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스타인의 말러3(DG 신전집 volume3 해설 번역)
http://to.goclassic.co.kr/artist/331

[이 글은 번스타인의 말러 신전집(DG)의 내지에 있는 해설을 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이지만 혹시 저작권 상의 문제가 있다면 삭제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퍼가시는 분도, 저작권 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말러의 교향곡 전체를 연주하는 지휘자들은 대개 8번의 연주를 마지막에 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8번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연주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관리 계획과 예산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성인 합창단 두 팀과, 유소년 합창단 한 팀, 7-8명의 독주 성악가와, 무대 뒤에서 연주할 트럼펫과 트롬본에, 타악기와 만돌린, 피아노, 페달 오르간과 파이프 오르간이 추가된 대형 오케스트라를 생각해보라.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레코딩 팀은 8번 연주를 위한 ‘작전’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1990년 10월 14일 - 세상을 떠날 당시 - 번스타인은 DG와 계약한 말러 사이클을 마무리 짓는 뉴욕필과의 8번 연주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성사되었더라면 1906-7년에 작곡된 이 곡을 뉴욕필이 상업적으로 녹음하는 첫 케이스가 되었을 것이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녹음되지 못한 8번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DG는 전에 출시되지 않았던 실황 연주의 다큐멘터리 테이프(빈필의 1975년 8월 잘츠부르크 공연)를 발굴해, 1974년의 비엔나 콘서트 촬영분에서 발췌한 미완성 10번(1910)의 Adagio와 함께 묶어 내놓게 된다.

 

1965년 뉴욕에서 있었던 번스타인의 8번 공연을 두고, 한 평론가는 “내 평생에 걸쳐 콘서트홀에서 들은 연주 중에서도 최고의 연주에 속한다. 해석자가 이보다 더 뜨겁게 자신의 신념을 확증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스터 번스타인은 말러에 대한 강렬한 사랑과 이해를 두루 갖추고 있으며, 자신의 전존재를 말러와 그의 음악에 쏟아 부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번스타인이 잘츠부르크에서 8번의 연주를 지휘한 것은, 한 때 번스타인의 멘토이기도 했던 말러 옹호자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가 이 곡을 연주한 지 15년만의 일이었다. 역시 잘츠부르크에서 이루어졌던 미트로풀로스의 연주와 번스타인의 연주 사이에 오스트리아에서 말러의 8번이 연주된 일은 없었다. TV 디렉터이자 번스타인의 전기를 쓰기도 했던 험프리 버튼은 번스타인이 당시 올스타 멤버로 이루어져 있던 독창자들과 함께 하던 리허설을 묘사하면서, 그들이 마치 상설 오케스트라의 일원들처럼 작업했다고 전한다. 늘 그렇듯, 연주자들은 단상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전류와 힘을 피부로 느끼며 번스타인의 지휘 아래 자발적으로 자신의 연주를 수정했다. 지휘자가 발을 구르는 소리와 무대의 잡다한 소음이, 기록보관소의 레코딩에 그대로 녹음된 채 당시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말러의 음악을 특징짓는 극도의 서정성은 그의 마지막 세 교향곡과 관련하여 더 자주 언급된다. 8번 교향곡을 지배하는 감정은 확고한 인본주의적 미학이다. 이는 음악적인 양식을 통해, 또 중세의 성가인 “Veni, creator spiritus”와 파우스트 2막의 (파우스트가 속죄받는) 마지막 장면을 결합시킨 작곡자의 영감에 찬 결정을 통해 명료하게 드러난다. 대조적으로 <대지의 노래>와 9번 교향곡은 덧없고 연약한 인생을 묘사한다. 이 장면들을 둘러싼 감정은 인종(忍從)과 죽음에 대한 최종적인 수용이다.

 

<대지의 노래>는 가곡으로 이루어진 교향곡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지의 노래>의 여섯 악장이 교향악적인 본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전 시가들을 Hans Bethge가 독일어로 자유롭게 번역한 이 가곡의 가사들은 덧없는 젊음, 외로움과 고뇌, 봄날의 기쁨, 탐닉과 방임을 노래하고, 30여분에 이르는 마지막 곡인 ‘Das Abschied’에서는 세상에게 작별을 고한다. 번스타인은 마지막 악장을 ‘독일 음악의 오랜 낭만주의적 전통에 대한 말러 자신의 고별’과 연관 짓는다. ‘이제는 모두 끝났음을, 새로운 음악을 시작할 수 밖에 없음을 알고 있는 듯 내비치는’ 이별의 말. 하지만 동시에, 작곡가는 옛 것을 보내지 싶지 않다. “모난 선율적 전개와 예기치 못한 음정, 무한히 넓은 도약, ‘무한’ 선율의 탐색, 화성적 모호성 등, 20세기의 작곡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이 모든 특징들은, 그럼에도 궁극적으로는 베토벤과 바그너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라고 번스타인은 말한다. 이제는 전범이 된 번스타인과 빈필의 1966년 <대지의 노래> Decca 녹음에서는 일반적으로 콘트랄토가 부르는 곡을 바리톤인 디트리히 피셔-디스타우가 부른다. 이는 말러 자신이 악보에 명시한 대안을 따른 것이다.

 

9번의 주제에 관한 번스타인의 논의는, 그가 단상 밖에서는 얼마나 명석한 말러 옹호자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Four Ways of Saying Farewell'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그리고 하버드에서 있었던 Charles Eliot Norton 강좌의 다섯 번째 강연(‘20세기의 위기’)에서 번스타인은 9번 교향곡 전체에 대한 다소 주관적이지만 통찰력 있는 개괄로 결론의 첫머리를 시작한다. 그는 1악장의 개시부와 유사한 소절들을 말러의 심장병으로 인한 부정맥을 묘사한 것으로 듣는다. 그리고 피날레의 마지막 페이지를 -너무나 적절하게도- ‘그가 쓴 가장 위대한 페이지’라고 지목하며 그것이 예술사를 통틀어 죽음을 가장 극명하게 묘사한 사례라 단언한다.

 

번스타인이 9번을 말러의 가장 고통스러우면서도 가장 비타협적인 작품이라고 할 때, 그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같은 견해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Helena Matheopoulos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한 바 있다. 지휘자의 관점에서 볼 때 9번은 결코 어려운 곡이 아니다. “... 내가 말러의 9번이 지휘하기 쉬운 곡이라고 했던 것은, 말러의 의도를 오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 그랬던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많은 이들이 말러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말러의 곡에서 표현되는 과대함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말러가 가능한 한 느리게, 혹은 빠르게, 혹은 부드럽게, 혹은 강하게라고 썼을 때, 그것은 언제나 말뜻 그대로를 지시한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내가 말러를 과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멍청한 것이다. 말러를 과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러의 교향곡을 연주하려면, 당신은 당신의 온 심장과, 육체와, 영혼과, 당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리고 운명에 맡겨야 한다. 9번의 마지막 페이지를, 음악이 죽어 스러지고, 당신이 거의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느려지는 그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요점은 이것이다. 붕괴시키라.” -Jed Distler

작성 '08/05/16 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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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사람들은 언제나 내가 말러를 과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멍청한 것이다. 말러를 과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러의 교향곡을 연주하려면, 당신은 당신의 온 심장과, 육체와, 영혼과, 당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리고 운명에 맡겨야 한다. 9번의 마지막 페이지를, 음악이 죽어 스러지고, 당신이 거의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느려지는 그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요점은 이것이다. 붕괴시키라.”

너무 멋지네요... 정말 번스타인이란 분은...
아 미치게 그의 말러9번이 듣고 싶습니다

08/05/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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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

아.. 감사합니다.

08/05/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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