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스타인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
http://to.goclassic.co.kr/symphony/19295

 

이번 가을에 에사-페카 살로넨 /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지메르만의 내한공연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지메르만의 연주를 볼 수 있는 무대라 많은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연주곡이 번스타인의 교향곡 2불안의 시대 The age of anxiety 입니다.

 

물론 번스타인이 좋은 작품들을 작곡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작곡가보다는 지휘자로서 이미지가 워낙에 강하기 때문에 평소 그의 작품들을 많이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제목이 교향곡이니, 피아니스트의 비중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생소한 작품이라 한번 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음반들이 몇 종 있었으나 저의 선택은 일단 마르크-앙드레 아믈랭 / 얼스터 오케스트라의 연주 음반이 되겠습니다^^ 아믈랭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 CD 자켓이 하퍼 Hopper[Nighthawks]로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고, 악상에도 맞는 그림입니다. 참고로 하퍼의 이 그림은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오든 Auden의 작품 보다 먼저 그려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번스타인 지휘 필립 앙트르몽의 CD 연주도 있지만, 무엇보다 DVD로 번스타인이 LSO를 지휘하고 이번에 내한하는 지메르만이 연주한 실황 영상물이 있어서, 이 작품을 직접 지휘하는 번스타인의 감격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들어본 소감은 굉장히 좋은 피아노 협주곡이고, 곡에 반해서 여러번 반복해서 듣고 있는 중입니다. 작곡가인 번스타인이 정한 대로 교향곡으로 일단 봐야겠지만, 내용상으로는 피아노 협주곡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작품의 구조가 일반적인 3~4악장의 형식이 아니라 두 개의 파트를 중심으로 각각 세 개의 주제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PART ONE A. The Prologue(프롤로그) / B. The Seven Ages(일곱 시기) / C. The Seven Stages(일곱 무대), PART TWO A. The Dirge(만가) / B. Masque(가면극) / C. The Epilogue(에필로그)입니다. 참고로 일곱시기는 유아기, 청소년기, 성적 각성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 임종시기이고, 일곱무대는 등장인물간 내면의 상상 여행들입니다.

 

작품의 구조가 이렇게 된 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오든 Auden의 전원시 [불안의 시대 The age of anxiety]의 구성을 그대로 차용해서 작곡했기 때문입니다. 하퍼의 그림에 나온 것처럼 네명의 등장인물 (퀜트, 멀린, 로제타, 앰블)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불안한 존재인 인간과 그로인한 사회에 대한 성찰을 담은 오든의 작품을 번스타인이 이렇게 악상으로 절묘하게 풀어낸 것입니다.

 

오든은 번스타인의 이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하고, 번스타인은 이 곡에 대한 설명에서 하퍼의 그림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또 번스타인은 이 작품에서 피아노는 등장인물의 나래이션이고, 오케스트라는 등장인물을 비추는 거울이다라고 하였다 합니다.

 

실제 이 연주를 들어보면 두 대의 클라리넷으로 조용히 시작하는 우울한 프롤로그에 이어 바로 피아노 연주가 시작하는데, 피아노의 연주를 오케스트라가 받아서 더욱 확장하고, 심화시키는 면모가 보입니다. PART ONE의 그 심란한 내면의 세계가 피아노로 잘 표현되어 있고, 오케스트라도 피아노와 악상에 맞춰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PART TWOMasque에 오면 빠르기가 Extremely fast로 아주 매력적인 재즈 음악을 듣는 듯한 멋들어진 피아노 연주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단원을 마무리짓는 에필로그에서는 어떤 숭고함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퍼의 그림이 1942년에 그려졌고, 오든의 시가 1947년 발표되었으며, 번스타인의 교향곡이 1949년 발표되었으나,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불안의 시대 The age of anxiety]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음악을 들으며 많은 공감이 되는 것이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데 한편으로 조그마한 깨달음과 힘이라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번스타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성 '18/08/25 10:02
sk***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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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저 호퍼 그림 자켓도 멋지고, 저 스트라입의 dg 음반도 정말 갖고 싶네요.

18/08/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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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아믈랭 CD의 호퍼 그림은 완전하게 자켓에 실리진 못했지만 정말 악상과 잘 맞는 그림입니다. 지메르만의 CD는 번스타인과의 젊은 시절 영상물 연주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18/08/2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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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

번스타인이 타계하기 전 지메르만에게 ‘내가 100살이 되었을 때 이 곡(불안의 시대)를 함께 연주하지 않겠느냐’라고 제안했다는 일화가 있다네요. 정말로 지메르만은 약속을 지킨 갓이겠조.
그 일화를 생각하면 번스타인의 100세 생일인 오늘, 8월 25일에 지메르마니 연주로 불안의 시대를 듣는 감회가 남다릅니다.

18/08/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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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지메르만도 이제 나이가 육십이 넘었네요. 그래도 요즘 육십이면 한참 때이니^^ 공연이 많이 기대됩니다

18/08/2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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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제한된 시간에 평소에 익숙하게 느끼고 좋아하는 작품들을 듣고싶어 생소한 작품은 들어보기를 늘 꺼리는데, 같이 들어보기를 초대하시듯 써주신 감상소감과 간결한 설명 덕분에 흥미가 생겨 들어보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8/08/2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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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을 작성자가 직접 삭제하였습니다

18/09/0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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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덧글 감사합니다. 이 작품에 공감이 되어 조그마한 힘이라도 된다면 좋겠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오타가 있어서 몇글자 수정을 했습니다

18/09/0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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