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지휘자 카라얀 - (4)자기 자신을 위한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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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지휘자 카라얀

 

(1) 제 2의 인생
(2) 오페라극장의 마에스트로
(3) 지휘봉의 마력
▶▶(4) 자기 자신을 위한 페스티벌
(5) 만년의 녹음
(6) 아름다운 음악의 샘


컬쇼와의 공동작업은 카라얀이 빈 국립 가극장의 음악 총감독을 사임하면서 끝이 난다. 그 직후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와 《팔리아치》는 빈-밀라노 동맹의 최후를 찍는 것이다. 카라얀은 여기서 《일 트로바토레》의 상연에서는 아직 용인하고 있던 선정적인 표현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작품 속에 종교적이고 정신적인 배경을 찾아내려 하는 것 같다. 가수에 대해서는 ‘벨 칸토적인 베리스모’ 라는 모순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베르곤치(투리두, 카니오)는 카루소의 모방자들에 의해 상투화된 과장된 표현을 완전히 없애고 있다. 그는 음악에 내재하는 감정만을 표현하여, 틀림없이 그것에 의해 성공하고 있다. 피오렌자 코소토도 같은 모양으로, 산투차의 증오는 결코 짜증 섞인 큰소리가 되지는 않는다. 바리톤역도 목소리로 연기하는 타데이(토니오), 타고난 소리꾼인 지안자코모 구엘피(알피오)가 명창을 들려주고 있다. 롤란도 파네라이의 실비오는  달아오를 듯한 관능성으로 네타와의 이중창을 노래하고 있다.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는 1965년 잘츠부르크 음악제 상연 후 수년이 지나서 스튜디오 녹음이 이루어졌다. 축제 대극장에서의 연출과 무대는 “영화적으로 호화찬란” 으로 평가되고 있다. 카라얀은 1869 – 72년의 원전판이 아닌, 림스키-코르사코프 편곡판으로 연주하였다. 신성모독 행위라는 비판까지 들었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1908년 판본은 세계무대를 석권하였고, 비록 오늘날 자주 연주되지는 않지만, 특히 여기 빈 필하모닉에 의한 화려한 연주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근심에 찬 황제를 묘사하는 니콜라이 갸우로프는 이 녹음으로 후세에 이름을 남겼다. 그는 카라얀이 바랐던 대로의 ‘노래하는 보리스’로, 부성애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강한 인상을 준다.

 

카라얀이 뜬금없이 잘츠부르크에서 바그너를 다루기로 마음먹은 것은 1965년 여름이었다. 이렇게 해서 잘츠부르크 부활절 축제는 바로 바그너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이상이라는 신화적 소재가 채택되었다. ‘내 지휘봉은 그들이 가야 하는 미래세대로의 길을 인도할 것이다.’ 그리고 카라얀이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전곡으로 축제를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 계획의 새로운 특징은 상연에 앞서 이루어진 베를린 예수 그리스도 교회에서의 리허설과 스튜디오 레코딩이었다. 무대 리허설에서 가수들은 노래를 부를 필요 없이, 사운드트랙으로 립싱크를 하였다.

 

카라얀의 《반지》는 솔티-컬쇼 이후 두 번째 전곡 녹음이었다. 시종일관 열정적이며 표현적인 솔티의 지휘와 컬쇼가 채용한 소닉 스테이지는 청자의 입장에서는 카라얀의 녹음에서는 접할 수 없는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그들의 《반지 4부작》 녹음임을 증명하였다. 잉고 하덴은 카라얀의 《발퀴레》에 대하여 ‘색채감이 가득 찬 웅대한 울림의 세계’ 라고 쓰고 있다. 그러나 그것 이상으로 상투적이었던 것은 ‘실내악적 바그너’ 라는 평이다. 이것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40년 이상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 카라얀 자신은 바그너는 풍부한 울림과 최대한의 다이나믹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09년 잘츠부르크에서 카라얀 사후 20주기 심포지움이 열렸을 때, 옌스 말테 피셔(Jens Malte Fischer)는 《발퀴레》의 1막 전주곡과 발퀴레의 기행에서 압도적인 음량에 도달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 한편으로 카라얀은 니벨하임의 해머 소리를 솔티-컬쇼처럼 극단적으로는 내지 않는다.

 

한편, 카라얀이 가벼운 목소리의 가수를 채용한 것은 이 녹음에 항상 따라다니는 의문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오히려 ‘그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 당시 최대의 바그너 가수 브리지트 닐손은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지 않는다. 그녀가 캐스팅되지 않았던 배경에 대해서는 카라얀과 닐손의 모순된 증언이 남겨져 있다. 솔티 판에서 지글린데를 부른 레진 크레스팽의 브륀힐데(《발퀴레》 에서)를 충분하지 않은 대역으로 내버려 두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데카의 엔지니어로부터 ‘프랑스의 대포’ 라고 불렸던 크레스팽은 ‘호요토호’의 외치는 목소리에 의해서도 작곡가가 중시한 ‘정신적으로 중요한 프레이즈’에서, 기억에 남을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군둘라 야노비츠는 개성이 풍부한 지글린데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녀의 서정적이고 풍부한 목소리는 1막 피날레에서도 잘 들린다. 절정의 프레이즈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헬가 데르네쉬는 그녀의 어두운 소프라노 목소리의 끝에 이르렀다.

 

전성기에 가장 위대한 헬덴테너인 존 비커스는 지그프리트 역의 음역 문제 때문에 지그문트를 노래하였다. 제스 토마스와 헬게 브릴리오트는 특히 《지그프리트》와 《신들의 황혼》의 영웅 역에서 그들의 가치를 높혔다. 보탄의 토머스 스튜어트는 깊은 저음을 갖는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명석한 발음과 안정된 가창을 보이고 있다. 마르티 탈벨라와 칼 리더부쉬(거인들), 졸탄 켈레멘(알베리히) 그리고 토마스 스튜어트(군터) 등등, 전체적으로 보면 본 녹음 대부분의 배역들이 훌륭하고 걸출하기까지도 했다.

 

바그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작곡 후, 마틸데 베젠동크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수에게는 초인적인 능력을 요구하게 된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뛰어난 오케스트라 앞에서는 목소리의 아쉬움도 잊어버린다.’고 덧붙이고 있다. 베를린 필은 완전히 이 콘셉트와 통하는 오케스트라였다. 피터 유링의 《카라얀론(論)》은 가장 뛰어난 것의 하나지만, 거기서 그는 ‘실내악적’의 개념에 대해서 ‘음악적 세부에 대하여, 오케스트라 내부에서 고차원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것’ 이라고 쓰고 있다. 그래서 이것이야말로 바그너가 중시하였던 것이었다(그는 세부를 두드러지게 하는 목적이라면, 편성의 변경마저도 인정하고 있다). ‘디테일이 정확한 발음에 의하여, 카라얀은 전통적인 바그너 사운드를 깨뜨리려 하였다. 그의 오케스트라는 청자와 가수를 울림의 홍수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미묘한 움직임을 분명하게 하여, 니체가 ’최고의 미니멀리즘‘ 이라고 부른 바그너의 실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카라얀은 리허설에서 “포르티시모에서 피아니시모를 연주해 주세요!” 라고 요구하였다. 이것은 약음을 넓이가 있는 풍부한 소리로 연주한다는 의미이다. 오페라 지휘자 카라얀의 비밀은 완전히 여기에 있다. 그는 울림의 융단을 짜고, 목소리는 그 위를 타고 날아가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5년에 걸쳐 완성한 《반지》 녹음 후에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로엔그린》,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이상 EMI), 《파르지팔》 등 5곡의 바그너 오페라가 새로이 녹음되었다. 이들의 녹음이나 잘츠부르크 무대상연에 대한 비평에서는 ‘최대한 세련되어진 카라얀의 지휘’와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강조되고 있다.

 

바그너는 1872년 6월 25일, 바이로이트 음악제에서 《트리스탄》을 관람하기로 한 니체에게 ‘안경을 벗으시오. 음악만을 듣는 것입니다.’라고 충고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말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배후의 의미는 《파르지팔》 작곡 때 코지마 바그너의 메모 속에 설명되어 있다. ‘의상과 메이크업은 싫증이 난다. 나는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오케스트라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대를 만들고 싶을 정도다.’ 카라얀은 《파르지팔》을 신성한 종교극처럼 연주하였다. 그것은 마치 ‘종교와 예술’에 놓인 바그너의 사상을 오케스트라로 청각화한 듯하다. ‘종교가 인위적이게 되는 장소에서는, 예술에는 종교의 핵심을 구할 권리가 주어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예술이 신화적인 의장을 감상적인 가치에 의해 갖게 되어, 이상적인 표현보다 내부에 숨겨진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에 의해 실현한다.’ 이 음반의 정점은 각 막의 전주곡과 장면전환 음악이지만, 여기서는 피에르 불레즈가 말한 ‘연극의 종교’ 내지는 ‘종교의 연극’ 이 개시된다. 성(聖)금요일의 음악에서 이상적인 구르네만츠를 노래하는 것은 쿠르트 몰이다.

작성 '18/05/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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