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만 듣고나면 살맛이 난다(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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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곡만 듣고 나면 살맛이 난다(111)

                   조용필-킬리만자로의 표범


오랜만에 일요일 하루를 푹 쉰 다음,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해보니, 회사와 나란히 붙어있는

s 마을에 사는 여직원 한명이 업무시작도 하기 전  새벽 5시경,  119 구급차로 병원으로 실려 갔다기에,나는 선걸음에  여직원이 실려 갔다는 병원을 찾아 갔는데, 병명은 <뇌졸증>으로 판명 되었다.


오십 초반에 남편을 여의고, 하나 뿐인 딸마저 시집을 보낸 후, 혼자 살고 있던 여 직원이었는데, 새벽 5시경 말문이 막힘과 동시에 몸 한쪽 부분부터 서서히 마비증상이 일어나길래, 놀라고 급한 나머지 바로 119 구급차를 불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상시에는  전화의 고마움을  별로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C 직원처럼 가족도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처지라면 위급한 순간에 119구급차를 부르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또 있을 것인가.

나는 전화 한통이 귀한 목숨 하나를 위기에서 구했다고 생각하니 , 평소에는  별로 고마운 줄도 모르고 무심코 사용하던 전화라는 문명의 이기가 때에 따라서는, 사람의 목숨을 얼마든지 죽이기도 하고 , 살리기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의사선생님을  만나 뵙고, 환자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물어 보았는데. 선생님 이야기로는 뇌졸중에는 뇌출혈과 ,혈관 경색 2종류가 있는데, 환자의 경우에는 뇌출혈은 아니고

혈관경색인데, 일단 위기의 순간은 넘겼으니, 입원을 해서 약 보름정도 치료를 받으면서 안정만 취하다면 별 문제는 없겠다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환자는  k 병원에 입원한지 2 일 뒤, 나에게  좀더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보고 싶으니 대학병원 하나를 소개해 달라고 조르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 환자가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혈관경색에 대한 치료와 병행해서 소화기계통도 함께 치료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D 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방병원에다 전화를 걸어 입원절차에 대해  문의를 하게 되었다.


나는 전화로, 혼자 살고 있는 아주머니인데 갑자기 몸에 마비증상이 생겨 119 구급차로

K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인데,  환자가 좀더 큰  대학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보고 싶다기에 전화를 하게 되었으니, 입원절차를 좀 알려 달라고 하였더니, D 대학 한방병원 측에서 전화를 거는 사람은 누구냐며 내 신분을 되묻는 것이었다.

나는 환자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전무인데, 보호자가 없어 환자 대신 전화를 하게 되었노라

사실대로 대답을 하였다.

그랬더니 대학병원 측의 대답인즉슨,

"우리 대학병원으로 올 것까지 뭐 있겠습니까"?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시립병원으로 가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내 전화를 받은 대학병원 측에서는 눈치 빠르게도  혼자 살고 있다는 환자 잘 못 받았다가는 입원비 등으로 골치가 아플 수도 있으니 아예 시립병원으로 가 보라는 유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당신이 무엇인데, 시립병원으로 가라마라 참견을 합니까."

"환자가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골치가 아플까봐 그러는 겁니까"?

“아예 돈 다발 맡겨 놓고 치료를 받을 테니 치료비 걱정일랑 말고 입원 절차만 말해 주시오.”  

 

나는 D대학병원과의 통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C 를  승용차에다 태워  D대학 한방병원으로 쳐들어 (?) 갔었는데, 병원 측에서는 환자의 직계 가족 2명의 보증이 있어야만 입원이 가능 하다는 대답이었다.

환자에게 가족이라고는 시집을 간 딸 하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이 환자는 입원이 불가하다는 말이 아닌가.


나는 병원 측에 부탁 아닌 부탁을 하였다.

“이 환자에게는 시집을 간 딸 하나밖에는 직계가족이라곤  없는 사람이다.”

“시집을 간 딸이 보증을 서고 ,그리고  이 환자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전무인 내가 보증을 설 테니 이 환자를 입원시켜 주시오.”

그러나 대학병원 측에서는  환자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전무인 내가 대신 서겠다는 보증에 대해서는 한번 검토를 해 볼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는 대답이었다.

만약에 회사의 전무인 내가 서겠다는 보증이  미덥지가 않다면, 보증인 대신  돈이 가득 든 돈 자루 하나를 턱 하니 병원 측에  맡겨 놓고 치료를 받을 테니 그 방법도 한번 쯤 고려해 봐 달라는 엉뚱한 제안까지 나는 하고 말았다.


그러나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선 후 약  1시간 뒤, 환자의 입원에 대한 보증은  환자의  딸과, 환자가 다니는 회사의 전무인 내가 보증을 서면 되겠다는 대답을  병원 측으로부터

통보 받게 되어 무사히 환자를 입원시킬 수가  있었다.


나는 오후 2시경,  늦은 점심을 때우기 위해 병원근처에 있는 허름한 중국집에서 환자의 딸과  짜장면을 시켜 놓고 마주 앉아 있었는데, 짜장면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 순간

불현듯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시 하나가 있었는데, 그 시는 함석헌 선생이 지은

<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였던 것이다.


말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위 시는 각 연(聯) 하나하나가 모두  실천하기가 쉽지 않는 그런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함석헌은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지만, 나를 위해서라면 그런 어려운 일들을 기꺼이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지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각 연마다  묻고 있는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질문을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한 적이 있는가> 이렇게  문장을 바꿔 읽으며 내 자신을 되돌아보곤 하는 것이다.   


나를 위해 실천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라기에 앞서

내가 먼저 상대방을 위해 실천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값진 일이 아니겠는가.


20세기의 성녀 마더 데레사 수녀(1910-1997)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세상에 단지 숫자를 더해 주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일을 잘 하기 위해 학위를 따거나, 신분을 보장 받기 위해서도 아니고 좀더

고귀한 것을 위해 우리가 창조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나는 s가 빨리 쾌차하여 마더 데레사 수녀의 말마따나 우리는 단지 이 세상에 숫자를 채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좀더 고귀한 것을 위해 창조 되었다는 사실을 살아가면서 증명해 줄 수 있기를 빌고 있었던 것이다.


s의 입원 사건이 있던  날 저녁, 나는 평소 그렇게도 좋아하던 클래식 음악은 일체 거부

한 채  조용필이 부른  <킬리만자로의 표범> 한곡에 목을 매고 있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나면 위대해 지고 자고나면 초라해 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게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 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

------------------------

아무리 깊은 밤 일지라도 한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하기 때문이야

----------------------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조용필의 확신에 찬 대사의 구절은 언제 들어도 나를 전율시켜 놓곤 한다.


이 세상에 사람 목숨만큼  귀하고 소중한것이  어디 또 있으랴.

그러니 s여! 빨리 쾌차하시라.



                 

작성 '05/11/1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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