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교향곡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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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3번 교향곡은 오케스트라의 재미를 아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곡입니다. 너저분한 음표도 없고, 과장된 부분도 전혀 없는 곡이죠. 하지만 곡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그야말로 엄청납니다.

이 에너지를 표현해 내는 것은 오케스트라의 기량과 지휘자의 '센스'인데요
3박자의 액센트가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교묘하게 역동감을 만들어내는 재치와 철철 넘치는 힘을 부족함 없이 표현해 낼 수 있는 금관과 타악기, 그리고 현의 기량이 연주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겠죠. 결국 좋은 것은 '곡'이구요, 있는 그대로 솔직히 연주하면 어떤 연주이든 좋게 들립니다. 처음 들은 연주가 가장 좋게 들리기 쉬운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1악장이구요, 그 중에서도 제 1주제가 전개되는 부분, 호른이 힘차게 밀고 나오는 부분, 그리고 거친 제 2주제, 무엇보다, 1악장 코다에서 현악기의 셋잇단음표와 트럼펫이 자리바꿈을 하면서 제 1주제를 강하게 연주하는 부분.. 이 정도를 포인트로 잡으면 되겠군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지금까지 들어 본 몇 개의 '영웅'중 최고는 단연 푸르트뱅글러의 44년 녹음입니다. 멜로디아에서 발매되다가 얼마 전 부터 DG로 판권이 넘어 온 음반이기도 합니다(mp3 1집에 수록되어 있는 연주입니다).
우선, 이 연주는 굉장히 느린 템포를 취하고 있습니다. 카라얀이나 길렌의 연주에 익숙해진 상태라면 좀이 쑤셔서 참기 힘들 정도가 아닐까 하는데요, 1주제가 크게 크레센도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돌변하게 되죠, 호른과 현악기로 연주되는 이 악상에서 대단한 힘을 느낄(대단히 자연스럽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느린 템포 때문에 곡의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열악한 음질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완벽한 밸런스를 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라이브 녹음인지라 엔지니어가 나중에 이래저래 손을 댈 여지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두말 할 나위 없는 좋은 밸런스를 얻게 된 듯..
마지막으로 반복되는 제 2주제에서 폭발하듯 터지는 천둥같은 팀파니의 위력은 '이 이상의 연주는 없다'라는 확신을 가지게 해 줍니다.

푸르트뱅글러의 연주가 여러 면에서 가장 좋은 연주임에는 틀림없지만 다른 지휘자들의 연주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가장 수준 높은 연주는 카라얀의 마지막 녹음(DG)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라얀의 연주가 좋다는 것은 1악장 외에도 4악장의 연주가 대단히 뛰어나기 때문인데요, 세 차례에 걸친 녹음에서 일관되게 굉장히 빠른 템포의 코다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바로 이게 정답이죠.

번스타인의 연주는 이래저래 친절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지만 약간은 맥빠진 느낌도 주는데요, 대신에 중요한 포인트는(특히 1악장에서) 확실하게 짚고 있습니다.
1악장의 전개부에서 액센트가 첫 번째 박자, 두 번째, 세 번째 박자로 옮겨가면서 강렬한 싱커페이션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마치 마법처럼 잡아 내고 있구요 1악장 코다에서 트럼펫이 조금씩 크레센도 되면서 앞으로 치고 나오는 부분은 정말 압권입니다. 이 부분을 놓고 보면 카라얀도 푸르트뱅글러도 다 필요 없습니다. 결국 이 부분이 곡의 핵심이란 걸 생각하면 번스타인의 연주가 가장 '효율적인'연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빈 필과의 연주도, 뉴욕 필과의 연주도 다 비슷하지만.. 오케스트라의 기량이라는 면에서 빈 필쪽에 점수를 더 주고 싶군요.

토스카니니는 전집에 있는 연주를 들어 봤는데 뭐, 더할 나위 없는 연주입니다. 괜히 토스카니니가 아니죠, 하지만 푸르트뱅글러와 비교하면 맥빠지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4악장에서 너무 허우적댄다는 점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그렇게 호감이 가는 음반은 아닙니다.

므라빈스키, 아바도의 연주도(서로 극단적으로 다르긴 하지만)나름 대로 인상적인 연주였고(아바도는 딴 것 말고 1악장 첫 머리의 '꽝!', '꽝!' 하는 두 음이 멋집니다) 아르농쿠르의 연주 역시 이 곡에서 뭘 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파악하고 있는 대단히 좋은 연주입니다. 트럼펫만을 고악기를 이용했다는 발상이 너무 참신하고 그 효과도 대단합니다.

더 언급해야 할 음반이 많지만.. 이 쪽은 전문도 아니고 지식도 짧아서 그만 해야겠네요. 뭐니뭐니 해도 좋은 건 곡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곡을 들으려면 제대로 연주된 음반이 필요하겠죠. 3번 교향곡에서 악기의 밸런스가 맞지 않거나 '해 줘야 할 때 안 해주는'부분이 있으면 그 연주는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습니다.
여러 음반을 비교해서 들어 보시면 저절로 알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죠.

그럼..
작성 '00/06/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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