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전자음악은 독주곡으로 분류하시면 무난하겠습니다. 한 사람이 연주한 것일테니까요. 오르간 곡이 독주곡에 분류되는 것과 그 결과만 놓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르간도 매우 다양한 악기소리가 나니까요. 단, 순수 전자음악이라도 여러 사람이 연주한 것이라면 실내악으로 분류해주세요.
사람이 전자악기를 연주한 것이라면 당연히 말씀대로 해야겠습니다. 허나 제가 말하는 전자 음악이란 악기가 전혀 없고 작곡가가 음향 스튜디오에서 신디사이저와 같은 전자 장비를 사용하여 음을 창조하고 변조하고 합성하여 그것을 이어붙인 마그네틱 테이프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구체 음악'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연주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없다는 거죠. 음반도 당연히 이 테이프를 수록한 단 하나의 형태만 존재 가능합니다.
물론 작곡가 자신이 전자 장비에 능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음향 엔지니어들의 도움을 받고 그들과 협력하기는 합니다. 이런 음반들은 대부분 엔지니어와 음향 감독의 이름을 밝혀놓지요. 하지만 이들을 '연주자'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들은 단지 음향 가공 작업을 통해서 작곡가가 원하는 소리를 찾아내어주고 기술적인 도움을 줄 뿐, 음향을 믹싱, 편집하고 완결된 테이프를 만드는 것은 작곡자의 몫이니까요.
현대 작곡가들 중에는 전자 음악을 쓴 사람이 많고
그런 작품을 수록한 음반도 적지 않습니다.
전자 음악과 전통적인 기악, 성악이 함께 앙상블을 이루면서 연주되는 형태의 작품은 실내악에 넣으면 되겠지만,
작곡자가 스튜디오의 장비를 이용하여 편집한 순수 전자음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