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 만 듣고 나면 살맛이 난다(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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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곡만 듣고 나면 살맛이 난다(136)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K.448


자식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어린 아이로

보이듯이, 내 나이 올해 60인데,  92세의 어머니가 살아계시니 나는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60세 어른아이로 보일 것이다.


어머니는 92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정하셔서, 조석을 손수 해결하며 고향을 지키며 혼자 살고 계시는데, 불효자식인 나는 한 달에 고작 1번 정도  정기적으로 찾아뵙고, 기십만원의 용돈과, 찬거리를 사 드리는 것으로 자식노릇을 다 한양 여기고 있으니,

자식 된 내가 이렇게  뻔뻔스럽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몇 달 전, 고향에 갔을 때  고향어른 한분이 나를 붙들고 하시는 말씀인 즉,

“너의 어머니는 너가 고향에 왔다 간 다음날에는 꼭 우체국에 저금을 하려 가신단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쉬 이해가 가지 않아 그분에게 다시 되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우리어머니께서 우체국에 가셔서 저금을 하시다니요, 무슨 돈이 있어 저금을 하신단 말씀입니까?”

“너가 어머니께 드린 용돈은 거의 전부를 예금하신단다.”

“아니 제가 어머니에게 드리는 용돈은 한 달에 고작 기십만원에 불과한데, 그래 그 돈의 거의 전부를 저금하신단 말씀입니까? 말도 안 돼는 말씀은 그만 하십시오“

그러나 그분의 말씀은 이러하였다.

“너가 내 말을 못 믿겠거든 너의 어머니에게 직접 한번 물어보렴”


이 말을 듣던 날 , 나는 어머니를 붙들고 이렇게 물어보았다.

“어머니, 마을 어르신께서 그러시던데 , 어머니는 제가 드린 용돈의 일부를 우체국에 저금을 하신다던데 그분 이야기가 틀린 게지요?”

“ 저금을 해 놓아야 내가 죽으면 너희들이 내 장례도 치러주고, 또 제사도 지내줄게 아니냐”

 내가 저금을 하던 무엇을 하던 너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어머니, 저가 어머니에게 매월 빠뜨리지 않고 용돈을 드리는 것은 살아생전에 맛좋은 음식도 사 잡수시고, 마을 어르신들 노는 장소에 가셔서는 한번쯤 선심도 쓰시라고 드리는 용돈인데, 그것을 쓰시지 않으시고 아껴서 저금을 해 버리시면 어떡합니까”

“어머니 그럼, 이제까지 용돈을 아껴서 모아두신 저금액이 얼마쯤 됩니까?. 알고나 있게 좀 알려주십시오.”

“너는 장남이 아니니까 알려 줄 수가 없다.  내 죽기 전에 장남에게 통장을 넘겨줄 것인데, 그때 가면 너도 자연히 알게 되겠지......”


“어머니 그러면 다음 달부터 저는 어머니에게 용돈을 드릴수가 없습니다.”

“쓰시라고 드린 용돈을 쓰시지 않고 저금을 해 버리면 저가 어머니에게 드리는 용돈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 장례도 잘 치러드리고, 제사도 잘 지내 드릴테니 이제부터 용돈으로 드리는 돈은 한 푼도 저금을 하시지 말고 전부 다 쓰시도록 하십시오. 자식으로서 제발 부탁입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저축 습관은 그 뒤에도 고쳐지질 않고 매월 그대로 이어져 오고있다.

당신이 좋아서 하시는 일을 자식인 내가 어찌 막을 수가 있단 말인가.     


지난달 고향에 갔을 때에는  마을의 어르신 한분께서 나에게 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의 어머니께서 어디 경치 좋은 곳으로 나들이를 한번 하고 싶다고 그러시던데 너가 한번 모시고 가서 구경 좀 시켜드리렴.”


나는 그 말을 듣고 내심 놀라고 말았다.

“아니, 연세가 92세나 되신 상노인께서 나들이를 원하신다니, 아니겠지, 설마 그러실려구요?”

그러나 그날도 나는 어머니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 어머니,  바람도 쏘일 겸 어디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구경 한번 시켜 드릴까요?”

어머니께서는 내 물음에 반색을 하시며

“ 좋은 곳이 어디인데?”

“어머니, 차를 타고 나가보면 구경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원하신다면

오늘은 늦어 곤란하고 다음 달 제가 고향에 올 때에는 아침 일찍 와서 어머니를 모시고 구경을  시켜 드릴테니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내 제의에 어머니께서는

“ 너만 괜찮다면야  어디 나들이 한번 같이 해 보자꾸나.”

드디어 어머니께서 나와 함께 나들이를 하시겠다는 OK 사인을 보내오신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나는 아침 일찍 부산을 출발하여 경남수목원(경남 진양군 이반성면)부근에 있는 고향마을에

들려 어머니를 모시고 통영을 향해 <가을 소풍>을 떠났다.

이날 가을소풍에는  평소 어머니와 말이 잘 통하신다는 70세 중반의 고향어르신 한 분과,어머니, 그리고 우리부부 모두 4명이었다.


가을소풍지를  통영으로 정한 이유는 92세 어머니에게 국내 최장 길이인 1975m의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를 한번 태워드리고 싶어서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해발 461m)에 오르면, 거제대교는 물론, 통영항과 한산도, 매물도, 욕지도 등 한려수도의 오밀조밀한 크고 작은 섬들이 한 눈에 다 들어올 뿐 아니라, 날씨가 좋을 때는 일본 쓰시마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문제는 92세의 노인이 과연 케이블카를 타실 수가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는 모처럼 어머니에게 싱싱한 회와 전복구이를 푸짐하게 사 드리고 나서, 어머니가 케이블카를 타실 수 있는 체력을 지니고 계신지를 확인해 보기 위해,  나름대로 꾀를 내어 길이 483m의 <충무해저터널>을  왕복으로 함께 걸어보기로 했다.

이 터널은 1931년 7월에 착공하여 1932년에 완공된 동양최초의 바다밑 터널로서, 예전에는 통영과 미륵도를 잇는 없어서는 안 될 주요 교통용 터널이었지만, 지금은 그 역할을 통영대교에 다 넘겨주고 대신 관광지 역할만 하고 있는 유물 속 터널로 남아있는 곳이다.


왕복 1km거리를 별 무리 없이 걸어서 주파(?)해 내는 어머니의 체력에 자신감을 얻은 나는 그길로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차를 달렸다.


통영미륵산 케이블카는 모두 47대(8인승)가 쉼없이 운행하여, 시간당 900여명을 실어 나르고 있었지만, 우리일행은 약 30여분을 기다려서야 케이블카를 탈수가 있었다.

난생처음 어머니와 함께 타 보는 케이블카.

마침내 케이블카가 공중으로 붕하고 떠오르자, 92세의 어머니는 60세의 아들이 무서워 할까봐, 그리고 60세의 아들은 또 92세의 어머니가 무서워 할까봐 서로 얼싸안으면서 마주잡은 손을 케이블카가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서로 놓치지 못하고 있었다.


귀가 길에 어머니께서는

“너 때문에 오늘 구경 한번 잘 했노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나는 어머니 덕분에 하루

종일 어머니 앞에서 60세 어른아이로 재롱(?)을 부릴 수가 있었으니, 이보다 행복한 하루가 어디 또 있을 것인가.

나는 어머니에게 넌지시 이런 말을 던져 보았다.

“어머니, 앞으로 8년 이상은  더 사시면서  100살은 넘겨주셔야만 저를 포함해서 자식들 모두  명이 길지 않겠습니까?”

“ 너희들의 명이사 길어야 하겠지만, 내가 100살을 어찌 채우겠느냐”

“아니, 지금도 이렇게 건강하신데  100살을 왜 못 채우신단 말씀입니까?”

“내 이제껏 자식들에게 병원비 한번 부담시켜 보지 않은 건강한 몸으로 살아왔지만, 그래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때가 되면 자는 잠에 그대로 가고 싶구나.”


가을소풍을 끝내고  어머니를 모셔드리기 위해 고향을 향해 차를 몰면서 나는 잠시 김초혜 시인의 ‘어머니’ 라는 시 한편을 떠 올렸다.


한 몸이었다./서로 갈려/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것만 익혀/단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한 몸으로 돌아가/서로 바뀌어/태어나면 어떠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어머니와 자식사이를  이렇게 쉬운 말로 절묘하게 표현해 놓은 시 구절을 나는 아직까지 읽어본 적이 없다.  


세상의 어머니치고 단것은 자식들에게 모두 다 나눠 주어 버리고, 남은 쓴 맛 만으로 살아가지 않는 어머니가  어디 있을 것이며, 세상의 자식치고 어머니로 부터  단것은 다 우려먹고도 만족해하는 자식 또한 어디 있을 것인가.

 

나는 어머니가 생각날 때면 모차르트가 작곡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K488을 듣곤 하는데, 이 곡은 어머니 앞에서 한없이 재롱을 부리고 있는 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모차르트는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이 한 곡만 남겨놓았다.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 술래잡기라도 하듯 즐겁게 뛰놀고 있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상시키는 천의무봉(天衣無縫) 티 없이 맑고 상큼한 음률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그만 황홀경에 푹 빠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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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음반

1)크리스토프 에센바하( Christoph,Eschenbach 1940-)와 동문이자 친구인 유스투스 프란츠(Justus,Frantz1944-)의 듀엣 연주도 일품이지만(DG),) 머레이 페라이어(Murray Perahia 1947-)와 라두 루푸(Radu Lupu 1945-)의 연주 또한  놓치기 아까운  음반이다.(SONY)

    

 

      

     

 

작성 '08/10/2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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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

요즘 뒤늦게 보고 있는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둘이서 치던 곡이네요. 노다메 두 소절만에 삐끗하니깐 치아키 빡 돌아서 악보 집어던지던 곡 ㅋㅋ

08/10/23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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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6남매 다 치성하고 두분이 마주보며 사시다가 11년전에 홀로되셔 사람들이 다 떠난 고향집을 지키고 계신 내 어머니.......

08/10/2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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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j***:

저도 엄마가 보고싶어지네요...벌써 돌아가신지 22년이나 지났는데..항상 좋은글 잘읽고 있습니다.

08/10/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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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

글을 읽다가 눈시울이 저도 모르게 뜨거워 졌네요..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08/10/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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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다른 핑게를 대서라도 고향에 더 자주 가야겠네요... 남해 홀로 계신 어머니가 너무 멀미가 심해서 선생님과 같이 여행도 못가시는데...

08/10/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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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08/10/3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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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

k488이 아니라 448인거 같네요

08/11/0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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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j***:

좋은 글 감사합니다.

08/11/0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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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

저의 시댁이 통영이라 더 반갑게 글을 읽었습니다.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08/11/0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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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잘 읽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는 방법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해 봅니다

08/11/0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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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글을 읽다가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는데
마지막 시에 눈물이 줄줄 흐르네요..

08/11/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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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

저도 병원에 계신 어머니 생각하며 가슴이 찡해졌네요...어른들은 그저 건강하신 것이 최고인거 같네요....

08/11/2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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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눈시울이 뜨거워 지는군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08/12/0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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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08/12/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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