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베토벤 '영웅' 내한공연
http://to.goclassic.co.kr/concert/2986
공연일 : 2015년 11월 19일 (목)
지휘자 : 정명훈
연 주 :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연주곡 : 베토벤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3번


올해 가장 기대했던 연주회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공연 후기를 적겠습니다.

공연일인 11월 19일 목요일에는 마음 편히 연주회에 참석하려고
일부러 직장에 휴가를 낸 다음,
낮에는 개인적인 볼 일을 본 후에 여유있게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습니다.

예술의 전당 앞마당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인상을 가만히 정리해보니
90년대 초쯤 데논에서 나온 블롬슈테스트가 지휘하는 부르크너 7번의 연주를 들으며
이 악단과 처음 만났던 기억이 났고,
그때의 제 인상은 모노톤의 은은한 현소리와 목관악기의 풍요로운 음색이
무척이나 좋은 느낌으로 남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이 악단이 1548년에 창단이 되었다고 하니
올해로 467년 전통을 가진 그야말로 고색창연한 악단인데,
이런 악단의 연주를 실연으로 들을수있다니 다소 흥분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콘서트홀 안에 들어가보니 빈자리가 제법 눈에 띄는등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명성에 비하면
생각만큼 이 공연이 큰 호응을 받지는 못하는것 같았습니다.


좌석에 앉아 차분히 연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다보니
지난 여름에 이어 몇달만에 보는 지휘자 정명훈이 지휘대로 걸어나왔고,
막바로 1부의 연주곡인 베토벤의 교향곡 2번이 연주되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보면 베토벤의 교향곡중 가장 인기가 없는 이곡을,
드레스단 슈타츠카펠레는 의외로 너무나 산뜻하게 연주했는데,
곡이 진행될수록 넘치거나 모자르지 않게 중용을 지키며 매우 날렵한 연주를 했고,
이러한 하이든 풍의 자연스런 흐름속에 저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어갔습니다.

특히 마지막 4악장에서는
지휘자 정명훈이 현의 보잉을 다소 좀 길게 끄는 독특한 해석을 선보이며
듣는이로 하여금 잔재미를 느끼도록 해주었고
이렇게 집중해서 듣다보니 연주가 다 끝났을때에는
'베토벤 교향곡 2번이 이렇게 매력있적인 곡이었나...' 하는 감탄이 들 정도였습니다.

평소 음반을 통해 주로 이들의 브람스나 부르크너를 즐겨듣던 저로서는,
너무나 가볍고 산뜻한 이들의 연주에서
평소 가지고 있던 묵직한 느낌보다는
힘을 뺀 자연스러움으로 가득찬 화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1부가 끝난후 잠시 로비에서 쉰 저는
이날의 메인곡인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듣기위해,
큰 기대를 안고 다시 콘서트홀에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2부 시작이 되며 기다렸던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이 연주되었는데,
1악장 시작부터 힘차게 시작한 드레스덴의 연주는
저도 모르게 '정말 합이 잘맞는 연주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고
현 ,목관 ,금관 악기의 소리가 잘 혼합되어 듣기좋은 음향으로 흘러나왔습니다.


이윽고 활기찬 1악장이 끝나고 2악장 장송행진곡이 시작되었는데,
여기에서 비로서 음반으로만 듣던
드레스덴 현의 묵직하고 결 고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두터우면서 곱디 고운 입자들이 모인것 같은 고급스런 소리가 생생히 들렸고
'이런 연주로 브람스나 부르크너를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2악장 후미에 나오는 혼 소리가 또한번 저를 놀라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상승하는 혼의 음향이 긴 소리를 내면서 2악장의 하일라이트를 장식하는 부분이었는데,
드레스덴의 혼 연주자가
강렬하면서도 부드럽다는 이 모순되는 말을, 실제로 구현해내는,
빼어난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가냘픈듯 하면서도 둥글게 둥글게
넓은 콘서트홀을 구석까지 다 채우면서 부드럽게 흘러가는 혼 소리에
저는 감탄을 금할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이 혼 연주를 들은것 만으로도 본전은 단단히 뽑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그외 목관악기들인 플릇이나 오보에등도
꽤 안정된 연주실력과 기분좋은 음색을 들려주었습니다.

3악장은 정말로 깔끔하고 기본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었고,
이어진 마지막 4악장에선
마침내 연주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4악장에서~ '이게 바로 드레스덴 사운드야' 라고 뽐내듯이,
정말로 그들만이 낼수있는 드레스덴의 사운드를 마음껏 들려줬는데,
너무 몰입해서 듣다보니 격렬하게 움직이는 곡의 진행에
제 몸마저 함께 율동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결국 마지막 부분으로 치달으며 장렬한 총주와 함께 이날의 연주가 마무리 되었고,
그 순간을 좀 더 음미하고 싶었던 저는
일부러 박수도 안치고 눈을 감은채 잠시동안 그 여운을 즐겼습니다.

이윽고 눈을 뜬 저는,
천천히 박수를 치며 이날 훌륭한 연주를 들려준
지휘자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단원들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냈는데,
지휘자 정명훈은 베토벤 연주 이후에도 굳이 앵콜을 하려면
역시 베토벤 밖에 없다면서
베토벤 교향곡 7번 4악장을 앵콜곡으로 들려주었습니다.

이 보너스 연주도 참으로 대단했는데,
지휘자의 지시대로 격렬하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이들의 연주는
마치 곡예를 보는듯 듣는이를 많이 흥분시켰으며
마지막 고조되는 부분에선 다시 한번 가슴의 떨림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앵콜곡 없이 교향곡 3번까지만 연주했어도
이날 연주는 매우 만족스러웠을듯....)


앵콜곡까지 다 끝나고 나자 사람들은 기립박수를 쳤고
지휘자 정명훈과 드레스덴의 단원들은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면서
이날의 성공적인 연주를 자축하며 전체공연을 마무리 지었고,
큰 감동을 받은 저는 한동안 자리에 뜰수가 없었습니다.


우선 이날 들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실제 연주는,
제가 마음속에서만 상상하던~
모노톤 내지 흑백톤의 묵직하기만 한 연주라기 보다는,
의외로 할거 다 하는 꽤 칼라풀한 연주였고,
그와중에 틈틈히 보이는 아름다운 목관악기군의 음색과 결고운 현악기의 합주소리,
또 시끄럽지 않고 부드럽고 둥글게 울려 퍼지는 금관악기들의 조합이
우리가 기존에 알고있는 드레스덴만의 연주 스타일을
유지해가도록 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이날 오케스트라의 인원 구성이 고전 교향곡인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느라
50 여명 정도 밖에 안되는 비교적 소규모 구성이어서
상대적으로~ 담백하고 날렵한 소리로 들렸을수도 있겠지만
설사 4관 편성의 100명쯤 되는 부르크너급 악단원이 모여서 연주를 한다고 해도
이들 악단의 성격에는 큰 변화가 있을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이런 초일류 악단을 자기맘대로 쥐락펴락 하며,
소신껏 이들과 함께 자신만의 해석을 보여주는 지휘자 정명훈을 지켜보면서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도 이정도 지휘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겠구나' 하는
그의 음악적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할수있었으며,
연주가 끝난후에 다정하게 서로를 축하해주는 모습속에서는,
지휘자 정명훈과 이 악단의 '케미'가 정말로 좋구나 하는걸 직접 느낄 수 가 있었습니다.

이렇듯 만족감을 느끼며 예당 콘서트홀을 걸어나오는데
이날 왔던 관객들 대부분이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었으며
연주의 높은 퀄리티를 칭찬하는 말도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이날 들은 드레스덴의 사운드를 생각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견딜수있을 정도로,
이날 느낀 제 만족감은 무척이나 컸습니다.
얼마 안남은 올한해의 말미에 스스로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던 셈이지요.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 '15/12/02 10:01
sa***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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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

skD가 여러번 내한공연했지만, 세종에서 한 경우가 많아, 예술의 전당 두번째라고 합니다. 이번에 skD 사운드는 2010년 RCO, 2012년 BRSO 이후로 다시 한번 예술의 전당에서 사운드 자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사례인 것 같습니다. 2010년 이후 skD는 꽤 많은 블루레이를 발매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신있는 독오음악위주로. 실황사운드 명불허전이었고, 금년 4월 크게 실망을 준 RCO의 베토벤 2, 3번과 대비되어 더욱 돋보였습니다.
베토벤 짝수교향곡의 진가는 이런 소리라면 좀 더 잘 느끼겠죠.
호른 수석은 2번에서 좀 불안했는데, 3번에서는 정말 놀라운 소리였습니다.
이 공연 끝나고 블루레이로 skD 사운드의 여운을 계속 즐기고 있습니다. 바그너가 이 오케스트라에 보낸 찬사가 쉽게 이해가 됩니다. 현대의 균질화되고 있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차별화되는 매력..중요한 문화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정명훈 지휘자는 3번 해석에서 좀 흥분한 듯. 2년전 서울시향 대비 템포 편차, 다이내믹 편차가 과하여, 단일 악장 연주는 좋으나, 악장간 유기적 연결성은 약해졌습니다.
그리고 앙코르 선택 의문입니다. 왜 에로이카를 안티 클라이맥스로 만들까요?
관악연주자들도 너무 힘들 것이고.
연주 끝나고 청중들 기립 유도하는 모습 등 좀 작위적 느낌입니다.

15/12/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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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

리뷰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연주회장에 가지 못한게 천추의 한으로 남을 듯 합니다. ㅋㅋㅋ 베토벤 교향곡 2번 같은 경우. 저도 님처럼 브루크너, 브람스, 말러를 좋아해서 그런지 하이든 교향곡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가볍다 느껴져서 그런지 잘 듣지 않는데, 오히려 이런 곡을 수준 높은 실연으로 들었을 경우 그 곡의 진가를 알게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번 공연이 그랬던것 같네요. 리뷰덕분에 다음 SKD 공연은 꼭 가볼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15/12/0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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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

드레스덴의 안정적인 합주력에다가 정명훈 지휘자의 폭풍같은 열정이 더해지니까 정말 케미가 좋더라구요. 역시 좋은 오케스트라는 팀웍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가진 교향악을 각 파트들이 적절하게 치고 빠지면서 환상적인 음향을 구축하더라구요. 특히 1바이올린, 2바이올린을 지휘자 양옆에 배치하고 베이스를 지휘자 정면에 둔 전통적인 배치가 이러한 음향적 쾌감을 극대화한 듯 합니다. 트럼펫의 고색창연한 음색, 따뜻하면서도 품격있는 호른의 앙상블 등 어느모로나 부족할 바 없는 연주였습니다. 앙코르 분위기나 객석 반응도 아주 고양되었던 좋은 연주회였습니다.

15/12/03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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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

1, 2바이올린 좌우 대칭 배치는 베토벤 교향곡에서 대위를 잘 느끼는데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RCO가 베이스를 무대 중앙에 배치한 것은 음향적으로 효과적이지 못했고, skD나 3년전 BRSO와 같이 무대 왼쪽에 두는 전통적 방법이 더 낫더군요.

15/12/0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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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

그날 정명훈 지휘자가 기립 박수를 유도했지요.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아마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날 연주가 지휘자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대단히 만족스럽고 또 연주 또한 좋았는데 관객들이 앉아서 박수를 치니까 우수한 연주를 들려준 단원들에 배려 차원에서(지휘자의 나라니까)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수석객원지휘자라고 했던가요? 그 연주를 들으면서 느낀 점은 SKD와 베토벤교향곡 전집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음반이거든요. 꼭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국민들도 우리나라 사람이 지휘한 세계적인 연주단체의 베토벤교향곡 하나 쯤 가질만 한 것 아닙니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15/12/0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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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j***:

SKD의 소리는 정말... 아찔하더군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SKD만의 소리. jangeast님께서 언급하신 '중요한 문화재'라는 단어에 가슴 깊이 공감합니다.
정지휘자와 SKD와의 궁합이야 뭐.. 얼마전에 SKD와 독일에서 말러 교향곡 사이클도 하고, 드레스덴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드레스덴 대공습 추모 음악회'에서 올해 70주년 추모공연 지휘를 정명훈씨에게 맡길만큼 서로 신뢰하는 사이이죠. 50주년 지휘는 하이팅크가 했었습니다. 정씨가 SKD이끌고 투어도 많이 하구요. 저는 이번 공연 마지막에 정명훈씨가 일으켜도 악장이 일어나지 않고 '우리들도 너한테 박수치겠다. 관객들이 지금 너한테 이러는거다' 이런 제스쳐를 보이며 안일어나고 박수치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일으키려고 서로 옥신각신 하는 모습이 좀 재미있기도 했구요.

15/12/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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