니 제대로 된 공연 하나 못보고 있으니 이정도쯤이야......

 

질러도 확! 질러버렸다...지름신이 R석을 가리키며 "저쪽에 앉거라...!" 하시니 어쩌겠는가...?

 

(2)

 

마침 공연이 있는 날, 서울서 전공 세미나가 들을 만한게 있어서 겸사겸사 올라갔다. 강의를 듣는 동안에도 마음은 이미 예술의 전당으로 가있었는데...

어두컴컴한 시각, 밥도 못먹고 잰 걸음으로 예술의 전당 로비에 도착하였다. 땀을 닦고서 앉은 자리는 역시~~~! 아르농쿠르 할배의 엉덩이가 바로 정면에 보이는, 그리고 전체적인 무대의 양쪽 소리가 균형있게 스테레오로 들리는 자리였다.

눈이 부리부리한 마에스트로가 들어와 좌중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고 저녁기도가 시작되었다. 도창과 안티폰이 아름답다...그리고 악기가 가세하고 합창이 끼여들고...어느새 30여분이 흘러 미사가 끝났다.    

 

(3)

 

후반부...몇 명  안되는 단원들이지만 무대가 가득찬 것처럼 보이고 들린다. 조용히 d단조의 울림이 시작되고 내 가슴은 크게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진노의 날에 이어 나팔소리가 가득하고 회개를 외치더니 드디어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라크리모사가 아름답게 무대를 장식하였다.

입당송에 이어 2부인 봉헌송을 위해 고개를 숙인채 한참을 분위기잡던 마에스트로는 힘차게 합창단과 연주자들, 그리고 독창자들을 이끌어나갔고, 마침내 아름다운 베네딕투스와 신의 어린양을 지나 영원한 광휘로의 맺음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절로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아르농쿠르와 콘센투스 무지쿠스, 그리고 아르놀트 쉔베르크 합창단, 4명의 독창자는 세속의 세계에 신의 말씀을 아름답게 새겨놓고 그리고......사라졌다. 무슨 말이 필요하리.........

 

(4)

 

집의 레코드들을 뒤적여본다...아...! 여기 있었네......!

아르농쿠르가 1982년에 빈 합창단과 더불어 연주하였던 음반......

오늘 오전 내내 울 사무실엔 진혼 미사의 선율이 울려퍼졌다. 듣고 또 듣고......그날의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점심시간 낮잠을 청하려 해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78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탄생 250주년을 맞아 시즌 마지막으로 가장 감동을 준 모차르트의 진혼미사곡을 들려주었던 마에스트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남은 자신의 과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늘 건강하시길 기원해본다.

 

창밖으로는 이제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석양이 아름답고 길게 긴 꼬리를 드리우기 시작한다......

 

작성 '06/11/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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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이 참에 아르모니아 문디 녹음도 바로 지르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름신이시여! 강림하소서!

06/11/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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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오.. 텔레풍켄시절의 LP판이로군요..
90년대 중-후반까지만해도 이 음반은 '너무 개성이 강해서 일반적으로 추천하기는 어렵다'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

Rex Tremende 첫머리의 합창은, 특히 놀라웠었죠.

06/11/2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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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

절로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넘 좋은 연주회에 더 이상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요.........느낌 있는 감상문 감사드려요...........

06/11/2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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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

글이 넘 감동적이네요...번거로워서 로그인 잘 안하는데..추천하기위해 로그인 했슴다~ ^.^

06/11/29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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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

축하드립니다. 부럽습니다.
감상 잘 듣고 갑니다.

06/11/2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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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

저 사진에 나온 LP판,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군요. 악우협회 황금홀 사진이 더욱 멋집니다.
이번 음악회를 계기로 모차르트 레퀴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CD를 5종 더 구입했습니다. 소비(음악회)가 소비로 계속 이어지는군요.^^

06/11/3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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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저도 그 공연에 갔습니다. 정말 시대악기 연주로 듣는 건 색다른 체험이었습니다. 아농쿠르트의 카리스마가 엿보이기도 했는데... 관중석의 소음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연주에 들어가지 않고 있는 모습. 정말 강한 인상을 주더군요.
그런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음향이 좋지 않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어서리...
음반에서 듣던 아마데우스와 너무 차이가 많았습니다.

06/11/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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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당일 음반을 팔고 있었는데 제가 늦어선지 저 음반은 금방 매진되어 최근 녹음된 것만 샀습니다. DVD도 팔았는데 가지고 간 돈이 없어서리...

06/11/3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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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이제 아르농쿠르를 만나기 위해선 무조건 유럽으로 가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군요.80노인이 다시 한국에 올리도 만무하고...아바도 역시...

06/12/0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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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

지금도 그 공연이 매우 인상깊습니다... 저는 그때 S석(어린것이 뭣도 모르고)에서 맨 왼쪽에 앉았습니다. 바로 앞이라서 너무 좋았습니다. 필기를 막 하려고 하는데 바로 옆에계시던 KBS실황음악회 관계자 분 중 한분이 노려보셔서 중단한 기억이 납니다...ㅠㅠ
아르농쿠르님이 또 오셔서 '나의 조국'을 연주해 주셨으면 했던 바램이 계속 납니다...

07/01/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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