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싱그러운 5월.. 베잘리와 함께하는 플룻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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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4월 21일자

싱그러운 5월… 베잘리와 함께하는 플루트의 향연

샤론 베잘리(33). 5월 2일 오후 4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 플루티스트다. 음악팬들에게 이름이 낯설지 모르지만, 그는 2002년 독일 ‘포노포룸’ 선정 ‘올해의 연주자’이자 지난해 프랑스 칸 미뎀 음반박람회 선정 ‘올해의 신인 연주자’, 스웨덴의 음반명가 BIS 전속으로 활동중인 실력있는 연주가이다.
“BIS 전속 아티스트라고? 뭔가 더 있을 텐데?”
그렇게 묻는다면, 맞다. 베잘리는 BIS의 경영자인 로베르트 폰 바르의 부인이다. BIS와의 녹음 계약이 먼저였으니 ‘정실’의 혐의를 둘 필요는 없다. 두 사람은 졸리베의 플루트 협주곡을 녹음하던 중 만나 사랑에 빠졌다. 지금까지 BIS에서 나온 그의 음반목록은 모차르트 플루트 4중주집, 뒤뤼플과 안의 낭만주의 실내악곡집과 현대 창작곡집 등을 망라한다.

베잘리의 이름은 지난 시대의 명 플루티스트 오렐 니콜레의 적통(嫡統)을 잇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니콜레에게 배운 가장 큰 무기는 ‘순환 호흡법’. 숨을 내쉬는 동안에도 한쪽으로는 숨을 들이쉬어 연주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믿기 힘든 기교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마치 현악기를 연주하듯 프레이징(분절법·分節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제임스 골웨이식의 두텁고 푸근한 음색이 아니라, 목가적이고 싱그럽게 느껴지는 순수한 음색 역시 니콜레에게 이어받았다. 내한공연 프로그램은 도플러 ‘헝가리 전원 환상곡’, 바치니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요정의 론도’ 등으로 짜여졌다.

이번 리사이틀에 등장하는 또 다른 주역은 피아니스트 로널드 브로티검. 그 역시 BIS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이 회사에서 모차르트 피아노음악 전곡집을 냈다. 단지 ‘반주자’로 베잘리와 동행하는 것이 아니다. 브로티검은 리사이틀 후반부에 거쉰의 세 개의 전주곡을 솔로 연주한다. 2만∼5만원. 유윤종 기자




그라모폰 4월호


우리 시대 플루트의 역사를 쓴다



물의 요정을 희롱하는 목신(牧神) 판, 쥐 떼를 다스리고 아이들과 함께 사라졌다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요술 피리〉에서 피리를 통해 시련을 극복하는 왕자 타미노. 모두 남자이다. 더구나 그리고 마르셀 무아스, 장 피에르 랑팔, 제임스 골웨이…. 현대 플루티스트의 계보에서 여성 솔리스트를 찾기란 쉽지 않다. 유고슬라비아 태생으로 현재 잘츠부르크 음악원의 교수로 있는 이레네 그라페나우어(Irene Grafenauer) 정도가 필립스에서 오래 전에 내놓은 음반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 혜성과 같이 여자 목신이 나타났다. 샤론 베잘리는 1972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11세에 플루트를 시작했고, 랑팔의 추천으로 파리 음악원에서 알랭 마리옹(Alain Marion), 레이몽 기요(Raymond Guiot), 모리스 부르주(Maurice Bourge)에게 배웠다. 졸업 후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산도르 베그가 이끄는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의 수석으로 경력을 쌓았고, 솔리스트로 독립한 뒤 비스 레이블을 통해 여러 장의 음반을 내놓았다.

오는 5월 내한 공연에 즈음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플루트라는 악기로 21세기를 이끌어갈 그녀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다. 먼저 왜 플루트 하면 프랑스인지? "프랑스 학파는 무엇보다 음색의 표현 가능성과 소리의 흐름을 강조합니다. 이것이 바로 플루트라는 악기의 핵심적인 특징이고, 드뷔시나 라벨 같은 작곡가나 마르셀 무아스와 랑팔과 같은 연주자야말로 이를 정확히 포착한 사람입니다. 때문에 전 세계 학생이 프랑스로 모여드는 것이지요. 유서 깊은 콩세르바투아르에서 공부한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고, 일생의 자산입니다. 기요로부터는 테크닉, 마리옹에게는 표현 방법, 부르주에게는 앙상블 연주를 주로 배웠습니다."

베를린 필의 수석 제의

베잘리의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시절 활동은 이 악단이 카프리치오 레이블을 통해 내놓은 모차르트의 세레나데와 디베르티멘토 전곡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뉴욕 필의 수석이었던 줄리어스 베이커나 빈 필의 플루트를 오랫동안 이끌었던 볼프강 슐츠, 베를린 필에서 한때를 보낸 제임스 골웨이와 에마뉘엘 파위(Emanuel Pahud)가 모두 뛰어난 독주자를 겸했기에 그녀도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돌아갈 의향이 있는지 궁금했다. 마침 파위가 자신의 베를린 필 후임으로 베잘리를 추천하려 했다는 뉴스도 읽은 터였다.

"산도르 베그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는 지휘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극도로 섬세한 피아니시모를 요구했고, 내게는 이것이 아주 유용한 경험이었습니다. 베를린 필의 친구들이 나를 원했다는 것은 들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베를린 필일지라도 말이지요. 그렇게 되면 내 소리를 잃어버리고 말 겁니다. 나는 이미 독주자이고 오케스트라 틈에 앉아 내 개성을 뒤섞고 싶지 않습니다. 어쨌든 파위가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가기로 했으니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유명한 관악기 주자 중 여성이 드문 것은 남성에 비해 폐활량이 작다는 점 도 큰 요인이다. 긴 호흡은 자연스러운 프레이징을 위해서 꼭 필요하지만 이를 마스터하기란 쉽지 않다. 베잘리는 오렐 니콜레로부터 순환 호흡(circular breathing)을 배웠다. 숨을 내쉬면서 동시에 들이쉬는 이 테크닉은 관악 주자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테크닉이다.

"나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순환 호흡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타카토를 연주할 때도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테크닉은 음악에 있어 제일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테크닉은 그것이 아무리 뛰어나도 음악의 시녀이고, 또 그래야 합니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핑거링이나 앙부쉬르(embouchure: 입술 모양)도 가지고 있지만 이는 모두 음악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내게는 음색과 비브라토의 변화, 그것이 가져오는 표현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는 내가 만들어낸 음색을 좋아하고 매일 그것을 더 발전시키고자 연습합니다."


테크닉은 음악의 시녀

역시 베잘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색이다. 그녀가 플루트의 단골 파트너인 하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나는 두 악기가 원래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플루트는 주어진 조합에 음색과 비브라토, 프레이징을 맞출 수 있는 악기입니다. 하지만 마리아 그라프, 마리-피에르 랑글라메와 특히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그라프는 그라페나우어와, 랑글라메는 파위와 각각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K299〉을 연주했던 하피스트라는 점이 재미있었다). 어느 연주자와 함께 연주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소리를 듣는 귀와, 둘의 호흡, 타이밍입니다. 바로 음악 그 자체이지요. 롤란트 푄티넨(Roland Pontinen)과 올레그 마이센베르그(Oleg Maissenberg) 등이 내가 함께 연주하기 즐기는 피아니스트입니다."

베잘리의 탁월한 음악성은 그녀가 비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녹음 작업에 잘 드러난다. 이제 30대 초반에 불과한 베잘리의 레퍼토리는 앞서간 어느 플루티스트보다 풍부하고 도전적이다. 더구나 랑팔이나 골웨이처럼 크로스오버나 플루트를 위한 편곡에 관심을 갖지 않고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낸다.
"솔리스트가 된 이래 다섯 곡의 독주곡과 실내악곡을 헌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플루트 음악의 주된 관심사는 협주곡이 될 전망입니다. 올해에만 네 곡이 완성됩니다. 핀란드의 울랴스 풀키스(Uljas Pulkkis), 아이슬란드의 하우쿠르 토마손(Haukur Tomasson), 핀란드의 칼레비 아호(Kalevi Aho), 스웨덴의 크리스티안 린드베리(Christian Lindberg)의 곡이지요. 독일에 살고 있는 소피아 구바이둘리나(Sofia Gubaidulina), 스코틀랜드의 샐리 비어미시(Sally Beamish), 일본의 마리 다카노(Mari Takano)도 현재 나를 위한 협주곡을 쓰고 있고, 안데르스 힐보리(Anders Hillborg)와 우르과이의 호세 세레브리에(Jose Serebrier)는 내년부터 새 곡에 착수합니다. 린드베리와 아호의 곡은 이미 녹음이 끝났고, 토마손은 올 여름 녹음합니다. 풀키스와 구바이둘리나, 비어미시는 내년에 차례가 오고요. 다른 작곡가에게도 플루트를 위한 새로운 레퍼토리를 부탁 중입니다."


21세기 플루트의 모든 것

그녀는 새로운 음악사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From A to Z〉야말로 현대 플루트 음악에 백과사전이 될 만한 음반 작업이다. 현재 발매된 1집은 이름이 알파벳 A와 B로 시작하는 작곡가의 작품을 수록했다.

"〈From A to Z〉는 16집까지 나올 예정입니다. 점점 더 많은 작품이 내 이메일 박스에 쌓여가고 있습니다. 2집은 이름이 B와 C로 시작되는 작곡가를 다루었습니다. 한국 공연 뒤에 녹음을 시작할 3집은 C, D 차례입니다. D 하나만으로 음반 세 장 분량 이상의 곡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선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16집까지 마치면 아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1, 2집에 넣지 못한 새로운 걸작을 잔뜩 발견했습니다. 그 곡을 다시 철저히 공부해야 하고 무척 뜻 깊은 작업입니다. 모든 음반에는 이 기획을 위해 위촉된 작품을 적어도 하나씩 넣고 있습니다. 며칠 전 나는 오스트레일리아 작곡가 브레트 딘으로부터 작품 하나를 팩스로 받았습니다. 환상적인 곡으로 히트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사실 〈From A to Z〉와 같은 시리즈는 음반사에게는 큰 모험이다. 베잘리의 지칠 줄 모르는 욕심 뒤에는 비스의 사장인 남편의 외조가 있다. 현대 곡이 연주되기조차 어려운 실정에서 자신의 곡이 레코딩되리라는 유혹을 뿌리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시대의 웬만한 작곡가는 베잘리와 플루트 그리고 비스를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으리라.

"내 필생의 과업입니다. 내가 아무리 연주를 잘해도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음악은 세상에 남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훌륭한 작곡가에게 플루트 음악을 쓰라고 권유하는 것이 점점 쉬워져 기쁩니다. 현대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곡가와의 개인적인 친분이 중요합니다. 칼레비 아호나 크리스티안 린드베리 같은 사람을 친구로 둔 것은 큰 행운입니다. 그들이 내게 이런 걸작을 선사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아호의 〈협주곡〉을 초연한 날 객석의 한 부인이 연주를 듣고 흐느끼며 말했습니다. '아호의 곡은 너무도 감동적이었습니다. 후반부의 시벨리우스를 앉아서 들을 수 없었습니다. 더 이상 다른 음악을 듣고 싶지 않아 집에 갔습니다. 어찌나 멋진 경험이었는지….' 정말 이 음악은 굉장합니다. 단언컨대 대편성 관현악과 플루트를 위해 작곡된 곡 중 가장 훌륭합니다."


작곡가와의 친분이 중요

그녀가 내놓은 다른 독집 음반 역시 참신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프랑스 레퍼토리를 묶은 <애피타이저>(Aperitif)는 장-자크 칸토로프가 지휘하는 타피올라 신포니에타와 같이 연주했고, 푄티넨을 반주자로 세운 〈카페오레〉(Cafe au lait)는 잘 알려진 곡과 그렇지 않은 여러 감미로운 음악이 적절히 묶여 있다. 레네-바통의 〈파사카유〉, 포레의 〈환상곡, Op 79〉는 정말 아름답다. 〈이스라엘 커넥션〉(The Israeli Connection)은 헝가리 태생의 젊은 피아니스트 데잔 라지치가 반주했다. 라벨의 〈카디시〉는 유대교의 장례 기도를 뜻하는 동어에서 비롯되었고, 그 밖에는 이스라엘 태생 작곡가의 곡을 주로 담았다. 이스라엘 태생인 그녀가 아니면 계획할 수 없는 내용이 가득하다. 라지치 자신이 작곡한 〈하바 나길라 변주곡〉은 얼마나 흥겨운지!

"비슷한 컨셉트의 음반을 더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나 스칸디나비아의 선율이라고만 말씀드리지요."

이번 내한 연주에서 들려줄 프로그램은 이런 재미있는 곡 대신, 보다 대중적인 플루트 레퍼토리로 짰다. 도플러의 〈헝가리 전원 환상곡, Op 26〉, 끌로드 볼링의 <모음곡>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Op 94〉가 그것이다.

"기획사 쪽에서 일반 청중을 위한 곡을 부탁했지요. 그렇지만 아호의 독주를 위한 〈솔로 III〉을 포함했고, 앞서 말한 브레트 딘의 작품을 슬쩍 끼워 넣으려고 합니다. 세계 초연이 되는 셈이지요."

음반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함께 그녀의 플루트 얘기를 듣고 있자니 나도 하멜린의 어린이들처럼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느낌이다. 도대체 끝이 있을까? 16집이라니…. G

인터뷰|정준호
작성 '04/04/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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