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장의 LP]비로소 빛을 본 하이든 첼로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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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바하를 비롯하여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 등의 작곡가들이 쓴 모든 음악들을 녹음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간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소 그 열기가 식었으나, 여전히 음반 회사들은 한 작곡가가 남긴 모든 곡을 몇 장의 음반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곡 녹음작업의 배후에는 해당 작곡가의 작품이 거의 모두 다 찾아내어지고 검증을 거쳤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모차르트의 교향곡이 41곡이라는 상식도 파괴되고 유명 작곡가들의 잘 알려져있지 않은 작품들이 갑자기 유명해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도 어느새 4곡으로 늘어나 있습니다...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날 하이든이 작곡한 것으로 인정받고 녹음도 이루어져 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어느 곡도 1960년대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거나, 혹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인정을 못받고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다(C)장조의 협주곡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프란츠 요세프 하이든(Franz Joseph Haydn:1732 - 1809)은 목수와 요리사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하여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빈으로 진출했던 사람입니다. 어렵게 음악 공부를 하고서 아슬아슬하게 귀족들의 도움을 받아 음악적 재능을 조금씩 인정받던 그에게 1761년이야말로 인생에 있어서 세 번째의, 그리고 가장 큰 기회가 찾아온 해가 아니었나...싶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안톤 에스테르하지(Esterházy) 후작은 1761년부터 계약서를 통하여 그를 자신의 악단 음악 감독으로 고용하고서 많은 권한을 부여해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하이든의 모든 능력은 제대로 발휘되고 그리고 최고의 꽃을 피워내게 됩니다. 

그는 처음에는 작은 연주 그룹이었던 에스테르하지 악단을 점차 큰 규모의 악단으로 키워내면서 합창단까지 만들어갔고, 음악적으로 전 유럽의 인정을 받아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많은 우수한 연주인들이 이 에스테르하지 악단을 거쳐가면서 유수의 연주단체로 만들어 주었었는데, 이들 가운데는 요세프 프란츠 바이글(Joseph Franz Weigl)이란 첼로 주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1761년부터 1769년까지 이 악단에 있으면 하이든과 대단히 친해졌습니다. 

하이든이 에스테르하지 악단을 맡아 조련하고 규모를 키우면서 질적 양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자신의 계발에 나서기 시작하였습니다. 즉, 작곡을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창작 능력을 서서히 발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시기는 아직 본격적인 교향곡을 쓰기 이전인 바로크 양식의 흔적을 지닌 음악들을 쓰기 시작하는데, 특히 협주곡과 작은 규모의 관현악 분야에서 몇몇 뛰어난 작품들을 지금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창작의 시작과 함께 친한 친구를 위하여 첼로를 위한 협주곡을 써주었었는데(O. Pulkert), 1769년 바이글이 동 악단을 사임하면서 그 협주곡의 존재 여부가 그만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이 곡의 필사 복사본을 하나 만들어서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필사했던 사람이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이 악보는 에스테르하지 악단을 거쳐간 몇몇 보헤미아(체코-모라비아-슬로바키아) 출신 연주자들의 손으로 들어간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그 가운데서 프란티섹(프란츠) 므라브(František Mrav)란 바이얼린 주자가 있었는데, 그는 에스테르하지 악단으로 오기 전 프라하의 콜로라트(Kolowrat) 공작의 악단에 있었습니다. 므라브가 나중에 다시 프라하로 돌아간 것은 분명하며, 이때 이 필사본이 함께 보헤미아로 흘러든 것이 아닌가...추정합니다. 그 이유는...?

이 콜로라트 악단을 조직한 필립 프란츠 콜로라트-크라코우스키(Philip Franz Kolowrat-Krakowski:1756 - 1836) 공작은 자신의 악단을 만들어서 운용하는 한편 많은 작품들의 악보를 모았습니다. 이를 콜로라트 콜렉션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나중에 곳곳에서 모아진, 작곡자를 정확히 알 수 없거나 분류가 어려운 여러가지 악보와 음악적 관계서류 등이 모여진 '라데닌 묶음(Radenín Fund)'을 이루어 프라하 국립 박물관에 보관되어져 왔습니다.

1959년 하이든의 서거 150주년 기념 행사가 프라하에서도 성대하게 열렸었는데, 그 직후 프라하 국립 박물관의 음악 분과 연구원이었던 올드르지히 풀케르트(Oldřich Pulkert)는 이 라데닌 묶음을 연구하던 중 새로운 첼로 협주곡의 필사본을 발견하고 약 2년간의 연구를 거쳐 이것이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임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 몇 가지 확고한 증거가 있었으니, 그 첫번째가 바로 하이든의 엔트부르프-카탈로그(Entwurf-Katalog)로서, 여기에는 하이든이 작곡하고자 의도한 주제들이 실려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첼로 협주곡의 주제와 같은 것이였습니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풀케르트의 연구 결과는 쾰른에 소재하고 있던 요세프 하이든 기관(Joseph Haydn Institute)의 장이었던 게오르크 펠더(Georg Felder) 박사에 의해 재검토되고 마침내 확실한 하이든의 작품으로서 인정받아 호보켄 번호인 Hob. VII b:1으로 등재되었습니다.

풀케르트는 필사본을 엔트부르프-카탈로그 외에 전하는 파트부 필사본 등의 조각 등과 정밀하게 대조해보니 누군가가 필사를 하면서 원곡보다 좀 더 개선된 관현악곡이나 주제 전개부를 만들었다는 것도 함께 알아내었습니다. 요컨대 이 필사본은 만들어지면서 음악적으로 전문가의 손길을 탔다는 것이죠...그리고 그때 당시의 에스테르하지 악단의 현악기 규모나 실제 연주 행태가 어땠는지를 규명하는 좋은 자로서도 그 가치는 소중한 것이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잘 정리된 필사본은 1962년 마침내 체코슬로바키아 국영 출판국인 아르티아(Artia)에서 악보로 출판이 되기에 이르렀으며, 같은 해에 열린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제때 찰스 멕케라스(Charles McKerras)가 지휘하는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의 반주와 밀로슈 사들로(Miloš Sádlo)의 첼로 독주로 초연되었습니다.




이 음반은 처음으로 녹음된 것인데, 독주자는 밀로슈 사들로지만 반주를 맡은 것은 알로이스 클리마(Alois Klíma)가 지휘하는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입니다. 비록 모노럴이긴 하지만 독주를 맡은 첼리스트 사들로는 대단히 조심스러우면서도 정확하게, 그리고 적절한 감정 표출까지 섞어서 첫 레코딩 음반으로서의 가치를 더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떠오르는 '동구권의 카라얀'으로 불리우게 되는 뛰어난 신예 바츨라프 스메타체크와 즈데넥 할라발라나 알로이스 클리마 같은 중진들이 잘 조련하여 당시로서는 대단히 뛰어난 연주 실력을 보여주던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의 연주도 곡의 격조를 한층 살려주면서 하이든의 개성과 바로크적인 양식을 잘 나타내어주고 있습니다.

장한나나 요요마의 텔레비젼 방송에서 보듯 이 곡, 특히 3악장은 마치 첼리스트의 기교가 어디까지일까를 시험이나 하는 듯이 '질주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며 일반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곡이지만, 1악장의 엄정단아함과 2악장의 아름다움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바로크-고전 양식의 협주곡입니다. 그리고 이 음반은 이러저러한 의미를 담은 음반이면서 동시에 밀로슈 사들로의 이 곡과 하이든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깊은 천착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호연이기도 합니다.

* 음반 정보 : Supraphon SUA 10495 ⓒ 1963


 = 2007. 1. 8    
작성 '08/01/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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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즐거운 지적 체험이었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08/01/0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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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u***:

조희영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는 요즈음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에 푹 빠져 있습니다.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정말 충만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08/01/1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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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마리아 클리겔 - 하이든 첼협1.2,4번(낙소스)
정말이지 강춥니다. 500번은 들은 것 같은데 들을 때마다 행복합니다.

08/02/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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