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 헨델
http://to.goclassic.co.kr/concert/1277
"죽는 날까지 무대에 서고 싶어요."라는 인터뷰(바흐의 반주 없는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녹음하고 나서의)가 계속 귓가에 맴돈다. 사실 그것보다는 음반 취입 소감으로 그 음악을 작곡한 바흐에게 감사하다는 인상적인 말. 그런 겸손한 말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호기심에 그 음반을 들어보게 되었고, 그 이후 이다 헨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다. 한번 나도 무대에서 연주하는 그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행운의 기회는 찾아와서 모두가 아시다시피 지난 겨울로 예정되어 있었다. 잽싸게 공고를 보자마자 예매했으나(고클의 광고효과) 그런데 아뿔사. 논산 훈련소에서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가 나왔다. 4주동안 합숙 훈련을 하면서 유격 각개등의 군사 기술도 알려준다는 것이었다. 흑흑. 눈물을 머금고 표를 취소했지만훈련소에서 여기에 자주 오는 박O진 동지(와 같은 내무반에 있었다)편에 기쁜 소식을 들었다. 건강이 안좋아서 취소됐대. 그리고 그 후 다시 내한 결정-발견-예매-공연.

*

그의 소리의 특징은 굵은 소리. 날카롭지 않은 소리. 낮은 음역 중간 음역에서 특히 두꺼운 소리. 스포트라이트를 화려하게 받는 스타의 이미지가 아닌(실제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스타지만) 소녀의 이미지.

오늘 연주를 들으면서 참 슬펐다. 일단 아직도 건재하게 무대 위에서 우리에게 사랑스런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 감사하면서 들었다. 그의 소리는 음반에서 볼륨을 크게 켜놓고 들었을 때의 파워풀한 소리가 아니었다. 갸냘프고 힘든 소리. 우리의 소리 중에 왜 할머니들의 한맺힌 소리가 있지 않은가. 그런 섬세하고 애절한 소리였다.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는 연주자가 몇이나 있을까. 다들 헐리우드의 스타나 되는 것처럼 멋들어지게 연주할 수는 있지만.
소리의 크기가 크고 작고 하는 것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글쎄 개인적으로는 차이코프스키나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대변되는 마초(macho?)같은 근육질의 소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샤콘느를 연주할 때 글썽이더라(나만 그랬나?) 정말 팔에 힘이 없어 보였지만 마지막을 향해 연주하는 것처럼 최선을 다하는 힘겨운 모습. 그리고 실제로 그 소리는 기교에서 나오는 소리는 아니었다. 70년동안 갈고 닦은 그 소리. 이제는 음정이 정확하게 안맞고 이런 사소한 것들을 떠나서 죽지 않고 버티는 할머니의 처절한 생명력과 가운데 머리가 희끗희끗하지만 풋풋한 소녀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마 대가라고 하나보다.

"음악가는 안다. 자신의 팔에 힘이 없음을.
음악가는 안다... 자신이 원하는 소리가 나지 않고 빗나가는 음들. 어쩔 수 없음을.
지금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
내가 이 청중들에게 줄 수 있는 것.
바흐에게 바칠 수 있는 것은.
하나. 스러저 가지만 최선을 다해 한음 한음을 내는 것.
죽는 날까지 무대에서"

하지만 중간 휴식 이후의 관능적이면서 대중성 있는 바르톡 비에나프스키를 연주할 때 그래도 늙은이가 능청을 부리고 힘이 남아 있지 않은가 하고 감탄을 하도록 아주 신나게 연주. 그 할머니는 이제 자잘한 실수같은건 신경도 안쓰고 앵콜을 아주 여러개 들려주더라. 그것도 아주 신나게.
작성 '04/05/14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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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간혹 몇몇 군데에서 불안하기도 했는데,전설의 바이올린 음색은 여전하더군요.특히 말씀하신것 처럼 바흐 샤콘을 들을때는 머릿속에 추억의 필름이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덧붙여 협연한 델라헌트의 피아노 연주도 일품이었습니다.


04/05/1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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