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 온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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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 온 음반' 하니 어감이 좀 이상하네요.

저는 10대 말에 알게 된 친구들이 우연히 음악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친구들 덕에 여러 장르의 음악을 자의반 타의반 듣게 되었고 클래식도 그때 더 친숙해 졌지요.

이후 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다 보니 만남도 뜸해지고 안부 주고 받는 정도로 서로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모임을 가지게 되고 서로 사는 모습 알려가며 지내게 됐습니다.

그 중 한 친구의 집을 놀러가게 되었는데 못보던 낡은 텐테이블에 작은 방엔 LP가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이 친구는 예전에 상당수의 LP를 보유하고 있어 친구들이 자주 모여 들곤 했는데 CD가 나온 이후 그 많던 LP를 모두 처분하고 CD로 전환을 했더랍니다.

그런 친구집에 LP가 보이니 의아했죠.

그 이유를 물었더니 길을 가다 음반점도 아닌 상점에서 음악이 흐르는데 너무 좋아 들어가 보니 낡은 LP에서 나오는 소리더랍니다. 그 순간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집에 돌아와 같은 곡이 들어있는 CD를 찾아 들었는데 도무지 그 소리가 나오지 않더랍니다.

한참을 고민 끝에 LP 몇 장과 오디오를 구해와 음악을 들으니 너무 편해고 좋다는 군요.

 

몇 달이 지나 그 친구 생각이 나 친척집에서 모아온 LP 몇 십장을 들고 놀러 갔습니다.

재즈와 프로그래시브 위주고 클래식은 몇 장 정도.

LP를 본 친구 눈이 반짝이더군요.

제가 CD도 다 처분하느냐 물으니 차츰 차츰 그럴 생각인데 잘 모르겠다는군요.

예전에 그 많던 LP 처분하고 다시 장만할 생각하니 아득하고 혹시 나중에 변덕으로 CD를 다시 찾게 되면 그도 난감한 일이라 LP 구입 비용 보조하는 수준에서 처분하겠다는군요.

이참에 저도 몇 장 챙겨 갈 요량으로 LP를 그리 모아주었으니 나도 CD 몇 장 다오 하니 LP에 정신이 팔려 건성으로 몇 장 들고 가라는 군요.

아직 많이 남은 CD를 둘러보니 역시 미개봉반이 많더군요.

이 친구는 예전부터 같은 음반을 여러 장 구입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음반이면 혹시 분실하거나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하여 여분으로 사두고 보관하는 것이지요.

처음엔 저나 다른 친구들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음악감상도 유복하게 한다고 흉을 봤지만 나중에 이리 저리 절판, 폐반이 되는 모양새에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지요.

저도 예전에 놀러온 조카의 만행에(CD를 원반던지기 놀이 등등으로 사용했다는 군요) 콘드라신 지휘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집, 보로딘 4중주단의 현악4중주전집, 리히터의 프라가 전집 등이 복구 불능 상황으로 된 이후로 중복 구매하여 미개봉반을 쌓아 놓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

요즘 아라우의 연주를 듣고 있는데 눈에 확 띄는 음반이 있더군요. 그래서 몇 박스를 집었습니다.

아래 음반들이죠.

 

Shum:Vol.8   Arrau-Edition (Liszt)   Sinfonien 1-10 / Lied von der Erde

 

아라우의 슈만과 리스트 곡집, 텐슈테트의 말러 교향곡 전집 박스물

이 미개봉 음반들을 어디서 구했나 싶더군요.

말러 쥬얼케이스 박스물은 생전 처음보는 음반이더군요.

집에 종이 박스로 발매된 전집 음반이 있었지만 처음 보는 음반이라 집어 들었지요.

예전에 사놓고 여즉 보관하던 음반이냐 물으니 화들짝 놀라는 눈치입니다.

설마 이 음반들을 집어 올까 했던가 봅니다.

이 친구 수집벽도 대단하여 꼭 구하고 싶은 음반은 비싼 가격을 주고라고 해외, 국내 가리지 않고 구하는데 이 음반들도 그런 음반들인 듯 합니다.

이 친구 그 음반은 해외에서 구한 음반이라며 가격을 묻는 저에게 고개를 저으며 들고 가라는 군요.

기쁜 마음에 냉큼 들고 오기는 했는데 차마 개봉은 못했습니다.

음반 귀히 여기는 마음이야 저도 그 친구 못지 않아 두고 두고 속을 끓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쉬 손이 안가는군요. 한동안 변심하지 않을 지 연락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저와 인연이 있다면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하겠습니까.

작성 '06/09/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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