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필하모닉 & 빅토리아 뮬로바 내한 공연(2015.10.21)
http://to.goclassic.co.kr/concert/2978
아마추어 감상자의 제대로 된 관람평은 아니지만...
저는 어제 합창석에서 들었습니다.

슈베르트 교향곡 9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황으로는 처음 접하는 곡들이라 연주회장에서는 어떻게 들릴까 궁금했습니다.
우선 말씀하신대로 영국 방송 오케스트라와 스페인 지휘자라는 그리 흔치 않는 이색 조합이어서인지 비록 합창석에서 들었지만 BBC 필은 섬세하면서도 현의 저역이 단단하면서 풍성하고 묵직한 독일 오케스트라 처럼 들리는 사운드를 냈는데 좀 의외였습니다. 예전에 실연으로 들었던 같은 영국의 런던심포니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는 조금 다른 듯 했습니다. 이 악단의 연주에서 왠지 모르게 이전에 예당 합창석에서 들은 시노폴리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연주가 연상이 되었습니다.
BBC 필의 전체적인 앙상블이나 음색은 대체로 좋았습니다. 특히 팀파니 주자의 아주 강력한 타건과 더불어 시벨리우스나 슈베르트 곡의 관현악 총주에서는 음을 남김 없이 발산시키면서 상당히 열정적이며 호방한 연주를 들려 주었습니다. 이 부분들이 약간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서 음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곤 했는데 울림이 많고 좌석 위치에 따라 음향이 고르지 않은 콘서트 홀 상태를 감안하면 지휘자가 음량을 약간 작게 제어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지만 제가 앉은 자리가 관현악 곡 듣기에 최적화된 위치가 전혀 아닌 점을 감안해야 겠죠.

첫 번째 연주곡인 현악 합주로만 구성된 브리튼의 심플 교향곡은 곡 자체가 가볍고 경쾌하면서 듣기에도 쉬운편이지만, 3악장의 '감상적인 사라방드'의 애잔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이 교향곡에 마냥 가볍지 만은 않은 깊이를 부여하는 곡인데 지휘자가 적절한 빠르기로 이 곡을 잘 이끌었습니다.

이날 제가 가장 몰입해서 감상한 곡이 뮬로바가 연주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는데 곡이 끝나자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더 군요. 오자와의 보스톤 심포니와 협연한 그녀의 유명한 필립스 데뷔 음반의 연주를 그대로 연주회장에 가져다 놓은 것 같은 거의 동일한 해석과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 연주였습니다. 1악장의 날선 강렬함과 함께 느린 악장에서의 사색적인 분위기 그리고 3악장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기이한 묘사도 쉬이 놓치지 않은 연주였습니다. 뛰어난 리듬의 관현악 반주도 좋았습니다. 10여년전에 계몽주의 시대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하여 거트현으로 된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뮬로바의 모차르트 협주곡(3,4번) 연주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한 기억 때문에 오늘은 그때의 아쉬움을 충분히 보상 받았다는 느낌입니다. 한때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었다고 하는 정확한 인토네이션에 현대적이고 시크한 그녀의 바이올린 음색이 홀 전체를 가득채웠습니다. 관객의 반응도 뜨거웠고 뮬로바는 앙코르 곡으로 바흐 무반주 소나타 1번 중에 한 곡을 연주했습니다.

휴식 후에 미완성 교향곡과 더불어 연주하기 아주 까다로운 슈베르트 9번을 스페인 지휘자가 어떻게 해석할까 은근히 기대되었습니다.
지휘자 후안호 메나가 슈베르트 교향곡 그레이트를 보는 주요 관점은 이 곡의 유려한 선율선보다는 리듬을 강조하여 빠르고 활기차게 연주했습니다. 이런 해석의 단점은 빠른 템포로 인한 짧은 프레이징으로 특히 1,2 악장에서 슈베르트 특유의 디테일이 풍부한 선율미를 놓칠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제가 즐겨듣는 가디너의 빈필 실황 음반과 많이 닮았습니다. 특히 1악장의 긴 안단테 도입부 이후에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부분을 알레그로에 방점을 두어 상당히 빠른 템포로 연주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시부를 반복한 연주를 더 선호하지만 지휘자는 이를 생략했고, 연주에 활기는 넘쳤지만 빠른 템포에 익숙한 저에게도 템포가 좀 너무 빠른 듯하여 1악장에서 슈베르트 반복적인 서정적 선율이 자아내는 특유의 분위기를 충분히 음미하기는 좀 힘들었습니다. 2악장은 적당히 빠른 템포에 생기가 넘치는 해석으로 이 곡 특유의 재치와 활달한 남성적 기상을 대체로 잘 드러낸 연주였습니다. 3,4악장도 역시 활기차고 힘차게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4악장에서 흥겨운 지휘자의 율동이 저를 저절로 웃음 짓게 하더 군요. 아주 다채로우면서도 곡의 구조와 형식미를 드러내면서 세세한 디테일을 잘 살린 잔 재미가 흘러 넘치는 연주까지는 아니어도 즐기기에는 충분한 연주였습니다.

여느 연주회와 마찬가지로 아쉬움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만족하고 즐길만한 좋은 연주였습니다. 특히 뮬로바가 들려준 시벨리우스 바협은 앞으로 좀처럼 다시 접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연주여서 더 기억에 남는 연주회였습니다.   
작성 '15/10/2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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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

참고로 라파엘 쿠벨릭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이 연주한 슈베르트 교향곡 9번을 올립니다. 이 곡을 좋아하시는 분은 한 번 들어 볼 만한 뛰어난 연주입니다. http://www.bis.se/naxos.php?aID=AUDITE92.542

15/10/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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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

저도 뮬로바의 시벨리우스 참 좋았습니다. 그 나이에 몸관리도 잘 했고, 제가 어릴때 많이 듣던 시벨리우스의 협주곡 음반이 뮬로바여서 감회가 깊더군요. 뉴욕에선 94년에 뮬로바의 베르크를 들었었는데 이번에 시벨리우스 듣게 되어 기뻤습니다.

15/10/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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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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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

기대 이상의 감상평을 올려주신 tuesday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의 막귀로도 "현의 저역이 단단하면서 풍성하고 묵직한 독일 오케스트라처럼" 들린다고 생각했는데 tuesday님도 그렇게 들리셨다니 더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내 귀가 막귀만은 아닌가?'하고 내심 흐뭇해하면서..^^;; 저도 합창석에서 공연을 감상했는데 그래서 오케스트라의 어우러진 하모니를 감상하긴 어려웠지만 대신 악기 파트별 연주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후안호 메나의 열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지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15/10/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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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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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

요즘 고클에 굵직한 공연의 후기도 잘 올라오지 않았는데 마침 ermitage님의 요청이 있어 한번 올려 보았습니다. 좋은 공연이었는데 저도 공연 후의 막연한 느낌을 글로 옮기다 보니 나름대로 정리가 잘 되고 또 느낌을 서로 공유하게 되어 더욱 좋습니다. 그럼 즐감하세요

15/10/3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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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뭔가 평행우주가 정말로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네요.

15/11/0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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