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었네요.
http://to.goclassic.co.kr/news/3808

나도 모르게 이렇게 길들여져 있나 봅니다.

 

 


관객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길들여질 뿐…
청중의 탄생
와타나베 히로시 지음|윤대석 옮김|강|280쪽|1만2000원

매일 밤 음악회가 열리기 직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이런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악장 중간의 박수는 연주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으니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착한’ 청중들은 방송 내용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 하지만 왜 콘서트 홀에서는 영화관처럼 도중에 팝콘을 먹으면 안 되는 걸까. 록 콘서트처럼 노래나 연주 중간에 환호성을 지를 수는 없는 걸까.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여성에 대해 갈파했던 것처럼, 혹시 우리는 관객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지는 것’은 아닐까. 일본 도쿄대 미학예술학 교수인 저자는 그 동안 작곡가와 연주자, 오케스트라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던 어두운 객석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클래식은 엄숙한 것! 음악이 흐르는 동안 객석은 숨 쉴 틈도 없이 정적만 흐른다, 박수도 없다! 왜, 모차르트 담배 피우던 시절처럼 자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 걸까?

실제 모차르트가 살았던 18세기 당시, 유럽의 객석은 엄숙하기만 한 오늘날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1774년 베를린의 콘서트 장에 관해서는 “무수한 파이프에서 피어 오르는 담배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지휘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1784년 기록에는 맥주와 담배가 허용됐을 뿐 아니라, “딱히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기분전환을 위해 카드 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뿐만 아니라 1806년 프랑크푸르트 음악협회의 규칙에는 “개를 데리고 오는 것은 금지”라고 쓰여있었다. 이런 문구가 일부러 적혀있었다는 건, 콘서트 장에 개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반증(!)이라고 저자는 위트 있게 지적한다.


진지한 경청의 장(場)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사교무대에 가까웠던 콘서트 홀이 점차 종교행사 같은 엄숙한 분위기로 전환하는 건 19세기에 이르면서다. 산업혁명을 통해 부(富)를 얻고, 시민혁명을 통해 권력까지 손에 넣은 시민 계층이 음악회를 떠받치면서 연주회는 상업적 기반을 갖게 됐다. 귀족이나 친지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청중에게 표를 판매하는 ‘연주회’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연주회에서는 잡담 대신 경청이 청중이 지켜야 할 미덕이 됐다. 바흐를 “교회 음악에 일생을 바친 경건한 교회음악가”로, 베토벤을 “가혹한 운명에 도전한 의지의 사나이”로 떠받들게 되는 것도 대략 이 즈음부터다.

발터 벤야민이 말했던 ‘기술 복제 시대’를 맞아 음악의 성격은 또 한 번 요동친다. 뜨거운 청중이 아니라 차가운 마이크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녹음하는 레코드 산업이 발전하면서, 콘서트 무대에 서지 않고 오로지 녹음에만 일생을 바친 글렌 굴드 같은 ‘괴짜’ 피아니스트가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이 일본의 위스키 광고에 노래하면서 그 위스키 브랜드의 매출이 113%나 뛰어오르고, 팝 스타 못지 않게 소녀 팬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아티스트도 나타난다. 198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스타니슬라브 부닌을 보기 위해 공항까지 몰려든 일본 팬의 모습은, 1964년 비틀스가 처음으로 미국 뉴욕의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그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든 미국 소녀 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소비 사회’와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음악 청취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콘서트 홀에 모여 진지하게 감상하는 것만이 아니라, 헤드폰을 귀에 꽂고 운동하고 쇼핑하며 가볍게 음악을 듣는 세대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초판 발간 이후 17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선 그 전망에 다소 낙관과 과장이 섞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흔히 고정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클래식 음악이 실은 사회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책의 논지 자체는 여전히 탄탄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작성 '06/10/23 15:01
yc***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링크 글 (Trackback) 받는 주소: 로그인 필요
go***:

윗글의 요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악장 사이의 휴지기에 왜 그토록 많은 헛기침들이 객석에서 터질까요? 한 마디로 그런 분위기가 부자연스럽다는 신체의 반응 아닐는지요. 또한 연주회 내내 연주자가 연주하는 모습만 지켜보고 있는 것은 정말이지 비주얼의 엄청난 낭비요 연주자 자신한테도 지나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을 겁니다. 그 스트레스 때문에 굴드는 결국 스튜디오의 칩거를 택한 거죠. 클래식 콘서트 형태의 혁명이 일어나기를 고대해봅니다.

06/10/23 22:27
덧글에 댓글 달기    
pu***:

정말... 연주회 내내 혹여 나올지 모를 기침 참고 숨죽이고 있는 건 고역입니다... -,.-; 그러면서도 주변에서 나는 잡소리는 신경에 거슬리니 이거 원...

06/10/24 05:25
덧글에 댓글 달기    
0/1200byte
한 줄 덧글 달기
 
 5
 


뉴스란에 등록하신 공연정보는 공연에도 링크될 수 있습니다.
번호 글쓴이 제목 날짜 조회추천
2917re*** '06/10/2513094 
2916ha*** '06/10/2513096 
2915re*** '06/10/24130931
2914ha*** '06/10/24131001
2913am*** '06/10/24130941
2912yc*** '06/10/23130945
2910ev*** '06/10/23131042
2909kj*** '06/10/22130941
2908au*** '06/10/20131031
2906su*** '06/10/20130931
2905ju*** '06/10/2013095 
2904vc*** '06/10/1913100 
2903ag*** '06/10/1913090 
2902ia*** '06/10/1913094 
2901cc*** '06/10/18130931
2900go*** '06/10/18130943
2899ma*** '06/10/18130931
2898js*** '06/10/18130941
2897bu*** '06/10/18130961
2896re*** '06/10/1713093 
2895jy*** '06/10/1713096 
2894jo*** '06/10/16130912
2893ye*** '06/10/1613096 
2892ck*** '06/10/1613098 
2891sy*** '06/10/16130983
새 글 쓰기

처음  이전  921  922  923  924  925  926  927  928  929  930  다음  마지막  
총 게시물: 26193 (923/1048)  뒤로  앞으로  목록보기
Copyright © 1999-2020 고클래식 All rights reserved.
For more information, please contact us by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