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훈님이 직접 번역하신 귀한 글을 그대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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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한 장의 실질적인 무게는 어느 것이라도 그렇게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케이스에서 꺼내서 손에 쥐었을 때 느끼는 CD 한 장 한 장의 무게는 틀림없이 한결같지 않다. 양손으로 잡고싶게 될 정도로 묵직한 한 장도 있고, 창문으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에 날릴 것 같이 가벼운 한 장도 있다.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CD는 어느 것 한 장을 쥐어도 무의식중에 양손으로 받쳐들고 싶게 될 정도로 무겁다. 물론 그것은 이미 줄리니의 연주를 들어서 알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감상적인 기분 속에서의 무게에 불과한 것이지만, 나(원저자)는 우선 그 CD의 무게를 똑똑히 확인하고 나서 줄리니의 연주를 듣기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다.

손에서 무겁게 느껴지는 줄리니의 CD라도, 그 CD로부터 들려오는 음악은 지나치게 중후한 느낌으로부터는 아득히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과장됨과도 관계없다. 줄리니의 연주에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음악이 지나치게 달리는 일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만일 하나 하나의 음을 존중하며 억누르는 듯한 템포로 연주되고 있어도 음악은 정체하는 것은 아니며, 노래가 기운을 잃고 여위어지는 것도 아니다.

줄리니의 연주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것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그것은 농후한 칸타빌레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베토벤의 작품이어도, 브람스의 작품이어도, 브루크너나 말러의 작품이어도, 혹은 근대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이어도, 줄리니가 지휘한 연주에서는 마치 활력에 뜬 사람의 몸 속을 기운 좋게 도는 피를 생각하게 하는 뜨거운 것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그 음악 속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것이 생명력으로 뜬 "노래"로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줄리니의 연주이다.

줄리니는 결코 연주를 청자에게 들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줄리니가 바랐던 것은 청자에게 들려주는 것이라는 일방통행의 행위가 아닌, 자신이 바라는 음악을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청자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줄리니가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의 숭고하고 그러나 한없이 따듯한 아름다움은 그것에서 유래하고 있다. 이것만으로 청자를 깊은 감동에 빠지게 하는 연주를 해 온 대지휘자에도 불구하고, 줄리니에 대해 말할 때 언제나 카리스마적이라는 것을 듣지 못했다. 줄리니 CD의 무게를 정확히 재고 있는 청자라면, 카리스마라는 단어는 진지하고 겸허하게 음악으로 향하여 온 덕망 높은 지휘자에게는 더욱 더 멀어지는 단어라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성 '06/07/2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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