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저두 아까 다녀왔습니다.
처음으로 클래식 연주회란 곳을 가보았습니다.
맨날 지겹도록 이어폰으로만 듣던 음악들을 라이브로 실제 들을 수 있다는 기대와 소문이 자자한 김선욱 군의 연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무작정 예매해놓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처음 베토벤 소나타 9번으로 연주가 시작됐을땐,
진짜 소리(이어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가
너무도 선명히,똑같이 들린다는 사실에 감격해서
한동안은 윗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습니다.--너무 좋아죽을것같더라군요. 입이 헤벌어지는 게 말이죠.
생초보 라이브 감상자인 제 감상은 kth2345님과
비슷합니다. 역시 같은 느낌이셨군요.
전 처음 베토벤 소나타는 좋게 들었구,
-앞서 말한 감동에 휩싸였던 시간들이었습니다. ^^
그 다음 모짜르트에서 첨에 헉 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유일하게 듣던 음반과(마리아 조앙 피레스)달라서였나봅니다. 피레스는 좀 조심조심 가볍게 쳤던것같은데, 선욱군은 대단히 힘을 실어 건반을 찍어내렸거든요. 이렇게 강한 모짜르트는 처음이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의 제 모짜르트의 이미지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이, 어린아이같이, 투명하게..이런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지라..
| 07/02/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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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다음 쇼팽 안단테 스피아나토 부분은 쬐금 더
섬세하고 느리게 연주했으면 어떠했을까 싶어,
살짝 아쉬웠지만,,(제 생각엔 좀 빠른 연주였던 것같아서), 폴로네즈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갠적으로 김선욱씨는 여성스런 왈츠쪽보다
남성적이고,힘찬 폴로네즈가 더 잘 맞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인터미션 후 리스트 b소나타!
솔직히 이 소나타는 연주 프로그램 곡목보고
처음 알았습니다,나름 예습하려고 해봤는데,
이상하게 귀에 들어오지 않아 앞부분만 듣고
중도포기했던 길고긴 소나타로 내심 걱정까지했어요.
아!..저 리스트 소나타 연주 끝나는 줄도 몰랐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주에 빠졌는데,
이 곡이 의미하는게 뭔진 몰랐지만,왠지 피아니스트의 생애,고뇌..같다는 느낌을 들으면서 했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김선욱씨가 거인같이 느껴지면서도 혼자 조명불빛아래 연주를 해나가는 사투(?)를 느꼈습니다. 무섭게 몰아쳤다가, 다시 잔잔해지고,
다시 고뇌가 밀려오고..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처음 간 연주회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문득 사랑에 빠진 선욱군이 연주하는 쇼팽연주(특히 왈츠나 피협으로)도 꼭 듣고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앵콜곡명 아시는 분 계신지요?
헝가리 무곡 1번밖엔 모르겠습니다. ㅠㅠ | 07/02/0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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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김선욱의 피아노 리사이틀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얘기가 많았지만 실제로 연주를 보는 것이 처음이라 사뭇 기대되더군요.
오늘 보니 일전에 다른 연주회에서 관객으로 와 있는 것을 보았을 때보다 다소
몸이 불어 있더군요.
전에 어디선가 담배를 끊고 있다는 것을 봤던 것 같은데, 그래서인가 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연주했는데,
잘 치긴 하지만 그렇게 강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곡 자체도 그렇게 강렬한 곡이 아니기도 하지만..
음색은 참 아름답더군요.
세번째로 쇼팽의 안단테 스피나아토와 그랜드 폴로네이즈를 연주했는데,
여기부터 그의 진가가 점점 느껴졌습니다.
안정된 기교를 바탕으로 이 대곡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데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뭐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냥 잘 한다...이런 생각까지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미션 후 연주한 리스트 소나타는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하게 만들더군요.
일단은 스케일이 정말 장대한 연주였습니다.
터치가 무척 강건하여 연주를 듣고 있자니 정말 대양 한복판에서 맹렬하게 넘실대는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더군요.
리흐테르가 생각나더군요...
강건한 것 뿐 아니라 민첩성에도 부족함이 없어
악마적으로 몰아치는 부분에서는 절절한 공포감을 자아냈습니다.
기교적인 부분도 완벽했고..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좀 섬세하고 디테일한 터치가 필요한 느린 부분에서도
너무 꾹꾹 누르는 터치를 했고
그로 인해 나긋나긋하고 세련된 느낌이 죽고 감성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기도 했으며
페달 사용이 좀 부적절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성장을 거치고 나면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을
자질의 소유자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놀랍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