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범 지휘자에 대한 철학자 김상봉 선생님의 글
http://to.goclassic.co.kr/artist/743
글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잘못하여 삭제가 되서 다시 올립니다.

예전에 김상봉 선생님께서 칸트미학에 대해 강의하시면서,
자신의 이해관계나 사심, 편견 등을 버릴 때 비로소 대상의 아름다움과 만날 수 있으며,
그 지점이 바로 관계의 아름다움, 사회적 아름다움의 출발점이라고 말씀하시던 것이 생각나네요.

덕이란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잘 하는 것이고,
그것이 또한 선에 이르는 길이라고 했던가요.
그런 의미에서 지휘자는 지휘봉을 들어야하고,
지휘봉을 들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선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
그것이 바로 제목에 담긴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하는 김상봉 선생님께서 한겨레 신문에 올리신 글입니다.(2013.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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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구자범에게 지휘봉을 돌려주라! /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사필귀정이란 말도 있지만 때로 정의의 여신은 너무 늦게 그 저울을 들고 나타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4월에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전 경기필 지휘자 구자범의 연관검색어를 조작했던 사람들이 지금에야 붙잡혔다 한다. 사연인즉 여러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구자범을 음해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그의 이름만 치면 자동완성기능을 통해 변태니 어쩌니 하면서 명예훼손 글로 자동적으로 이동하도록 한 것인데, 사이버사령부나 국정원만 댓글공작을 하는 줄 알았더니 보통 사람도 마음만 먹으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모양이다.
 

당시 이를 발견한 구 지휘자가 4월에 이미 수사의뢰를 했는데, 여러 달 뒤 경찰이 범인들을 잡고 보니 그 일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경기필 단원들이라 한다. 최근 <고발뉴스>의 보도를 통해서도 5월에 있었던 구자범 성희롱 파문이 일부 단원들에 의해 조작된 것임이 밝혀졌거니와, 이런 보도들이 사실이라면 이번에 기소된 사람들을 비롯해 경기필의 일부 단원들이 4월에 인터넷 공작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뒤에 5월에는 오프라인 언론 매체를 통해 구 지휘자를 성희롱범으로 몰아 음악계에서 영구히 추방하고 매장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것이 틀림없는 일로 보인다.
 

도대체 까닭이 무엇일까? 한 단원이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에 따르면, “구자범 선생님처럼 실력 있고 단원들을 아끼고 자기 사리사욕 챙길 줄 모르는 지휘자는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는데 그런 사람이 왜 그렇게 미움을 받게 된 것일까? 고발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또다른 단원은 “구자범씨는 지휘자로 부임해 온 이후, 경기필의 레퍼토리를 …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교향곡 등으로 교체했으며, 이 때문에 고강도 연습이 이어지자 일부 단원들은 ‘외부에 레슨 나갈 시간이 줄어든다’며 크게 반발했었다”고 증언했다 한다.
 

그가 아직 경기필에 몸담고 있었을 때 내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선생님이 지휘자라면 69점짜리 단원을 내보내고 71점짜리 단원을 영입해서 조금씩 교향악단의 소리를 더 좋게 만드시겠어요, 아니면 그냥 모든 단원들을 다 데리고 서로 격려하면서 화음을 만들어가는 길을 택하시겠어요?’ 다소 난감한 질문이었으나 나는 잠시 생각한 뒤에, 나라면 단원들을 그렇게 경쟁을 시켜 상시적인 불안감 속에서 연주를 하게 하는 것보다 다소 서툴더라도 서로 신뢰하면서 인간적인 화음을 만들어 내는 길을 택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그는 안도의 한숨 비슷한 소리를 내더니,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지휘자로서 그게 늘 어려운 물음인데 저도 선생님하고 생각이 같아요” 하고 화답했다.
 

나는 구 지휘자를 아끼고 사랑한다. 하지만 그 까닭은 그가 100분이 넘는 교향곡 악보를 외워서 지휘하기 때문도 아니고, 교향악단 단원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들라고 종용하기 때문도 아니며, 운동권도 아니었다면서 5·18 30주년 기념연주를 기획할 만큼 역사의식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우리 시대에 그토록 섬세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인간, 성찰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소중히 지켜주어야 할 가치가 있는 예술가인 것이다. 그 성찰은 언제나 건강한 인간성에 토대를 두고 있었고 온전한 인간성을 지향하고 있었다. 그는 인간이 도구화되어 가는 우리 시대에 음악까지 허울 좋은 예술의 이름으로 인간을 수단화하고 살인적인 경쟁 속에서 인간성을 파괴하는 길을 걷는 것을 스스로 거부했던 것이다.
 

그 신념에 따라 그는 광주에서도 경기도에서도 단원을 내보낼 수 있는 지휘자의 권력을 단 한 번도 행사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가 단원들에게 요구했던 것은 오직 한 가지, 연주에서의 성실함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단원들을 철저히 연습시켰고 또 단원들 스스로도 더욱 열심히 연습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단원들은 그 요청에 대해 비열한 모함으로 응답했다. 단지 그들이 레슨을 해서 부수입을 얻을 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유 때문에! 그런 비천한 소란에 직면해 구 지휘자가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사표를 던지고 떠나버린 것은 참으로 그 사람다운 일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원래 그는 진리를 구하는 철학도가 아니었던가!
 

이런 현실을 보면서도 여전히 나는 69점짜리 연주자도 그것 때문에 해고당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당연히, 연주자에겐 연주뿐만 아니라 레슨도 중요한 교육적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예 본말이 전도되어 아름다운 연주보다 레슨을 해서 버는 돈이 더 좋기 때문에, 연습 많이 시키는 지휘자를 몰아낼 궁리나 하고 있는 연주자들이라면, 적어도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면 회개하고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 그대들에게 눈곱만큼이라도 자유인의 긍지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원글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17016.html
 

작성 '13/12/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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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저도 좋아하는 김상봉 선생님(지금 제가 가장 기다리는 저작 가운데 하나가 선생이 집필중이라는 [르네(데카르트)와 만해(한용운)입니다]의 이 글을 읽으니 이런저런 감화나 소회에 앞서 그냥 사람들이 더 싫어지네요... 갈수록 사람들이 혐오스러워집니다.

13/12/2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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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을 작성자가 직접 삭제하였습니다

13/12/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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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래입니다.
이래서 철학자 김상봉이 좋고 마에스트로 구자범이 좋다 !

69와 71.
신자유주의의 늪에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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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직 경기필에 몸담고 있었을 때 내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선생님이 지휘자라면 69점짜리 단원을 내보내고 71점짜리 단원을 영입해서 조금씩 교향악단의 소리를 더 좋게 만드시겠어요, 아니면 그냥 모든 단원들을 다 데리고 서로 격려하면서 화음을 만들어가는 길을 택하시겠어요?’ 다소 난감한 질문이었으나 나는 잠시 생각한 뒤에, 나라면 단원들을 그렇게 경쟁을 시켜 상시적인 불안감 속에서 연주를 하게 하는 것보다 다소 서툴더라도 서로 신뢰하면서 인간적인 화음을 만들어 내는 길을 택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그는 안도의 한숨 비슷한 소리를 내더니,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지휘자로서 그게 늘 어려운 물음인데 저도 선생님하고 생각이 같아요” 하고 화답했다.

13/12/2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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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너무 놀라운 이야기네요. 어찌 이런 언뷰리풀한.....
방법이 너무 비겁하고 동기가 아름답지 않은것 같아요.
아름다운 연주보다 레슨을 해서 버는 돈이 더 중요한 단원은 무대위에 있고, 격려, 신뢰, 성실, 고강도 연습의 신념을 가진 지휘자는 무대를 내려오다니요.
구자범님의 연주가 더욱 그립습니다.

14/01/0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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