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데우스 사중주단 DG 컴플리트 레코딩 70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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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봄에 영국 아마존에서 구입했었던 아마데우스 사중주단 DG 컴플리트 레코딩 70CD를 3개월 열흘 만에 세 번을 들어 보았다.

 박스반의 명칭은 아마데우스 사중주단 DG 컴플리트 레코딩이지만 DG 외에도 WESTMINSTER, DECCA, ARGO 등의 유니버설 뮤직 계열의 레이블에서 남긴 녹음 전곡을 수록해 놓은 박스반이기 때문에 아마데우스 사중주단 유니버설 컴플리트 레코딩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마땅한 박스반이다.

 유광 오리지날 커버 슬리브를 채택한 박스반이다.

 사실, 자신이 실내악곡들을 즐겨 듣는 편이지만 현악 사중주는 그리 즐겨 듣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대체로 딱딱하고 건조하며 현악기뿐인 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와 첼로 1대로 이뤄진 악기 구성에서 나오는 음색이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탈속적이고 정갈하고 예민한 음색들이 찌든 마음속을 이지적으로 가라앉혀 주며 고전 음악의 직선적인 정수를 만끽하게 해 주는 면도 다분하기 때문에 섣불리 멀리 할 수만도 없는 게 현악 사중주곡들이다.

 유태계 오스트리아인으로서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피신한 세 사람, 즉 제1바이올린의 노르베르트 브라이닌(1923~2005), 제2바이올린의 지크문트 니셀(1922~2008), 비올라의 페터 시들로프(1922~1987)는 영국의 수용소에 있다가 영국의 여성 피아니스트인 미라 헤스와 영국의 작곡가인 랠프 본 윌리엄스의 도움으로 수용소를 나오게 되어 영국인인 첼리스트 마틴 로벳(1927~ )을 영입해서 1947년에 아마데우스 사중주단을 창단하게 된다.

 아마데우스 사중주단은 단 한 번도 단원을 바꾸지 않고 만 40년간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면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다가 비올리스트 페터 시들로프가 1987년에 사망하자 결원을 보충하지 않고 앙상블을 해체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이 현악 사중주단은 이렇게 아쉽게도 활동을 중단하게 되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이름을 따서 현악 사중주단의 명칭을 정했기에 이 앙상블의 모차르트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 23개의 현악 사중주 전곡부터 안드레아스 블라우와 함께 연주한 4개의 플루트 사중주 전곡, 저베이스 드 페이어와 함께 연주한 클라리넷 오중주, 로타 코흐와 함께 연주한 오보에 사중주, 게르트 자이페르트와 함께 연주한 호른 오중주, 발터 클린과 함께 연주한 2개의 피아노 사중주 전곡이 좋았다. 그 반면에 세실 아로노비츠가 제2비올라로 가세한 6개의 현악 오중주 전곡과 클리포드 커즌과 함께 연주한 2개의 피아노 사중주 전곡은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베토벤의 곡으로는 17개의 현악 사중주 전곡,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와 함께 연주한 3개의 피아노 사중주 전곡이 좋았다. 그런데 이 피아노 사중주곡들은 훌륭한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고클 디스코그래피에 등재된, 전곡을 연주한 사람이 이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와 필립 카사르 등의 2종류밖에 없어서 매우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람스의 곡으로는 세실 아로노비츠가 제2비올라로 가세한 2개의 현악 오중주 전곡, 세실 아로노비츠와 윌리엄 플리스가 제2비올라와 제2첼로로 가세한 2개의 현악 육중주 전곡이 절대적인 명반으로 자리잡고 있고 에밀 길렐스와 함께 연주한 피아노 사중주 제1번도 절대적인 명반이며 칼 라이스터와 함께 연주한 클라리넷 오중주,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와 함께 연주한 피아노 오중주도 빼 놓으면 섭섭한 명연주다. 이런 성과로 인해서 아마데우스 사중주단은 그 명칭에 비해 모차르트보다는 브람스를 더 잘 연주했다는 중평이 지배적이다.

 슈베르트의 곡으로는 현악 사중주 제14번 "죽음과 소녀"의 스테레오 레코딩과 디지탈 레코딩, 에밀 길렐스와 함께 연주한 피아노 오중주 "송어", 윌리엄 플리스가 제2첼로로 가세한 현악 오중주의 스테레오 레코딩, 로베르트 코헨이 제2첼로로 가세한 현악 오중주의 디지탈 레코딩이 인상적이고 훌륭한 명연주다.

 드보르작의 현악 사중주 제12번 "아메리카"의 2종류의 스테레오 레코딩도 인상적인 명연주를 들려준다.

 여기서 스테레오 레코딩이란 아날로그 스테레오 레코딩(ADD)의 줄임말이고 디지탈 레코딩이란 디지탈 스테레오 레코딩(DDD)의 줄임말인데 이렇게 통상적으로 쓰이는 줄임말에도 어휘의 오류를 따지는 사람도 있어서 통상적(通常的)인 용례(用例)임을 부기해 둔다.

 영화가 끝난 직후 스크린 자막을 통해 제공되는, 영화 제작과 관련된 상세 정보를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s)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관용구(慣用句)처럼 쓰이는 말인데 모르면 한번 검색해 보지도 않고 단어 하나하나의 뜻만 따져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따지는 사람도 있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아무튼 현악 사중주곡들은 친해지기 어려운 곡들이 많다. 이 박스반에는 하이든의 현악 사중주곡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하이든의 현악 사중주는 많이 들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특출난 곡이나 연주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종달새"는 이탈리아 사중주단과 비교할 만한 연주는 아니었다.

 한 번 들을 때와 두 번 들을 때, 그리고 세 번째로 들을 때의 감흥이 다 달랐다. 이 박스반에 수록된 아마데우스 사중주단의 연주들 중에서 이미 4분의 1 가까이는 다른 음반들로 오래 전에 접해 봤었지만 아직 들어보지 않거나 파일로만 한두 번 접해 본 연주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귀에 익어갔다.

 처음에는 낯설고 따분하게까지 들리기도 하던 연주들이 서서히 귀에 익어가니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낯익고 살갑게 들려오는 것이다.

 고전 음악을 일상생활의 배경 음악 정도로 틈만 나면 늘 들으면서 무의식적으로 흘려 듣는 경우도 많지만 그러다가 일시적으로 집중하여 듣게 되는 경우에는 그 감흥이 배가되는 경우가 많다. 대중가요처럼 몇 분에 끝나는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30분 이상 몇 시간까지 계속해서 집중하여 듣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사람은 뭔가 보면서 다른 일을 하기는 어려워도 뭔가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하기란 쉽기 때문에 음악이란 영화 같은 영상물처럼 그 영상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되니 더 친숙하고 더 부담이 가벼운 취미가 되는 것 같다. 이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마데우스 사중주단은 20세기 최고의 현악 사중주단이다. 첼리스트인 마틴 로벳을 제외하면 그들은 이미 다 고인이 됐지만 그들이 남긴 연주는 그 매체가 어떻게 진화되든지 오래도록 보존되어 고전 음악 애호가들에게 들려질 것이다.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영원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럴 가치가 있는 예술만이 길거나 영원할 것이다.

 

 

작성 '19/08/24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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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저도 두번째 청취를 진행중이지만 아마데우스는 여전히 베토벤보다는 브람스가 낫네요.^^ 물론 하이든이나 모차르트를 비롯한 여타 현사도 다시 듣게되는 기회가 있어 좋습니다. 70장이나 되는 현악사중주 박스세트인데 전작감상에 참고가 되는 감상기 감사합니다.

19/08/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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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p***: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흐뭇합니다.
브람스와 모차르트, 베토벤이 이 박스반의 정수라고 생각합니다.

19/08/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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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

글 잘 읽었습니다. 이 박스를 구매할까 생각 중인데 참고가 많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19/08/2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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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p***:

참고가 되셨다니 저도 흐뭇합니다.
현악 사중주 박스반으로는 소장 1순위라고 생각합니다.

19/08/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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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알반베르크사중주단의 EMI전집도 warner에서 발매되면 좋겠네요

19/08/2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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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p***:

네, 머지않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19/08/2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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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이 연주단체의 음반이 기왕에 많은지라 따로 이것을 구입할 수는 없군요.
그런데, 저도 요즘 이런 저런 연주단체의 음반과 아마데우스의 음반을 비교해서 들어보면, 이 연주단체가 너무 음반이 많아서 희소성 없다는 이유로 너무 과소평가된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베토벤 현악4중주곡(주로 후기만 듣지만)을 듣다가 깜짝 놀랐어요. 녹음 시기를 고려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주 능력있으면서 성실한 연주단체였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19/09/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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