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만 듣고나면 살맛이 난다(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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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곡만 듣고 나면 살맛이 난다(148)

                  두다멜이 지휘하는 라틴 아메리카 음악 -FIESTA(축제)


평소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지만, 1년에 단 한 차례 사월초파일에만 출입을 허락하는 절집이 둘 있는데, 영천 은해사의 부속암자 백흥암과, 문경 봉암사가 이에 해당되는 절집들이다.


올 사월초파일에는 문경 봉암사를  두 번째로 찾아갔는데, 하고 많은 절집을 다 제쳐두고 문경 봉암사를 택하게 된 것은, 사월 초파일이 아니면 출입을 할 수가 없는

절집이기에 찾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더 큰 이유는 문경 봉암사만이 갖고 있는 봉암사 결사의 치열했던 구도 현장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 봄으로서 엄벙덤벙 되는 대로  살아온 것만 같은  내 지난 생애를 이번 기회에 한번 되짚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봉암사 결사는 1947년 가을, 성철, 청담, 자운, 우봉, 보문, 향곡스님등이 봉암사에 모여 “부처님 법대로 한번 살아보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별도의 결사문은 작성하지 않았지만, 대신 18개에 달하는 공주규약((公住規約:공동으로 지켜나가자는 규약)을 만들어 놓고 그 규약을 수행과 생활의 근간으로 삼아 실천에 옮겼던 일종의 불교정화 운동이었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불교계에서는 제일 먼저 서둘러야 할 일은  식민지 불교의 잔재 극복과 새 시대에 걸맞은 불교상의 정립이었다.

미군정의 기독교 우대정책에다, 불교계의 분열, 일제 식민지의 잔재였던 대처승들의

기득권 유지책등,  불교계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혼미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런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정화운동이었기에 봉암사의 결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들고 혹독한 수행방식이 되었다.


결사에 참여한 스님들이 지켜나가야 할 18개의 공주규약 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요하는 몇 가지를 들어보면,


3조: 일상에 필요한 물품은 스스로 해결한다는 목표아래 물 긷고, 나무하고, 밭일하고, 탁발하는 등 어떠한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3조의 이행을 위해 스님들은 밥을 하는 일에서부터 나무하는 일, 밭 매는 일,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삯군이나 일군 없이 자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가야만 했다).

4조: 소작인의 세금과 신도의 보시에 의존하는 생활은 완전히 청산한다.

 ( 소작인들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소작료를 없애는 것은 물론, 일반 신도들의 보시에 의존하는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승려가 신도들을 위해 불공을 드리던 관행과, 축원을 모두 금지하였으며, 천도재를 지내주는 것마저 금지 해 버리고 나니, 신도들은 모두들 하나 둘씩 절집을 떠나버렸다고 함)


49재마져 스님의 주재 하에 지내주지 않았더니 어떤 신도 한분이 성철스님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고 한다.

   

“스님께서 재까지  지내주지 않으면 그럼 스님들은 무엇을 먹고 삽니까?”

성철스님 대답하기를,

“우리 사는 것은 걱정 마시오. 산에 가면, 소나무 솔잎 꽉 찼고, 개울에 물 졸졸 흘러내리고 있고, 우리 사는 것은 걱정 말고 당신 들이나 잘 하시오”라고.

 

8조: 가사는 마(麻:삼베)나 면(綿)으로 한정하고 이것을 괴색한다.

   (당시 승려들이 입고 다니던 승복은 모두가 비단 옷이었다. 그러나 비단으로 된 가사나 장삼은 일체 입지 못하게 하고, 승복의 색상도, 푸른색(靑), 누른색(黃) 뷹은색(赤) 힌색(白),검은색(黑 )은 입지 못하고 (괴색:검 붉은 자목련의 색)으로만 입게 하였다.)


13조: 공양은 정오가 넘으면 할 수 없으며 아침은 죽으로 한다.


이렇게 힘든 수행정진에도 불구하고 봉암사 결사는 맨 처음에 7-8명 스님으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20명, 30명, 50명으로 점점 불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1947년 가을부터 시작된 결사는 1950년에 들어서자 봉암사 인근의 빨치산의 출몰과 , 6.25전쟁 등, 외부의 요인으로 인하여  2년 6개월 정도 지속되다가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하고 해체할 수밖에 없는  미완의 결사가 되고 말았지만, 결사를 주도했던 스님들의 원력과 그 정신은 한국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 획기적인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봉암사는 보물급 문화재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번쯤은 봐 두어야 할 문화재로는 1963.1.21 보물 제138호로 지정되었다가, 47년만인 2010.1.4 국보315호로 신분(?)이 격상된 “ 봉암사 지증대사 적조탑비”이다.


이 비는 최치원이 지은 사산비명(四山碑銘)의 하나로 통일신라 때 세워졌는데, 구산

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희양산문(봉암사)의 개조 지증(智證 824-882)을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3,800여자에 달하는 이 비문은 고운 최치원이 지었는데, 글씨는 비를 세울 당시 83세였던 분황사(芬皇寺) 승려 혜강(慧江)이 쓰고 각자(刻字)까지 한 것으로 밝혀져 있어 한국 서예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최치원은 당나라에서 귀국한 후 4개의 비문을 지었는데, 4개의 비문 중 현재  그 존재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는 초월산대숭복사비(初月山大崇福寺碑) 를 제외한 나머지 현존하는 3개의 탑비 가운데 2010.1.4  희양산봉암사지증대사적조탑비(曦陽山鳳巖寺智證大師寂照塔碑)가 보물에서 국보 315호로 승격됨에 따라 3개의 탑비 모두가 국보로 지정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숭엄산성주사대랑혜화상백월보광탑비(崇嚴山聖住寺大朗慧和尙白月葆光塔碑: 국보 8호). 지리산쌍계사진감선사탑비(智異山雙溪寺眞鑑禪師塔碑: 국보 47호).


봉암사를 창건한 지증대사는 입적하기 한 해전인 헌강왕 7년(881)에 심충(沈忠)이란 사람이 희양산에 있는 땅을 제공하면서 절을 지어줄 것을 간청하자, 봉암사

주변지형을 두루 살펴보고는, “산이 사방으로 병풍같이 둘러막고 있슴을 보니, 붉은 봉황의 날개가 구름 속으로 솟구쳐 오르는 듯하고, 물이 백 겹으로 띠처럼 두른것을 보니, 이무기가 허리를 돌에 대고 누워있는 것 같구나. “이 땅을 얻음이 어찌 하늘의 돌봄이 아니겠는가? (獲是地也 ,庸非天乎) 이곳은 승려들의 거처가 되지 않으면(不爲靑衲之居) 도적의 소굴이 될 땅이로구나(其作黃巾之屈) 하면서 봉암사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지증대사 적조탑비에 기록되어 있다.


지증대사는 봉암사의 지세를 보고 절이 들어서지 않으면 도적의 소굴이 될 땅이라고 예언을 하였는데, 그 예언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1947년에는  봉안사결사가 이곳에서 일어나 한국불교가 나아가야할 뚜렷한 방향을 제시해 주었고, 1982년에는 조계종단이 이곳을 특별수도원으로 지정하면서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오직 수좌들로 하여금 용맹정진 자신과 싸우며 치열한 구도의 길을 걷는 지역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개창조 지증대사의 예언이 정확하게 들어맞은 셈이다.


치열한 구도의 현장 봉암사를 돌아보는 동안  불현듯이 내 머릿속에 떠 오른 것은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1 만 시간의 법칙>이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스스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루 3시간씩 10년 (1만 시간) 동안 죽어라 노력을 쏟아 부었더니, 무엇을 이루어도 이룰 수가 있었더라는  이야기다.

이날 나는 봉암사에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세상을 살아오는 동안 나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1만 시간은 고사하고, 단, 5천 시간이라도  죽어라 노력을 쏟아 부어본 적이 없는 삶을 살아온 것만 같아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봉암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 밤,  나는 베네수엘라가 낳은 젊은 거장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 1981- )이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녹음한 라틴아메리카 춤곡들로 채워진 FIESTA(축제)

음악을 들으면서  봉암사에서 느꼈던 부끄러움을 잠시나마  무장해제 시켜버릴 수있었다.


2009년 10월, 28세의 젊은 나이에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하여 승승장구하고 있는 지휘자 구스타보 두나멜과, 클래식 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모두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시스템인 <엘 시스테마, EI Sistema>가 길러낸 보석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엘 시스테마,EI Sistema>의 정식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Fundacion del Estado para el Sistema Nacional de las Orquestas Juveniles e Infantiles de Venezuela, FESNOJIV)인데 처음 시작은 참으로 초라하였다.

1975년 베네수엘라의 음악가이자 경제학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 박사는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빈곤층 청소년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엘 시스테마>의 시작이었다. 


맨 처음에는 11명의 청소년들을  수도 카라카스의 허름한 창고 건물에 모아놓고

시작하였는데, 시간이 지나자 마치 들불이 번지기라도 하듯 빠른 속도로 파급되어 현재 엘 시스테마가 만든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 전역에 200여개를 넘었다고 한다.

엘 시스테마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빌려줄 뿐 아니라 레슨 또한 무료다

레슨은 그룹으로 이뤄지고, 기초를 터득한 아이들은 더 나이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식으로 전국 100여개의 학교에서 매주 여섯 차례씩 함께 연습을 한다고 한다.


청소년 교육에 음악을 접목시켜 음악으로 가족, 이웃,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어내는  이 기적같은 프로그램을 세계가 주목하여, 현재는 이 프로그램을 많은 나라에서 벤치마킹 해 가고 있으며, 2015년까지 50만 명의 어린이를 <엘 시스테마>로 교육 시키겠다는  원대한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고 하니, 부러움이 앞선다.


나는 베네수엘라 음악교육의 기적 <엘 시스테마>를 다룬 스페셜 다큐멘터리<음악의 기적-THE PROMISE OF MUSIC)을 즐겨 보곤 하는데, 이 DVD를 볼 때 마다

<엘 시스테마>가 길러낸 젊은 거장 지휘자 두다멜의 말이 내 귓전을 아프게 때린다.


“음악은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고, 이제 음악은 우리의 삶 그 자체입니다.

<엘 시스테마>  이것은 세계가 필요로 하는 미래입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음악을 듣고, 음악을 즐기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

이것이 베네수엘라에서는 가능한데 왜 다른 나라에서는 안 된단 말입니까? ”

두다멜의 반문은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젊은 거장 두다멜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녹음해 놓은 피에스타( FIESTA).

이 한 장의 음반을 듣는 동안 내내,  음악은 나를  활화산처럼 활활 타오르는 그들의 축제 현장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음악을 듣는 순간/ 나는 한 마리/ 꿀벌이 된다.

음 깊숙이/ 영혼을 꽂아 넣어/음의 정기를/ 마음껏 빨아들이는/

가슴 떨리는/ 환희여.


음악으로/ 얼마만큼 나 자신을/ 영혼 쪽으로 밀어 올려놓을 수 있을까


환희에 젖기보다는/ 자문하는 날이 더 많아도/

차마 손 털고 돌아 설수 없는/ 이 숙명의 노동/

클래식 음악듣기.


                               졸시 <클래식 음악 듣는 법(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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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음반

1. DVD: THE PROMISE OF MUSIC -이 DVD는 베네수엘라 음악교육의 기적

         <앨 시스테마>에 대한 스페샬 다큐멘터리(UNITEL CLASSICA)

2.DVD: 2008년 찰츠부르크 페스티벌 라이브 (수록곡: 무소르그스키:전람회의 그림

       슈트라우스 1세 <라데스키 행진곡>외 (UNITEL CLASSICA) 두다멜/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3.DVD: 말러 교향곡 1번: 구스타보 두다멜 LA 필하모닉 음악감독 취임 콘서트

         두다멜/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4.CD: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UNIVERSAL) 두다멜/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DG)

5.CD: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 (DG) 두다멜/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6.CD: <FIESTA> 두다멜/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DG)



 


   

 


 


 

      




 





       

  

작성 '10/07/01 23:00
ch***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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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봉암사의 이야기가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리고 자작시도 꽤 인상 깊네요. 두다멜이라는 지휘자는 고클에서 이름만 가끔 들어봤었는데 볼리비아의 유망한 지휘자군요. 삶의 중요한 가치를 논한 글, 잘 읽었습니다.

10/07/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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