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충모 심사위원 인터뷰 기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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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쇼팽 콩쿠르 심사위원 강충모 교수
[연합뉴스 2005-10-25 12:03]
"우승 놓친 건 아쉽지만 결과는 공정했다" "콩쿠르는 국가 대 국가의 싸움..무관심 아쉬워"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동민.동혁 형제가 우승을 놓쳐 아쉽지만 한국 연주자들의 뛰어난 실력은 다들 인정했지요."

지난 2일부터 24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5회 쇼팽 국제 콩쿠르에 첫 한국인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피아니스트 강충모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는 심사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이 대회에서는 333명의 참가자들 중 예선을 통과한 80명이 본선에 올랐고, 이 중 임동민.동혁 형제, 손열음 등 한국인 3명을 비롯한 12명이 결선에 올랐다. 최종심에서 동민.동혁 형제는 2위 없는 공동 3위에 입상했다.

24일 귀국한 강 교수는 25일 오전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콩쿠르는 애초부터 한국과 일본이 두드러진 '한일전'이었다"며 "하지만 전폭적 지원을 펼친 일본과 달리 외롭게 싸운 한국 참가자들에 대한 관심은 부족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 교수와의 일문일답.

--심사에 참여한 소감은.

▲본선에 오른 80명의 수준이 다 뛰어났지만 쇼팽의 작품을 얼마나 쇼팽 답게 치느냐의 관점에서는 실력들이 좀 차이가 있었다.

우리 학생들의 경우 본선 80명 중 5명이 한국 국적이었는데, 1차 본선 때부터 다들 잘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다 다르다 보니 운 나쁘게 미리 탈락한 경우도 생긴 것 같다.

--최종 심사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동민.동혁이가 상당히 잘했는데 개인적으론 열음이가 입상하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 열음이의 경우 1, 2차에선 모두 '베스트 5'에 들 만큼 탁월하게 잘했다. 1차 땐 특히 '베스트 3'에 들었고, 2차 때도 긴 시간 집중해서 기가 막히게 잘쳤다. 하지만 결선 때는 무슨 이유에선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콩쿠르가 끝나고 점심을 함께 했는데 본선 연주 땐 떨리지 않다가 이상하게 결선 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 하지만 워낙 성숙한 아이여서 결과를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입상권 내엔 들지 못했지만 모든 심사위원들이 열음이의 유망함을 주시하고 긍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결과 발표 당시 열음양이 6위에 입상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원래 입상권 내에 들지 못한 사람의 이름부터 부르게 돼 있는데, 발표하면서 열음이의 이름을 실수로 빠뜨렸기 때문이다. 특별상까지 다 부르고 나서 뒤늦게 열음이 이름을 불러서 6위 입상자로 오해하게 된 것이다.

--동민.동혁 형제가 우승을 놓친 것을 두고 아시아권 견제, 폴란드의 자국인 밀어주기 등의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심사위원 중 한 분은 '동양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이게 무슨 국제 콩쿠르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심사위원 대다수는 아시아 연주자들의 실력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심사결과에 아시아 연주자들에 대한 반감이나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건 절대 없다. 본선에 오른 80명 중 일본, 한국 학생이 특히 많았고 실력도 뛰어났기 때문에 애초부터 한.일의 대결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폴란드의 '자국 밀어주기'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1등을 한 블레하츠는 사실 월등했다. 심사위원 19명 중 18명이 블레하츠에게 1등 표를 줬다.

--2위 없이 동민.동혁 형제가 3위를 한 것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점수는 어떻게 매겨진 것인지.

▲우선 1차로 심사위원 19명이 12명의 결선 진출자 중 6명의 입상자 후보를 찍는다. 12명 명단을 놓고 이름 옆에 'yes' 'no'를 표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yes표를 받은 순서대로 6명을 걸러내고, 다시 이 6명을 놓고 심사위원 각자 점수를 매긴다. 혹시라도 심사위원 중 누군가 일부러 낮은 점수를 매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점수차가 4.5점 이상 나면 그 점수는 합산에서 제외한다. 합산한 점수는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나온다.

심사결과 거의 만장일치로 블레하츠가 1위였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동민.동혁 형제의 점수가 1위와는 좀 차이가 많이 났다. 예를 들어 1위가 1점대라면 2위가 적어도 2점대 이상은 돼야 하는데, 4점대에 가까웠던 것이다. 때문에 2위에 올리기는 힘들었고 아쉽지만 3위를 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놀라웠던 건 동민.동혁 형제의 점수가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똑같았다는 것이다. 19명의 심사위원들이 짜고 했다 해도 그렇게 나오긴 힘들었을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심사를 하면서 아쉽게 느껴졌던 점은.

▲관심과 지원이 너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청중의 반 이상이 일본인일 정도로 대단했다. 현지에 사는 일본인들이 아니라 모두 이 콩쿠르를 보기 위해 일본서 직접 온 사람들이었다. 내가 묵었던 호텔이 결선 이틀 전부터 일본인들로 꽉 찼을 정도였다. 일본 대사관에서도 대사가 직접 나와 콩쿠르를 참관하고 식사, 차편까지 챙겼다. 야마하, 가와이 등 일본 피아노사들도 연습실까지 마련해주며 자국 연주자들을 후원하더라.

우리 참가자들의 경우 연주가 끝나면 뜨뜻미지근한 '장례식 박수'가 나오곤 했다. 반대로 일본이나 폴란드 연주자가 나오면 별로 잘 치지도 못했는데도 기립박수가 터져나온다. 물론 박수소리가 심사결과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연주자 본인에겐 굉장한 힘이 된다.

그런걸 보면서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고 창피하기까지 했다. 우리 현지 기업 등에서도 얼마든지 지원해 줄 수 있었을텐데. 콩쿠르는 개인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사실 국가 대 국가의 싸움이다.

수상 결과가 나온후 화제 삼는 건 사실 외롭게 싸우고 나서 떠드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과정 중에 열심히 후원하고 격려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참가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더 좋은 결과는 이후에 나올 수도 있다. 심사위원들도 다 예전에 고배를 마셨던 분들이다. 5년 후 열리는 다음번 쇼팽 콩쿠르는 쇼팽 탄생 200주년이어서 대대적으로 열릴 것이다. 그 땐 한국에서 더 많이 참가해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한다. 또 그럴 수 있도록 지금부터 적극 후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yy@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작성 '05/10/2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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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콩쿠르가 국가 대 국가의 싸움이라? 개인 대 개인의 싸움이라는 말도 싫지만, 이 말은 더 싫네요. 하기사 콩쿠르라는 게 음악의 제전이 아닌, 올림픽 체조 종목과 같은 성격의 것이지만. 5년 후 쇼팽 200주년 기념 콩쿠르를 위해서 30세 이하의 피아니스트들을 대거 태릉 선수촌에 입소시켜야 한다고 하지는 않을는지. 에휴.

05/10/2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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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

네이버덧글보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ㅋ
그런데 외국도 약간의 내셔널리즘이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긴 합니다. 뭐 제네바 콩쿨에서 아무개 이래 최초로 프랑스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둥... 그러나 정명훈 때처럼 카퍼레이드를 하는 정도는 아니죠.

05/10/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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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

순위를 매기는 인간의 습성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할듯 합니다. 예술은 물론이고 모든 분야가 서열로 평가되는 것이 현실 세계입니다. 필연적으로 개인 대 개인의 경쟁은 조직 대 조직의 경재, 결과적으로 국가 대 국가의 경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05/10/2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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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

열음양홈에 갔더니, 한국의 미디어에서 아무도 안왔다고 하네요. 혼자 호텔에서 침대와 얘기했답니다.
국제콩쿨에는 global한 배려는 별로 없어보이지 않나요? 자국민끼리 배려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05/10/2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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