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파리 여행, 그의 통과의례
http://to.goclassic.co.kr/symphony/19606

 

 

“통과의례”라는 인류학 용어가 있다. 이것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치게 되는 탄생, 성년, 결혼, 장사 등에 수반되는 의례를 말한다. 때로는 이것이 상징적인 의미로 쓰여 사람이 정신적인 과도기에서 겪는 중요한 경험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통해 이전의 그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고통스럽고 위험하며, 때로는 정신 외상을 수반하기도 하는 이 경험을 사람이면 피할 수 없다.

 

천재인 모차르트에게도 통과의례와 같은 경험이 있다. 그것은 1778년 그의 파리 여행이었다. 이 파리에서의 체류 동안 젊은 모차르트가 그가 겪을 수 있는 중요한 사건들을 거의 다 겪는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파리에서의 푸대접,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사랑의 슬픔이다. 하지만 이 중요한 모차르트의 파리 여행에 대해서 우리는 소상하게 알지는 못했다. 기껏해야 백과사전적인 단편적 정보만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그의 파리 여행에 대해 소상하게 알 수 있는 책 하나가 나와 있다. 영국의 펭귄 출판사에서 2006년도에 발행한 『모차르트의 편지와 삶』인데, 이것은 모차르트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로 구성된 것인데, 파리 여행에 관련된 것은 무려 이 책의 1/3이나 된다. 그것도 그 책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그곳을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스물한 살 되던 해인 1777년 모차르트는 3년 동안 종사해왔던 잘츠부르크 궁전 작곡가로서의 직책을 사임하였다. 그것은 임금이 낮았고 무엇보다도 그가 작곡하고 싶은 오페라였지만 그곳에서는 그것을 공연조차 못 할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구직여행을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데, 그의 후견인인 아버지는 직업 때문에 잘츠부르크에 남고 어쩔 수 없이 어머니와 둘이서였다. 처음부터 파리에 갈 예정은 아니었다. 고향을 떠나 먼저 모차르트는 뮌헨에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원하는 카펠마이스터, 즉 궁정악장의 직책을 얻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고향인 아우크스부르크로 갔으나, 그곳에서 심한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만하임에서도 모차르트는 여전히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파리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아버지가 모차르트에게 1777년 11월 20일에 쓴 편지에서였는데 그것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네가 어디로 갈 계획이지? 파리로? 어떤 경로로 가지? 추천서 한 장 없이 파리로 갈 적정이냐? 어떤 경로를 통해 너는 가는 도중에 얼만가를 벌 수 있을 것 같으냐? 이런 것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 특별한 여행에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 알기나 하냐? 일단 그곳에 도착하면 너 누구에게 의지할래? 무엇인가를 버는 데 필요한 접촉을 할 때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네 지갑에 충분한 돈이 있을 필요가 없겠어? 파리에서 너는 레슨 해서 많이 벌 수 있지! 그것은 분명해. 그러나 네 생각에 학생들이 하룻밤 사이에 찾아질 수 있겠냐? 그리고 사람들이 있는 선생을 해고하고 떠돌이 선생을 고용하겠어? (......) 너 알고 있지, 우리가 불린저 씨에게 3백 플로린, 바이지 씨에게 백 플로린 이상을 빚지고 있다는 것을. 커슈바우머 씨에게 얼마나 빚을 졌는지 모른다. 틀림없이 약 40 플로린 이상은 될 것이다. (......) 이런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너에게 20 혹은 30 루이도를 준비하마. 네가 파리에 갈 결심을 굳힌다면, 그것이 그곳에 가면 두 배, 혹은 세 배로 불어날 것을 희망하면서 말이다.

 

이 편지의 내용으로 보아 파리 이야기는 모차르트가 먼저 꺼낸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는 그의 계획이 준비도 없이 충동적이었음을 나무란다. 그리고 그때까지의 모차르트와 아내의 여행을 위해 낸 빚을 열거하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모차르트가 파리에 가기만 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믿으며 돈을 마련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아버지도 모차르트처럼 큰 꿈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파리에 가서 정착하면 여행에 들어간 비용의 두 배 세배의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파리로 즉시 떠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로 이때 모차르트의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만하임의 소프라노 가수 알료사 베버였고, 이 여자는 후일 모차르트의 아내가 될 콘스탄체 웨버의 친언니였다. 그는 그녀의 집에서 하숙하면서 지냈는데 아버지에게 그녀에 대한 찬사를 한없이 늘어놓고, 심지어 그녀를 이탈리아로 데려가서 프리마돈나로 데뷔시키고 싶다는 자랑한다. 그러자 아들이 꾸물거리는 이유를 알아차린 아버지는 소설 같은 생각 그만두라면서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 아들을 다그친다.

 

파리로 떠나라. 그것도 곧. 훌륭한 사람들과 사귀어라. 모든 것을 걸고. 파리를 본다는 생각만이 너의 경박한 생각들을 막아줄 수 있다. 파리로부터 큰 재능있는 사람들의 명성과 평판이 퍼진다. 그곳의 귀족들은 천재들을 최고의 존중과 존경, 예절로 대한다. (......) 파리로 가서 명성과 돈을 벌어라. 그리고 그것에서 돈을 벌어서 이탈리아로 가서 초대를 받아 오페라를 쓸 수 있을 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로 알려지기 원한다면 너는 파리나 빈, 혹은 이탈리아로 가야 한다. 지금 네가 있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곳은 파리다. (......) 수많은 사람은 신이 너에게 내려주신 그 큰 총애를 받지 못했다. 정말로 큰 책임감을 느껴라. 그렇게 위대한 천재가 그의 갈 길에서 벗어난다면 얼마나 큰 수치이겠는가?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질책에 마지못해 웨버 가족과 작별하고 만하임을 떠나 9일간의 마차여행으로 1778년 3월 24일 마침내 파리에 도착한다.

 

파리는 모차르트에게 낯선 곳이 아니었다. 이미 1763년에서 1767년에 이르는 유럽 여행 때 그는 이미 파리는 방문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버지와 누이, 그리고 엄마 모두와의 연주 여행이었는데 바로 이때 베르사유 궁전에 초대받아 간다. 남매는 대환영을 받고 금 코담배 갑을 선물로 받았다. 또 왕비 옆에 서서 그녀와 즐겁게 이야기하고 그녀의 손에 키스하고 음식을 실컷 먹었다. 즐거웠던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다. 하지만 1777년의 파리는 옛날의 파리가 아니었다.

 

그곳 사람들은 그를 초보자로 취급하고 7살 때의 그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했던 대로 레슨으로 돈 벌기가 힘들었다. 사정이 호전되겠지 하면서 계속 레슨을 했지만, 그리고 변변치 못한 레슨 때문에 작곡이 큰 방해를 받았다. 그는 완전히 몰입하는 상태에서 작곡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머물던 건물은 층계 계단이 좁아 건반악기를 들여올 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집에 가서 작곡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옛날의 귀족들과는 달리 그때의 귀족들은 음악에 문외한이었고 교양이 없었다. 그래서 모차르트가 비싼 마차를 잡아타고 초대받은 곳에 가면 초대했던 사람이 없거나, 추운 대기실에서 몸이 얼도록 기다려야만 했다. 또 어떤 귀족들은 그를 불러 연주를 듣고는 칭찬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음악하는 사람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리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작곡을 해줘도 그들은 베끼지를 않고 연습도 하지 않았다. 극도의 환멸에 빠진 모차르트는 1778년 5월 1일에 쓴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아버지에게 토로하고 있다.

 

만일 이곳이 들을 귀와 느낄 심장이 있는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면 그리고 그들이 음악과 취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나는 이것을 마음껏 웃어넘길 텐데요. 하지만 음악에 관한 한 나는 야수와 짐승들 사이에 있는 겁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도 다를 바 없어요. 그들은 행동이나 감정 열정에서도 똑같아요. 세상에 파리 같은 곳은 없어요. (......) 저는 아버지 때문에 참아야만 해요. 만일 제가 제 취향을 그대로 가지고 이곳을 떠난다면 신께 감사할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프랑스어를 할 줄도 모르고 그곳의 지리도 몰라 어둡고 햇빛이 들지 않는 감방 같은 방에서 지내던 어머니는 조금씩 앓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두통, 발열, 설사, 섬망 증세가 나타나 1778년 7월 3일 사망한다. 아버지와 누나가 받을 충격을 염려하여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심하게 아프다, 열병과 오한이 심한데 모든 것을 신께 맡기자는 내용을 편지로 보낸 뒤, 바로 고향의 친구에게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쓴다.

 

자네 혼자만 읽어보게나


나와 함께 슬퍼해 주게, 친구여. 오늘 내 일생에서 가장 슬픈 날이네. 편지를 쓰는 지금 새벽 두 시인데 그래도 자네에게 전해야만 하겠네.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네. 신께서 부르신 거지. 그가 데려가기를 원하신 거야. 분명히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나는 신에게 나 자신을 맡겼네. 그는 나에게 어머니를 주셨으니 어머니를 나에게서 데려가실 수 있지.

 

결국, 아내의 죽음을 알게 된 아버지는 처음에는 그가 파리에 남아서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하라고 격려하다가 때마침 잘츠부르크의 악장이 죽자 아들을 위하여 그 직책을 주교에게 약속받고 모차르트를 고향 잘츠부르크로 불러들였다. 결국은 이렇게 해서 모차르트는 1778년 9월 26일 파리를 떠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만하임에서 웨버 가족을 만나 같이 지내며 꾸물거린다. 웨버 양에게 청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녀는 퇴짜를 놓는다. 그녀는 모차르트를 대단한 작곡가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꾸지람과 독촉을 못 이겨 모차르트는 푸른 꿈을 안고 떠났던 고향, 임금도 적으며 음악관계자가 대접도 못 받고 오페라 상연을 할 수 없으며, 형편없는 오케스트라 때문에 그토록 떠나고자 했던 고향 잘츠부르크로 1779년 1월 셋째 주에 돌아온다.

 

***************************

잘츠부르크로 돌아오는 모차르트는 그 이상 잃을 것이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그것은 그가 그곳에서 그해 6월 12일에 완성한 교향곡 31번, 『파리』였다. 이것은 그가 경멸해 마지 않는  파리사람들의 기호를 존중하여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작곡한 작품으로, 여태까지 그가 작곡한 것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이었다. 형편없는 리허설로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를 절망으로 몰아넣었으나 초연에 대성공을 거뒀던 이 곡에 대하여 『유럽 편지』라는 잡지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성체 축제 때 콘서트 스피리투알레(영적 콘서트)가 모차르트의 교향곡으로 시작되었다. 이로써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하프시코드 연주자로 유명했던 그가 오늘날 가장 유능한 작곡가로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평가를 통해 우리는 그가 비록 슬픈 패배자로 귀향했지만, 그의 파리 여행이 그의 중요한 통과의례였음을 알 수가 있다. 왜냐하면, 모차르트가 더는 신동으로서가 아니라, 뛰어난 작곡가로서 유럽음악계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함을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

 

 

 

 

작성 '20/09/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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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모차르트가 환멸과 실패를 맛본 파리 여행과 그 여행 중의 어머니의 비통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모차르트의 편지와 삶"이라는 책이 번역된 게 있다면 한번 읽어 보고 싶습니다.

20/09/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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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


번역본은 없습니다. 제가 요약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주로 아버지와 모차르트의 편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그들의 생활을 자세히 알수가 있어, 모차르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kp6531님의 격려의 댓글에 오늘도 고클 베르디, 피곤한 줄 모릅니다.^^

20/09/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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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


모차르트의 편지 몇개를 골라 번역한 책은 있습니다. 하지만 펭귄북에 있는 분량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합니다. 아주 단편적이죠.

20/09/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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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


kp6531님, 이 아래 글을 쓰신 trotwood님이 모차르트 편지 번역본을 찾아내셨네요. 저는 이 리뷰를 3년 전에 써둔 것인데, 그 때는 모차르트 편지를 진지하고도 많이 번역한 책은 없었답니다. ^^

20/09/2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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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p***:

아, 그렇군요.
관심이 많이 갑니다.

20/09/2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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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

고클 베르디님 잘 봤습니다~
올해 베토벤 250주년이지만 개인적으로 모짜르트 음악을 차분히 다시 들어보자고 해서
모짜르트 교향곡 전곡을 매주 1, 2개 정도씩 듣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이 파리 교향곡 들으면서 모짜르트 어두웠던 파리 생활을 좀 더 알고 싶었는데 역시 편지를, 그것도 우리글로 보니 더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네요~~

모차르트 편지 번역본 찾아보니 이런게 있네요.
모차르트의 편지,김유동 (옮긴이)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6935918

20/09/2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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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200여통의 편지를 번역한것이 있군요. 번역하신 분 대단합니다. 음악 애호가랑션 무조건 사서 읽어야 합니다. 이런 책은 주워에 널리 알려야하구요.

20/09/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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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p***:

알라딘의 샘플을 읽어 보니 참 진솔하고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것 같군요.
이 책을 읽으면 모차르트에 대해 더 많이, 더 깊이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20/09/2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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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모짜르트의 교향곡 31번의 2악장은 특히 인상적이죠.

20/09/2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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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


초연이 있은 뒤 두번째 공연을 위해 2악장 안단테를 고쳐썼다는 모차르트의 편지가 기억납니다. 그래서 유튜브에 두번째 버전이라고 표시되어 있지요. 1악장보다 더 모차르트답게 들립니다. ^^

20/09/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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