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단상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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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단상29 : 음악의 재료

  
 
  유학생활 중 발견한 기쁨이랄까, 놀라움이랄까, 그 발견 중 하나가 바로 '절인 배추'의 신비였는데, 그 당시 나는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유학을 왔으면 그 나라의 문화까지 배워야 하는 것!' 이라며 자신만만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사실 음식은 문화와 생활의 기본이고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삶과 역사가, 무엇보다도 생존의 문제가 결부된 것으로서, 한 끼 내지는 하루라도 굶게되면 존재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는 바, 무시할 수 없는 삶의 기본적인 요건 중 하나다. 
  지금 생각을 해 보아도 내가 참 잘했다 느끼는 바, 외국에 유학까지 와서 같은 한국학생끼리만 주로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보면, 나는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한국학생은 피하고 현지인들과 주로 지내려고 노력했는데, 이는 이 좁은 한국으로 되돌아 온 지금 실질적 이득을 얻는데는 별 도움이 안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 정말 좋은 추억거리로서 한 켠에서 나를 붙들고 있는 좋은 양분들이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이면 학생식당의 음식을 정말로 맛있게, 줄기차게 먹었으며, 점차 길들여져 가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음식에 관심이 있었으며, 몇가지는 깊이 공부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으나 여유가 없었기에 바램만을 가졌을 뿐이다. 그런데, 일요일만은 기숙사에서 요리를 해결해야 했기에, 그때는 주로 빵, 치즈, 소시지,...등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면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밥을 먹기도 했으나 어느 것 하나 변변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주일 예배를 드려야 했기에 현지인 교회엘 줄기차게 나갔으며, 성찬식 등에는 변함없이 줄기차게 참여하곤 했는데, 그 당시 외국인은 나 혼자였던 것 같다. 목요일 밤에는 현지인 대학기독인 학생단체 정기모임에, 또 역시 정말 줄기차게 참여했는데, 모이면 식사준비부터 해서 함께 식사모임을 가졌으며, 예배도 드리고, 또 그 후에는 무슨 강연 경청과 그 후 토론모임을 끊임없이 가졌는데, 12시 자정을 넘기는 것은 다반사였다. 아! 무슨 토론을 그다지도 줄기차게들 해 대는지! 자정넘어 모임이 끝나면 기숙사까지 밤길을 혼자 아니면, 현지인 학생과 돌아오곤 했었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토론과 강연 또는 설교를 열심히 듣곤 했던 것이다. 물론 외국인은 나 혼자 였었다. 또 화요일 저녁인가는 그 기독학생 단체의 성경공부모임에 참여했었던 바, 주로 담당목사와 현지인 대학생 3-4명이 목사님 집에 모여서, 차를 끊임없이 마셔대며 성경 공부에 열중을 했었다.  아! 물론 언어이해와 전달의 어려움은 더 말해 무엇하리!
  절인 배추는, 아마 늦가을 아니면 초겨울로 기억되는 바, 김치를 한번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배추 등 몇 재료를 구해 기숙사에서 쉬는 중 담기 시작한 후 계속 담았던 것 같으며, 실패한 경우도 다반사였다.
소금에 절여진 배추의 부드러워진 모습에 무척 감동을 받았던 것 같은데, 그 모습을 모를 리 없건마는 그때는 손수 담은 최초의 경험인지라, 그것도 이국 땅에서, 그 모습과 감촉이 신기하기만 했던 것 같고, 또 감동스럽기까지 했던 것 같다.
  김치는 몇 기본 재료와 그 배합, 그리고 발효의 기다림이 그 과학의 거의 전부일 것이다. 그러나 그 과학 이상의 것이 거기에 스며들어 문화가 되고, 또 삶이 되고 역사가 되고 우리 존재의 일부가 된 것이다. 그 기본재료가 되는 것은 우리에게는 배추, 무, 마늘, 고추, 젓갈 혹은 소금 등 일진대, 어느 유태인 연구가가 쓴 한 발효음식 책에는 상당히 다양한 많은 야채가 김치발효의 재료가 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상당수의 야채가 김치의 기본재료일 수 있는 것이다. 그 책에 의하면 소금절임과 밀봉 후 발효가 기본이다. 물론 전통 김치만듦과정도 마찬가지 일테고.
  음악의 재료는 다름아닌 소리, 소리로서의 재료인 바, 이는 전통적으로 인성과 여러 전통 악기들을 포함한다. 물론 소리로서 인성은 시대별로 그 인성의 취급이 변하는 것을 볼 수있다. 아름다운 소리라는 벨 칸토 역시 애초에는 없었던 발성법이고, 거세된 성악가수는 지금은 없는 것이다. 이 인성의 소리예술의 취급은 연주장소에 따라서도 취급이 달라지는 것은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악기 역시 시대에 따라 과학 혹은 기술의 영향으로 변하기 마련이며, 새로이 출현하는 것 또한 역사적으로 익히 알수 있는 바이다.
   예술에 있어서  재료의 문제가 있다. 재료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 속성 상 기술과학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시대의 전개에 따라 변천을 겪는 것은 당연한데, 이 재료의 취급에 대해서 예술가들이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예술가는 재료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 음악가, 작곡가는 재료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리고 어떤 재료를 선택할 것인가?  음악에서 재료란 무엇인가? 등의 문제이다.
  그러나 또한 재료가 본질은 아님은 다양한 재료가 김치의 재료가 될 수있음에서 볼 수 있듯이, 또 여러 필요와, 이유, 또는 어떤 철학에서, 다양한 재료가 한 재료로서 채택될 수 있음에서 볼 수 있듯이, 재료는 본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소금절임과 그 배합과 발효의 과정이 비로소 김치과학의 본질인 것이다. 음악 역시 재료는 본질로서 취급될 만한 중요한 것이기 보다는 그 후 작품되기의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다.
   또한, 그런데 아무래도 배추, 무 등 기본재료에서, 그  기본재료의 활용에서 우리가 문화의 참된 향수를,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음악에서도 그 문화의 진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전통 재료에 의한 곡임은 부인할 수없다. 또한 아울러 다양한 재료에 의한 여러 변종의 김치 가능성의 무한함을 생각해 볼 수 있듯이, 음악에 있어서도 그런 다양한 소리 재료에 의한 가능성들을, 그 현실과 실현들을 우리는 늘상 접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생각할 점은, 간혹 주객이 전도되는 듯한 발상의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음악에서 기술 혹은 과학이 필수인 듯, 전부인 듯 주장하는 사람을  간혹 볼 수 있기에 하는 소리다. 이는 정말로 본말이 전도된 답답한 사고방식이라 아니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과학적 사고방식과 또한 기술이 발전된 사회라 할지라도, 예컨대 수학적 혹은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위해 경제학 본질이 아닌 수리경제학을 기술경제학을 과학경제학을 할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역시 경제학의 본질은 수리경제학이 아닌 경제학 그 자체인 것 처럼, 음악을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과학음악이나 기술음악이나 수리음악이 아닌, 음악인 음악 그 자체를, 작곡인 작곡 그 자체를 해야하는 것이다.
  '피아노를 사용하지 않고 작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바라고 또 느끼고 있는 것을 머리 속에 그려볼 수 있는 능력이 -이러한 능력은 고귀한 사람들의 본질적인 요구입니다만- 차츰차츰 생기게 됩니다' 라고 베토벤이 얘기했 듯이, 우리는 때때로 기술과학의 편리를 단호히 물리쳐야 할 때가 오히려 많은 것이다.  컴퓨터만 하더라도 그 편리야 참으로 크다 아니할 수 없으나, 이는 상상력의 가능성을 오히려 철저히 방해하는데 다름아닌 것이다. 우리가 내면으로 소리를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대신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기계의 사용과 그 편리가 상상력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면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떤 획일화의 요구와 사고방식이 횡횡한다면 그 또한 경계해야 할 심대한 문제인 것이다. 이런 점들이, 기술, 혹 과학 발달에 의한 음악에서의 어떤 갇힘성이나 종속성이 발생한다면, 이는 '자유와 진보가 예술에 있어서 목표라는 것은 생활 전체에 있어서나 마찬가지입니다' 라는 베토벤의 말 처럼 우리들은 자유와 진보를 위해서 그런 류의 사고방식으로부터는 분연히 박차버리고 일어나야 한다.
  전자음악을  공부하던 한 후배와 얘기 중, 그 후배의 말한 바, 재료만 다를 뿐 똑같은 문제라 했듯이, 작곡은 역시 작곡으로서, 본질의 문제는 언제나 한 가지인 것이다. 작곡은 어디나 작곡! 그 창조성의 문제는 심원하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재료가 바뀐다고 해서 본질이 회피될 수는 없는 것이다. 재료는 어디나 재료일 뿐, 극복해야 할 문제는 항상 본질의 문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나의 창조성은 어디에? 나의 작곡은 어디에?
작성 '08/11/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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