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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먼 래틀이 현재의 계약이 종료되면 베를린 필을 떠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차기 베를린 필 수장이 누가 될 것인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이 다시 당면한 현실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18/19 시즌부터 새로운 음악감독이 바톤을 이어받게 되었으므로 2015년 정도에 단원투표가 있게 될 것이며 따라서 앞으로 2년 내에 후임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면 가능성이 높은 대략적인 후보들을 지금 시점에서라도 추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베를린 필의 음악감독은 지휘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영광의 자리이기 때문에 현재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름께나 알려진 마에스트로들은 모두 이를 노리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나 지난 몇 시즌 동안 베를린 필을 객원해왔던 지휘자들이라면 "혹시 내가 다음"이라는 야망을 품는게 당연하겠죠. 익명을 요구한 베를린 필 단원의 제보에 의하면 심지어 올해 여든 여섯인 블롬슈테트마저도 자신을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원하는 베를린 필의 왕좌는 오직 한 자리뿐이고 이미 강력한 후보자들이 전면에 드러나고 있으니 카라얀과 아바도가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혼전 양상이있던 시절들과 비교한다면 다소 맥빠진 투표전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강력한 후보자들은 크리스티안 틸레만, 리카르도 샤이, 구스타보 두다멜, 그리고 안드리스 넬손스입니다.  

 베를린 필의 음악감독은 매우 독특하게도 단원들의 투표로 정해집니다. 사실 단원들의 투표로 뽑는다는 것이 베를린 필에게는 이제 마치 당연해 보이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이 선출 방식은 오로지 베를린 필이기에 가능한 제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의 선거는 우선 입후보자가 있어야 합니다. 평양감사도 지가 하기 싫다면 시킬 수 없을진대, 베를린 필은 이 과정은 무시하고 투표로 자신들의 음악감독을 뽑아버리고 그(또는 그녀)에게 이 사실을 통보합니다. "너 우리 음악감독이 되었으니 계약해라"  이렇게 보면 이건 한쪽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매우 기묘한 제도죠.

 따라서 베를린 필의 입장에서도 투표로 누군가를 뽑았다가 그(또는 그녀)가 거절해버리는 난감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잠재적 후보군들을 우선 추려내고 이들과 사전에 충분한 교감 작업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역할은 단원들이 하기도 하고, 언론이 나서서 바람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현재 강력한 후보들로 부상한 인물들이 위의 네 명의 지휘자로 보입니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열려 있겠으나 투표에까지 이르러 유의미한 표를 획득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자는 저로서는 선뜻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그럼 위 네 명의 지휘자들이 가지는 베를린 필의 차기 수장으로서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크리스티안 틸레만입니다. 틸레만은 베를린 태생이며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공부했고, 카라얀의 조수로 활동한 경력 등에서 알 수 있듯 현재의 베를린 필 단원들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 됩니다. 최근 베를린 필의 핵심 단원들과 사적인 만남을 가지며 은근 슬쩍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투표 과정에서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음악적으로 과거 독일의 거장들의 정통 후계자를 자처하며 바그너와 슈트라우스 해석에 있어서 현재 시점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도 장점이 되겠죠. 하지만 단점이 될 요소도 분명히 있는데, 우선 그는 전략적으로 그러한 면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독일 음악의 후계자를 자처하다 보니 레퍼토리가 협소하고 이 때문에 구시대적인 인물로 비치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틸레만은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는 아직 다소 생소한 인물이며 따라서 디지탈 콘서트홀 등으로 범세계화를 추구하는 베를린 필의 미래 구상에 어울리는 혁신적인 지휘자는 아닙니다. 때문에 베를린 필로서는 객원 지휘자로 한 시즌에 두 번 부르는 현재 수준의 관계에서 만족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리카르도 샤이는 틸레만처럼 베를린 필과 인연이 깊은 지휘자입니다. 카라얀이 말년에 특히 총애했던 샤이는 이 덕분에 젊은 시절 베를린 필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간단한 조수 일을 했던 틸레만과는 달리 정말로 카라얀의 직계 후계자로 자처해도 뭐라할 사람이 없는 지휘자입니다. 거기에다 로얄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와 현재의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수장으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는 것도 틸레만이 가지지 못한 장점입니다. 즉 한 단체의 경영자로서의 수완이라는 측면에서 샤이는 경쟁자들을 간단히 제압합니다. 바흐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 있으며 최근의 베토벤과 곧 출시될 브람스 등으로 해석적인 측면에서도 혁신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그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샤이의 최대 약점은 그가 이미 이루어논 업적이 너무 크다는 점에 있습니다. 새로이 녹음할 작품이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샤이는 수많은 음반들을 만들었다는 점은 미래를 설계함에 있어 마이너스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그가 소속된 데카는 예로부터 병맛나는 마케팅으로 욕을 먹었던 음반사입니다. DG와 유니텔의 전폭적인 지원이 약속된 틸레만에 비한다면 이것이 그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지도 모릅니다. 

 젊은 세대에서는 구스타보 두다멜과 안드리스 넬손스가 경합합니다. 틸레만과 샤이는 전임자 래틀과 나이 차이가 그렇게 크게 나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베를린 필의 입장에서는 구세대의 인물들로 비쳐질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최근 서구 음악계의 강력한 흐름은 젊은 마에스트로 우대입니다. 베를린 필 역시 30대 젊은 지휘자들을 자신들의 수장으로 모시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스타보 두다멜을 센세이셔널한 등장부터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통해 새 시대가 요구하는 '스타'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지휘자입니다. 아스코나스 홀트나 DG등의 매우 강력한 서포터들이 주위에 포진하고 있으며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도 특히 아메리카 양 대륙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화를 구상하는 베를린 필의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후보자입니다. 하지만, 해석적인 측면에서 그의 나이에 비해 다소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점, 오케스트라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아직 검증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의 위세가 일시적인 것이 되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때문에 앞으로의 2년이 그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곧 발매될 짜라투스트라 음반이 좋은 평을 받아야겠죠.

 마지막으로 안드리스 넬손스는 스타로서 단숨에 일어선 두다멜과는 달리 최근 몇 년 사이 베를린 필과의 객원 지휘를 통해 단원들 사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규모가 작은 Orfeo와 녹음 계약을 맺고 있지만, 유니텔에서 그를 차세대 스타로 키워볼 욕심을 부리고 있으며 그의 스승, 얀손스의 강력한 후원을 등에 업고 바이에른과 RCO 등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선임되는 등 최근의 성장세는 두다멜의 그것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리스마가 떨어지는 외모(?), 보스톤 심포니와의 계약관계 등 현실적인 난점들도 당연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 역시 두다멜과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2년이 결정적인 시간이 될 것입니다. 


 어쨌든 누가 되든 욕을 먹게 되겠지만 차기 베를린 필의 음악감독이 누가 될 지 정말 궁금합니다. 위의 네 사람 중 하나가 될까요? 아니면 전혀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까요?

작성 '13/08/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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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b***:

저는 개인적으로 paavo jarvi도 top5에 들어갈만한 커리어와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이미 래틀이 베를린필을 많이 경량화 시킨데 성공(?)한 판국에 두다멜이나 넬손스보다는 무게도 있고 단원들과의 스킨쉽도 좋으면서도 강한 카리스마로 베를린필하모닉과 은근히 좋은 궁합을 이루지 않을까 싶습니다.아시아,미국,유럽을 아우르는 오케스트라 수장자리를 가졌던것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고,FRSO시절 Arte TV와의 협력으로 방송매체와의 궁합도 아주 뛰어나다는걸 증명했구요.충분히 수장자리를 노려볼만할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틸레만은 밸런스가 상당히 한쪽에 치중된 지휘자인거에 비하면 전체적인 밸런스도 뛰어나고 말러 해석에선 위에 언급된 네 지휘자들과는 비교자체가 거부되지 않나 싶습니다.물론 특급 음악가 가문의 출신인것도 한 몫하겠고,미국에서 자랐지만 유러피안이라는 면에서도 두다멜보다 위에 서있을것 같기도 하구요.

13/08/24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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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

파보 예르비 역시 부족함이 없는 후보자입니다. 실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마에스트로죠.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약점은 베를린 필을 객원한 횟수가 너무 적다는 것에 있습니다. 비교적 이른 시기인 99/2000 시즌에 객원 지휘자로 초청을 받았지만 그후 다시 초청을 못받다가 지난 시즌에야 비로서 정기연주회에 재등장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다시 빠졌구요. 매시즌 초청받을 필요는 없지만 이 정도 지휘 횟수로는 강력한 후보자로 어필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13/08/2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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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b***:

그것도 그렇네요.가족들을 골고루 불러서 쓰는걸지도..:) 어쨋든 협주 횟수가 적은것도 흠이라면 흠이네요

13/08/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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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샤이가 게반트하우스와의 계약을 2020년까지 연장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계약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하지 않고서는 베를린 필로 가긴 어렵지 않나요?

13/08/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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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위의 4명 중엔 당연 샤이가 거의 모든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게반트하우스와의 계약이 역시 걸리네요. 하지만 다른 지휘자들도 모두 계약기간이 있는 만큼 크게 문제 될 것 같지는 않구요. 두다멜을 너무 이른 감이 있구요, 오히여 하딩이 더 좋은 대체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13/08/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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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적임자가 안 보이네요.

13/08/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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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샤이가 실력이나 경력으로만 따지자면 제일 적합할 듯하나 결국은 독일음악의 적통 틸레만이 베를린필의 수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3/08/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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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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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2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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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개인적의견이지만 틸레만이 가장유략하지않나싶군요....독일정통파지휘자의 뒤를이어간다라는것만으로도 이미 무게추가 많이넘어왔으니말이죠...그리고 독일음악에서도 강세를보이니 말 다했죠 ㅎㅎ ㅅ저는 틸레만이 새로운수장이 된다면 환영입니다 ㅎㅎ

13/08/2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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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이탈리아(아바도), 영국(래틀), 이제는 독일 본토박이(틸레만)로 갈 차례죠. 실력으로야 샤이지만... 두다멜, 넬손스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 두 사람이 푸르트벵글러 사후 젊은 카라얀과 같은 존재감은 아직 주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죠.

13/08/2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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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

여기 바렌보임이나 정명훈 선생님은 언급니 안되네요. 음악적 역량과 예술가적인 혼을 말할 때 누구에게도 뒤쳐질 분들이 아닌데...제가 뭘 몰라서 저만 거론하는지.... 두다멜도 훌륭하지만, 여러면에서 정명훈 선생님이나 바렌보임은 어떨지....

13/08/2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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