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과 서울시향, 베토벤 마지막 사이클 감상기
http://to.goclassic.co.kr/concert/1836

 

의미있는 공연이었는데 후기가 없어서 아쉽네요. 27일 공연 당일 세종회관의 분위기는 암표상까지 돌아다닐 정도로 어수선했는데 연주 내용에 대한 이곳 고클팬들의 반응은 좀 미지근했나 봅니다.

 

지난 달 드레스덴 교향악단 공연 때 받은 감동의 여운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에스트로가 들려 줄 베토벤 8, 9번 교향곡은 어떤 것일까 사뭇 궁금한 마음으로 객석에 앉았습니다. 그의 예전 공연들-예를 들면 작년 가을의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이나 말러 1번, 그리고 지난 달 브람스 등등-이 전통적인 두터운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바탕으로 드라마적인 굴곡이 있는 해석을 들려 주었기 때문에 파격적인 뭔가가 나오리라는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저 마에스트로가 만들어 내는 음악의 드라마가 기존의 해석들과 어떤 차별된 의미를 담아낼지, 그리고 그의 악기가 된 서울시향(설마 '시향'이란 용어에 거부감 가진 분들은 없겠지요? 있으시다면 더 좋은 명칭을 제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이 어떤 발전된 소리를 들려줄 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반부의 8번 교향곡은 대체로 무난한 연주였다고 생각합니다. 지휘자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절한 템포로 어느 한 파트가 특별히 돋보이거나 뒤쳐지지도 않은 적당한 밸런스감으로 안정감있게 전곡을 리드해 나가더군요. 마치 '대략 안전하게 묻어가는 베토벤은 이런 거야'라는 느낌..솔직히 실망도 있었습니다. 첫 악장과 종악장을 좀 더 템포를 밀고 당기며 강약의 낙차를 크게 해 주었더라면, 중간 악장을 좀 더 파릇파릇 생기있게 표현했더라면 휠씬 강한 인상을 남겼을텐데 싶은 아쉬움 말이지요. 현악기군의 움직임이 대체로 무거운 듯 했습니다.

 

9번은 시작 전부터 기대했습니다. 몇 년 전 독일권의 모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때 이 곡을 실연으로 감상하면서 이렇게 감흥이 없는 베토벤도 있구나 싶었던 씁쓸한 느낌을 이번에는 지워내고픈 욕심이 있었거든요. 8번으로 몸풀기를 한 탓인지 1악장부터 마에스트로 특유의 조였다 풀었다 하는 템포의 완급조절의 묘미가 살아나더군요. 서주 제시 후 오케스트라가 융기하며 1주제의 투티로 몰아가기 직전의 숨고르기라든가 발전부의 몰아치는 격렬한 부분에 tension을 걸어주는 솜씨는 과연 정명훈이다 싶은 것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역량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저음현의 묵직한 유니즌이라든가 2악장의 팀파니 부분은 발군의 실력이었고 3악장 초입의 현악 앙상블의 아름다움은 한 달전의 드레스덴 교향악단의 그것을 상기시킬 정도였습니다. 느린 3악장은 역시나 그의 아득히 현실을 초월한 듯한 후기 피아노 소나타의 아다지오 악장이나 장엄 미사의 베네딕투스 도입부의 바이올린 솔로와 같은 극한의 순수와 숭고함의 세계임을 잘 보여주는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클라리넷 수석 주자분, 정말 감동 먹었습니다. long tone의 안정감은 역시 호흡이 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정말 잘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전곡을 통틀어 시종일관 우아한 소리를 들려주셨습니다.)

 

이 날 연주에 누군가 불만이 있었다면 아마도 종악장과 관련된 것이리라 짐작합니다. 격렬한 초입부의 목관부 앙상블이 제대로 무너지리라 누구도 예측못했을 테니까요.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통에 산통 다 깨지고 '달리 4관 편성인가'싶은 맘에 아쉬움을 곱씹었습니다. 이후의 부분은 특별히 흠잡고 싶은 부분은 없지만 그냥 음반으로 집에서 듣는 것과 뭐가 다른지 별로 알 수 없는 연주가 계속되었습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모험이 아닌 안정을 택한 것 같았고 차별화된 뭔가를 기대한 저같은 사람은 아쉬움을 갖고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최자가 1년을 준비한 대장정의 마지막 여정을 일개 감상자가 문장 몇 마디로 간단하게 평가해 버린다는 것은 분명히 만용이지만 '발전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다'라고 말하고 싶은 맘은 억누를 길이 없네요. 내년에 브람스는 더욱 기대하겠습니다. 내년 부활절 즈음에 빈 극장에서 연주되는 빈 필의 그것을 들으러 비엔나로 날아갈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기다리는 곡목이 있습니다. '독일 레퀴엠'입니다. 아직 미정이던데 꼭 공연이 성사되기를 마지막으로 기대합니다.

작성 '06/12/3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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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3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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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

감상기를 올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냥 덧글이나 쓰렵니다.감상의 총평은.... 대략 실망이다....라고 하겠습니다.너무도 다를것 없고 진부하기까지한 8번과
(물론 잘한부분도 많이 있지만 이런 연주는 질리게 들었습니다.)300명이 넘는 너무도 큰 합창단 폭포 에 소리가 묻혀서 오케스트라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 9번 4악장 이었습니다.- 웅장한것도 좋지만 합창단의 소리가 너무 과한듯 싶던데 (거의 절규수준~) 오케스트라와 균형이 무너진것 같더군요 연주중 솔리스트 입장은 뭐~하는 시츄에이션인지...기대가 컷던만큼 아쉬움도 많은 연주회라 하겠습니다. - 지극히 개인적인 감감상입니다.^^

06/12/3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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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

저는 늦게 표를 예매하는 통에 3층에서 들었는데 정말 합창단의 소리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오케스트라는 완전히 묻혀버리더군요.. 그런데 1층에서 같은 연주를 들었던 친구는 오케스트라가 합창단보다 훨씬 잘들렸다고 해서 장소때문에 그런거였나 하고 의아해했었더랍니다. 그리고 여전히 금관악기 특히 호른부분에서 약음 연주시 삐리릭 거리기만 하고 소리 다운 소리가 안나왔던거 같은데 다른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어차피 해석이야 크게 기대한바 없었으나 제 생각에 연주도 크게 감동적이진 못했던거 같습니다. 그런데 세종 3층은 처음인데정말 최악이더군요... 아무리 듣고싶은 연주라도 3층으로 갈바엔 이젠 안가려고 합니다. 일단 음향적인 면에서 작게 들리는 점은 둘째치고 밸런스가 너무 안잡혀있는거 같습니다. 저음 성부가 벙벙대기만 하고 아주 싸구려 컴터스피커로 듣는듯한 느낌이 나더군요...게다가 시각적인 면도 제대로 고려가 안되어있어서 3층 첫번째 열 사람부터 정명훈을 보려고 좌석에서 등을 때고 목을 길게빼고 보니 그 뒷사람들도 죄다 그런 모양으로 하고 있어야 보일까 말까... 저도 처음엔 사람들 머리 사이로 왔다갔다 하면서 보다가 걍 포기하고 음악만 들었습니다... 3층은 진짜 무료개방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그런 수준의 3층을 b,c석으로 또 나누다니 어이가 없더군요

06/12/3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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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

9번 4악장 도입부는 가필 없이 '악보대로' 연주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4관 편성이 아니라 2관 편성에 호른만 두 배로 늘였습니다. 베렌라이터 판 악보 출판 후에는 그런게 유행이 되고 있죠. 시대악기로 연주하지 않을 바에야 가필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리고 무엇보다 연주회장이 세종문화회관이었던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 많지만, 모처에 정식으로 리뷰를 쓰고 있어서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06/12/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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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

정정합니다. 다른 분의 관찰로는 트럼펫과 트롬본은 추가가 없었지만 목관은 전부 4관이었다고 합니다. 객석에서는 잘 안 보여서 단원들 입장할 때 세었어야 하는데, 8번은 꼼꼼히 확인했지만 9번은 딴 생각하다가 제대로 못 봤습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해서 죄송합니다. (_._)

06/12/3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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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01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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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

KBS의 9번이 어떤면에서 최악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전 방송으로 봤는데..보는내내 '와..괜찮은데.. 예전에 곽승씨랑 부산시향이랑 했을때보다 좋아진것 같은데'하며 감탄하면서 봤거든요..^^;

07/01/0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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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KBS...다른 건 제쳐두고라도, 소프라노는 정말 '극악'이었습니다.제가 본 KBS의 9번 중 정말 최악.

07/01/0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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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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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

네..성악가들의 문제가 심각한거 였군요...

07/01/0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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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곽승 지휘, KBS 교향악단의 9번, 저는 예술의전당에서 좋게 들었습니다. 키타엔코의 지휘가 가볍고 날렵하고 신선한 분위기를 주어 참신했다는 인상을 남겼던 반면, 곽승은 중후한 스타일을 바탕으로 이 곡의 전통적인 풍취를 강조하였던 것 같습니다. 성악가는 바리톤 한규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정확한 음정에 곡에 어울리는 음색을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성악가들간의 조화는 부족했다고 보는데요. 교향곡 코랄의 연주에서 성악가들의 소리가 잘 어우러지는 경우를 별로 자주 보지는 못해온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빗나가는 이야기이지만, 임헌정 지휘, 서울대음대관현악단의 말러 8번, 매우 인상적인 연주였습니다. 성실하게 애쓰는 진지한 연주 (근데 성악 솔로이스트들은 제외)

07/01/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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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곽승과 KBS교향악단 9번을 저는 라디오로 들었는데, 이번 서울시향 보다는 나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역시 소프라노 얘기 나오는데, 소프라노와 테너 참 안습입니다.

07/01/0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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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서울음대악단의 말러8번얘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역시 저도 그때의 솔로이스트들 얘기를 안할수가 없습니다. 왜 그렇게 하나같이 엉망인건지.. 2부 듣는 내내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그러다 프로그램에 써있는 약력은 또 어찌나 빽빽한지...위화감만 생겼습니다.

07/01/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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