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만 고독했던 가을남자 브람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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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결코 당신에게 다시 가지 않으리(Nicht mehr zu dir zu gehen)

 

브람스 평생에 그의 곁에 등장했던 여성들을 보면 클라라 이외에는 모두 성악가였을 정도로 브람스는 노래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이 점은 그의 평생에 걸쳐 300여곡 이상의 가곡을 작곡한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가곡 가운데 가사와 멜로디가 좀 특별한 곡이 있는데 바로 Op.329개의 가곡집 가운데 결코 당신에게 다시 가지 않으리(Nicht mehr zu dir zu gehen)라는 곡입니다.

 

이 노래는 브람스 가곡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같은 가곡집의 마지막 곡 안녕하신가요, 나의 여왕님(Wie bist du, meine Königin)과 더불어 사랑하는 이를 향한 청년 브람스의 내면이 일기장처럼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소중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가곡집의 마지막 곡인 안녕하신가요, 나의 여왕님이 사랑에 푹 빠진 한 남자의 행복한 마음을 그렸다면, 결코 당신에게 다시 가지 않으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 하며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주저하고 고민하는 브람스의 깊은 정서가 표출된 숨은 걸작으로서, Op.70 4개의 노래 가운데 한 곡인 종달새의 노래(Lerchengesang)와 함께 브람스 가곡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특별한 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곡은 다음과 같이 3부형식(A-B-A-코다)으로 작곡되었는데,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베이스 바리톤 조규희의 연주를 중심으로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A]

Nicht mehr zu dir zu gehen,

결코 당신에게 다시 가지 않으리라

Beschloß ich und beschwor ich,

다짐하고 맹세했건만

Und gehe jeden Abend,

그리고는 매일 저녁 갑니다

Denn jede Kraft und jeden Halt verlor ich.

모든 힘과 자제력을 잃었기 때문에

 

위의 A부분에서 피아노는 크레셴도에 이은 데크레셴도를 반복하면서 주저하는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러한 피아노의 반주 위로 상행음계에 이어지는 한숨과도 같은 하행음계로 구성된 멜로디로써 자신에게 선듯 마음을 열지 않는 연인에 대한 주인공의 고민을 노래합니다. A부분의 멜로디는 바흐의 칸타타 150번의 샤콘느 양식(일정한 베이스 선율 위에 다채롭게 변화하는 변주곡 양식)에 의한 마지막 합창곡의 베이스 선율 부분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베이스 음형이 훗날 그의 4번 교향곡 가운데 샤콘느와 유사한 파사칼리아 양식에 의한 마지막 악장에서도 유사하게 사용된 것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브람스가 각별히 좋아한 선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B]

Ich möchte nicht mehr leben,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Möcht’ augenblicks verderben,

단 한 순간에 죽어버리고 싶어요

Und möchte doch auch leben

그래도 살고 싶습니다

Für dich, mit dir, und nimmer, nimmer sterben.

당신을 위해, 당신과 함께라면 절대 절대 죽지 않으렵니다

 

이처럼 A부분에 이어지는 B부분(1:00)에서는 곡의 분위기가 바뀌어 셋잇단음에 의한 유동적인 피아노의 반주 위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절절한 느낌이 처절하게 노래됩니다.

 

 

그 후 다시 반주와 선율은 A부분으로 돌아갑니다.

 

[A]

Ach, rede, sprich ein Wort nur,

! 말해줘요, 단 한 마디라도 말해줘요

Ein einziges, ein klares;

단 하나 분명한 것을

Gib Leben oder Tod mir,

내게 삶을 줄 것인지 죽음을 줄 것인지

Nur dein Gefühl enthülle mir,

당신의 느낌을 내가 알게 해줘요

dein wahres!

당신의 진실을!

 

다시 돌아 온 A부분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지 말지 진심을 말해달라는 절규를 토로합니다. (1:34)

 

당신의 진실을(dein wahres)”이라는 마지막 말이 조용하지만 매우 간절하게 내뱉어진 후 곡은 피아노가 연주하는 코다로 넘어갑니다(2:15).

 

이 코다에서 피아노가 A부분 주제의 상행음계를 점점 크게 연주하며 끓어오르다가 마지막에 비통한 심정을 터트린 후 다시 침묵의 심연으로 내려가는 장면은 정말 브람스가 아니면 다른 작곡가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마지막 코다의 피아노의 비장함을 잘 표현한 사례로는 첼리스트 마이스키의 멜로디에 반주를 한 피아니스트 길릴로프(Pavel Gililov)의 연주를 들 수 있습니다.

 

우수를 머금은 브람스의 선율들

 

브람스와 클라라의 인연을 생각하면 중국 당나라의 시인 설도의 시에 기초한 우리 가곡 동심초가 떠오르곤 합니다. 자신의 뮤즈 클라라와의 애절한 관계는 거의 브람스의 모든 음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그의 작품을 듣다 보면 문득 사무치는 그리움이나 쓸쓸한 외로움이 느껴지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사강(Francoise Sagan)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Aimez-vous Brahms...)에 기초한 영화 이수(Goodbye Again)’에 사용되어 유명해진 3번 교향곡의 3악장 이외에도 그의 모든 교향곡, 특히 그중에서도 느린 악장들은 멜랑콜리(melancholy)의 극치라고 할 있습니다.

 

또한 우수 어린 그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작품으로 가을 교향곡이라고도 불리는 4번 교향곡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브람스의 전원교향곡이라고 불리는 2번 교향곡과 같이 밝고 화사한 느낌의 곡들에서도 브람스가 아니면 작곡하기 힘든 쓸쓸하고도 마음 울컥하게 하는 순간들이 도중에 불쑥 연출되곤 합니다. 클라이버(Carlos Kleiber)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브람스 2번 교향곡의 1991년 연주 영상의 12:57 이후, 그중에서도 특히 13:45부터 흐르는 현악기 파트의 선율 부분이 그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관현악이 수반되는 대규모 작품들 가운데서도 우수에 젖은 호른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시작하는 피아노 협주곡 2(Op.83)을 필두로 하여 바이올린 협주곡(Op.77), 이중 협주곡(Op.102) 등 여러 협주곡들이나 독일레퀴엠(Op.45) 등에도 모두 왠지 모를 고독의 그림자가 어둡게 느껴지지만, 브람스 특유의 우수와 고독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은 그의 작품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여러 실내악 작품들, 특히 아래의 악장들만이라도 유튜브에서 해당 동영상을 찾아서 꼭 한 번 들어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피아노 4중주 1(Op.25) 3악장 : Fauré Quartett (21:24부터)

 

첼로 소나타 1(Op.38) 2악장 : Daniil Shafran (13:29부터)

 

바이올린 소나타 1(Op.78) 2악장 : Kyung Wha Chung (10:58부터)

 

첼로 소나타 2(Op.99) 2악장 : Norbert Anger (7:05부터)

 

바이올린 소나타 3(Op.108) 2악장 : Viktoria Mullova Piotr Anderszewski 2악장 연주

 

클라리넷 5중주(Op.115) 2악장 : Jerusalem String Quartet 2악장 연주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2(Op. 100)의 경우는 브람스의 실내악 가운데서는 상대적으로 밝은 성격의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고,느린 악장인 2악장 역시 다른 소나타에 비하면 따스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와 같이 온화한 악장에서조차도 가을남자 브람스 특유의 절절한 감정은 잘 숨겨지지가 않습니다. 모든 연주자들이 브람스의 그런 은밀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뮬로바(Viktoria Mullova)2번 소나타 2악장의 중간에 등장하는 애수에 젖은 브람스의 노래를 제대로 읽어 내고 있습니다.

 

 

To be continued. . . .

작성 '19/10/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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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upload.wikimedia.org
Johannes Brahms 
요하네스 브람스

 

출생: 1833/05/07, Hamburg, Germany
사망: 1897/04/03, Wien,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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