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단상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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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단상208: 몇 착시

 

 

 

  벤자민 브리튼(1913-1976)은 20세기에 태어나 활동한 영국 작곡가다. 그런데 그가 활동했던 음악사의 무대는 양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이른바 미소냉전시대를 거치며 이데올로기 전의 양태를 가지며 음렬음악의 범람이라는 특징적 현상을 갖게되고, 그 최전방에 유럽의 불레즈 등을 선봉으로한 전음렬주의자가 큰 획을 긋고,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음악대학의 교육 커리큘럼에 그 이데올로기 전술의 방책으로, 소련에 대한 대항마로서, 쇤베르크의 음렬음악을 문화정책으로 전폭적으로 채택함으로 미국 역시 음렬주의 음악이 음악계에 범람하게 된다. (그 영향이 물론 우리나라에도 유학파를 통해 전격적으로 흘러들어오게되고..)

  벤자민 브리튼 역시 대학교육을 통해 쇤베르크류 음렬음악을 접하나 자신의 보수성으로 인해(그는 자신의 귀의 보수성을 스스로 인식했다.) 버리게 된다. 그후 그는 여전히 조성에 근거한 자신의 음악을 추구하고 음렬 혹은 무조주의 경향은 버리게 된다. 무조 혹은 음렬주의 영향이 부분적으로 나타난다 하나 이는 국소적 경향이고 어디까지나 그의 음악은 조성에 근거하고 있다. 

   영국음악의 보수성은 음악사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마 섬에 갇힌 민족들의 보수성과 경험론적 지식을 추구하는 그들의 경향과도 무관치 않을터인데, 역사적으로 죽 그래왔듯이 브리튼 시대도 영국음악은 그런 특징을 보인다. 랠프 본 윌리엄스(1872-1958)만 해도 쇤베르크(1874-1951)와 2년 차다. 구스타프 홀스트는 쇤베르크와 동갑이고. 참고로,

 

본 윌리엄스1872-1958

막스 레거1873-1916

홀스트1874-1934

쇤베르크1874-1951

라벨1875-1931

바르톡1881-1945

스트라빈스키1882-1971

베베른1883-1945

베르크1885-1935

힌데미트1895-1963

메시앙1908-1992

브리튼1913-1976

 

위 연표에서 벤자민 브리튼이 끝자리에 왔는데, 놀랍게도 심지어 메시앙보다 5년이나 더 후배다. 메시앙은 유럽 서양 현대음악의 한 시조로 언급되지 않던가! 그리고 유럽현대음악을 공부할때 자주 언급되는 루토슬라브스키(그의 곡은 중요해서 메시앙처럼 대학교육에서 여럿 분석되고 공부 토론 학습된다.)와 동년배다.

 

브리튼1913-1976

루토슬라브스키1913-1994

윤이상1917-1995

크세나키스1922-2001

리게티1923-2006

 

현대음악의 진정한 거봉들로 언급되는 크세나키스, 리게티와는 10년 차 정도다. 윤이상과는 4년 차밖에 안되고. 브리튼의 활동공간이 이들과 중첩된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첫 착시다. 그러니까 우리 생각에 브리튼이 쇤베르크와 메시앙과, 또 당연히 크세나키스 리게티와 다른 공간에서, 즉 훨씬 앞선 시대에서 활동했으리라는 착시를 갖는다는 얘기다. 브리튼은 쇤베르크보다 무려 40년이나 후배다. 그는 쇤베르크의 공간을 비켜갔다.

  음렬음악의 이데올로기에 관해, 정치적 관점을 떠나, 철학적 관점이 있다. 쇤베르크의 무조주의 경향은 당시 철학가 및 음악가들에게 하나의 혁신 및 당위로 받아들여졌고, 그 헌신자들의 혁혁한 공에 힘입어 이른바 당대 혁신의 진리 및 필연으로 받아들여지게되고, 이에 기반한 음렬음악은 마치 종교처럼 포교되게 된다. 이른바 쇤베르크 음악의 전도자들 말이다.

  프랑스의 음악가 르네 라이보비츠(레보비츠), 철학자 사르트르와 아도르노, 또 무수히 미국으로 망명해간 유럽 음악가들.. 사르트르는 작곡가 겸 지휘자인 르네 레보비츠 덕분에 12음 기법의 창시자 쇤베르크를 접하고 음렬주의 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2음 기법은 이미 2차대전이후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그가 동시대 논쟁의 중심에 있던 슈톡하우젠이나 크세나키스 불레즈 베리오 같은 현대 작곡가에 대해 쓴 것은 1970년대가 다 돼서였다. 사르트르는 동시대음악에 관한 글을 쓰고 나서야 비로소 지성계에서 권위 있는 학자로 인정받기 위해 필수로 인용해야 하는 이름이 됐다.사르트르는 어린시절부터 줄곧 피아노를 쳐왔기 때문에 다른 지식인들보다 음악적 소양 면에서 앞섰고, 악보를 읽고 연주하는 것은 물론 작은 피아노 연주회를 열어 솜씨를 뽐낼 정도는 됐다. 뿐만 아니라 슈톡하우젠의 곡에서 의미를 읽어내고 메시앙 작품에 감춰진 비밀을 밝혀낼 수 있었다.

  이런 모든 음악사 주류에서 벗겨나간 벤자민 브리튼은 그래서 내겐 첫 착시로 보인다.

  두 번째 착시는 브람스, 바그너, 브루크너다. 브루크너의 경우, 심지어 그가 말러보다 앞서는지 뒤서는지 드비시보다 앞인지 뒨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가 차지하는 음악사적 공간이 불명확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보수성 때문일까 혁신성 때문일까, 아니면 시류에서 어느정도 비껴나 있어 그럴까. 아니면 동떨어져 격리된 예술을 추구해서 그런 것일까. 이런 은둔형 내지 격리형의 예를 들자면 카를 아마데우스 하르트만(1905-1963)의 경우, 또는 현대음악의 지아신토 셀시(1905-1988)를 들 수 있다. 브루크너의 경우는 은둔형이나 격리형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혁신성이나 진보성으로 설명하는 이들이 많다. 착시의 이유 상당수는 브람스에 있다. 브람스가 상당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또 시류 및 주류에 혹은 진보 내지 혁신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사적으로 브람스로 인한 혼란과 착시가 여럿 빚어진다.

 

슈만1810

바그너1813-1883

브루크너1824-1896

브람스1833-1897

 

브람스는 브루크너보다 11년이나 더 후배다. 말하자면 브람스는 브루크너의 후손이고, 바그너보다는 무려 20년이나 후배, 후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당연히 바그너를 브람스의 한참 후세대로 알고 듣고 있다. 브루크너야 말할것도 없고. 브루크너는 한참 현대에 더 가까운 걸로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실상은 브람스로 인한 혼란 때문에 바그너 및 브루크너의 음악사적 공간이 뒤틀려버리고 만다.

  어쨌거나 브람스는 한슬릭, 한스 폰 뷜로 등 추종자를 갖게 되고, 대세였던 바그너와 양립 구도를 취함으로 그 계보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 양 구도의 도도한 음악사적 흐름(브람스 바그너 양대 전통)은 관현악법 구사 및 관현악 전통에서 브루크너 말러 및 r. 슈트라우스 등을 거쳐 쇤베르크에 이르러 양대 전통이 대략 통합에 이르게 된다.

 

말러1860-1911

드비시1862-1918

r. 슈트라우스1864-1949

시벨리우스1865-1957

 

바그너 브루크너는 말러 시벨리우스 그룹에 집어넣어도 별 무리가 없어보인다. 그만큼 바그너 브루크너는 진보적이고 혁신적이었던 것 같다. 시벨리우스 역시 혼동스러운데 왜냐면 그 역시 말러 그룹에 위치하지만 브람스 공간에 위치해도 별 이상할 것 없이 느껴지기 때문. 이들 중 한 작곡가만 혁신으로 골라내라 한다면 드비시가 될 것이다.

  세 번째 착시는 드비시의 경우다. 말러 슈트라우스 시벨리우스에 비해 훨씬 현대에 더 가까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들이 거의 동시대 공간으로 묶여 있다. 드비시의 경우는 현대음악 내지 20세기 음악을 논할 때, 그 시원으로 거슬려 올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벨리우스가 드비시보다 더 젊은데 실상은 시벨리우스가 드비시보다 훨씬 늙게 느껴진다.

  네 번째 착시는 바그너의 경우인데, 바그너 역시 그 음악의 진보성때문에 현대에 훨씬 더 가까이 느껴진다. 심지어 무조음악 내지 무조성을 논할때 바그너에까지 소급 언급되기 때문이다. 그 역시 드비시를 넘어 현대성의 한 시원으로 거슬려 언급되기 때문이다. 조성파괴, 반음계주의 확장, 종지연장 내지 종지회피, 배회하는 화성, 트리스탄 코드 등 혁신의 예가 많기에 그렇다. 이 바그너가 브람스보다 20년이나 늙었다.

  마지막 착시는 쇤베르크다. 위 연표에서 드비시 말러 시벨리우스 뒤를 이어 쇤베르크 바르톡 스트라빈스키 베베른 베르크 힌데미트 메시앙 등이 나타나는데, 의외로 쇤베르크가 더 구세대다. 바르톡은 쇤베르크보다 7년 후배고 스트라빈스키도 8년 후배다. 힌데미트는 무려 21년 후배고 메시앙은 34년 후배다. 쇤베르크가 뒷 그룹의 가장 늙은이라는 사실은 바그너가 브람스보다 20년이나 더 늙었다는 사실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런데 바그너가 브람스보다 더 현대에 가깝고, 시벨리우스가 말러나 드비시보다 현대에서 더 멀고, 무엇보다 쇤베르크가 가장 현대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그 혁신성때문이다. 메시앙도 그러하지만 쇤베르크가 가장 현대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힌데미트 스트라빈스키가 쇤베르크보다 구시대로 느껴지는 것, 바르톡 역시 쇤베르크 7년후배연배지만 더 구시대로 느껴지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는 혁신성과 진보 급진성때문인데,  이 혁신성과 급진진보성 때문에 현대음악의 시원으로 종종 언급되는 두 인물 계보인 드비시와 바그너 역시 먼 인물들임에도 말러나 시벨리우스는 그 시원으로 따져지지않고 드비시와 그리고 더 멀리 바그너까지 그 시원으로 언급된다. 

  쇤베르크야 말로 현대음악의 이른바 진정한 출발로 비로소 본격적으로 언급되어지고, 메시앙 역시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그 출발은 언제나 거의 항상 쇤베르크로 소급된다. 이른바 모더니즘의 출발. 음렬음악의 시작. 그리고 베베른 베르크를 이어 불레즈 슈톡하우젠 노노 크세나키스 등으로 이어지는 음렬음악의 전음렬음악으로의 확장과 그 전후좌우 혹은 반대성향의 상황들인 리게티 루토슬라브스키, 역시 크세나키스 또한 함께 아울러지는 텍스쳐음악, 소노리티음악, 미세폴리포니, 중심음 주요음기법 등의 상황, 미국 미니멀음악과 재즈 및 즉흥성의 유럽음악으로의 영향 등 전개의 출발, 그 시원이 즉 쇤베르크로, 더 거스르면 드비시와 또 더 거스르자면 그 혁신의 시원이 바그너까지 거슬려 언급될 수 있다.   

작성 '19/11/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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