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만 고독했던 가을남자 브람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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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조, 황혼의 브람스를 위한 자장가

 

브람스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평생에 걸쳐 많은 피아노 작품들을 작곡했습니다. 더구나 역시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그의 평생의 사랑 클라라를 위해 교향곡을 비롯하여 자신의 다른 많은 작품들을 피아노로 편곡하기도 하였는데, 특히 한 피아노에 둘이 나란히 앉아서 치는 연탄곡(four hands) 편곡이 적지 않은 것이 재미있습니다.

 

브람스의 피아노 작품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을 받는 작품은 소나타보다는 그의 말년에 작곡된 일련의 인터메조(Intermezzo, 간주곡)들인 것 같습니다. 이 피아노 소품들은 환갑을 넘긴 브람스의 독백과도 같은 작품들인데 그 중에서도 특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두 곡이 있다면 Op.1171번과 Op.1182번입니다.

 

브람스는 세 곡의 소품들로 이루어진 브람스의 인터메조 Op.117에 대해서 직접 내 슬픔에 대한 자장가라고 하였습니다. 브람스는 과거 브람스가 함부르크에서 합창지휘를 했을 때 단원이었던 파버(Bertha Faber)1868년에 아들을 출산하자 그녀의 아이를 위해 자장가를 작곡하여 선물로 보내준 적이 있는데, 그것이 유명한 브람스의 자장가입니다

 

 

이 브람스의 자장가가 아이를 달래는 자장가였다면 인터메조 Op.117는 브람스가 노년에 인생을 반추하며 슬픔 많은 삶을 살아온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자장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에서도 특히 인터메조 Op.1171번 곡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석양을 보며 인생을 회고하는 듯한 노년의 브람스의 쓸쓸한 정념이 담겨 있어 더욱 많은 이들이 찾습니다. 이 곡은 전형적인 3부형식(A-B-A)으로되어 있는데, 안개 자욱한 시골 들녘에서 은은히 퍼지는 종소리와 같이 소박하기 그지없는 노래로 이루어진 A부분에 이어지는 단조로 된 어두운 B부분의 시작부분에 표시된 스타카토에는 (비록 많은 연주자들이 그 뉘앙스를 놓치지만) 내면으로 회한의 눈물을 삼키는 한 늙은 음악가의 착찹한 모습이 어른거립니다(아래 Op.117 연주 동영상 1:59 이하 참조).

 

 

그 후 좀 더 풍부한 느낌으로 A부분의 노래가 다시 재현되지만 마지막 이 곡의 끝자락에서 울리는 리포르잔도(rf, 급히 세게)에는 브람스의 아픈 삶이 농축되어 있는 듯합니다(아래 Op.117 연주 동영상 5:10 이하 참조).

 

 

1895년 브람스는 77세의 클라라를 방문합니다. 그 자리에서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피아노 연주를 요청하자 주저하던 클라라는 브람스의 인터메조 Op.118을 들려주었고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재회가 되었습니다. 동경 가득한 인터메조 Op.118의 선율이 늙은 클라라의 손에서 잔잔히 피어올라 방을 가득 채울 때 그것을 듣고 있는 가을 남자 브람스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요? 참 신기하게도 특히 이 인터메조의 2번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느리게 치는 포고렐리치(Ivo Pogorelich)의 연주가 오히려 듣는 이들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습니다.

 

 

클라라와의 마지막 재회 이후 클라라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브람스는 1896년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네 개의 엄숙한 노래(Vier Ernste Gesange)(Op. 121)를 작곡하는데, 전반부의 세 곡에서는 인생의 허무함과 고통을 노래한 후 마지막 네 번째 곡은 성서의 고린도전서 13장에 기반한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이나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를 통해 클라라에 대한 자신의 숭고한 사랑을 노래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클라라는 죽고 브람스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지인들이 열어준 음악회에서 이 곡을 흐느끼는 목소리로 직접 피아노를 치며 불렀다고 합니다. 클라라의 죽음 앞에서 나의 삶의 가장 아름다운 체험이요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가장 고귀한 의미를 상실했다고 탄식한 브람스는 그 다음 해인 1897년 평생의 소울 메이트(soul mate)였던 클라라의 뒤를 따라갑니다.

 

브람스는 당시 모든 낭만주의자들의 모토였고 또 절친 요아힘(Joseph Joachim)의 삶의 좌우명이기도 했던 자유롭지만 외롭게(Frei aber Einsam)’에 대응하여 자신은 자유롭지만 즐겁게(Frei aber Froh)’를 좌우명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자유함을 추구하고 또 누렸을지는 몰라도 끝내 외로운 남자로 우리 곁에 남았습니다.

 

가을남자 브람스!

 

계절의 끝자락에서는 항상 들녘의 바람 같은 그의 노래가 그립습니다.

 

End

 

. . .위의 내용은 제가 최근에 예솔출판사를 통해 출간한 클래식을 변호하다라는 책에서 일부 발췌하였습니다. 여러 모로 부족함이 많은 책이지만 출간 후 곧 2쇄를 발간하였을 정도로 클래식 애호가 여러분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관심을 받았는데,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아무쪼록 늘 음악같이 아름다운 나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임성우 드림

작성 '19/10/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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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클래식을 변호하다":의 저자이셨군요.
뭔가 쳬계적이고 전문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 그렇군요.
브람스 3부작, 잘 읽었습니다.
브람스는 역시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곡가죠.

19/10/1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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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

분량이 많아서 그런지 한 번에 글이 다 올라가지 않아 부득이 세 부분으로 쪼개어 포스팅 하였는데, 잘 읽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19/10/1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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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

클래식음악이 마음에 들어옵니다. 그동안 문외한이었지만 이제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습니다. 좋은 글 클래식을 변호하다 기억합니다.

19/10/1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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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

느끼는 만큼 누리는 것이 클래식이 아닐까요? 또 감동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hkk588님께서도 음악 여정에서 받으시는 감동을 가끔씩 저희들에게도 나누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저의 경우 코클에서 다른 분들이 어떤 작품, 어떤 대목을 좋아한다고 하는 이야기만 해주어도, 그 부분을 다시 듣고 살펴보면서 제 자신도 덩달아 그 음악에 더 가까워지고 감동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19/10/1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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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브람스의 인테메쪼를 비교적 자주듣게 됩니다.
재미있는 음반은 글렌 굴드의 음반인데, 이 음반은 op117 3곡은 인터메쪼외에 피아노 소품에 산재한 인터메쪼를 모아서 모두 10곡의 인터메쪼를 연주 녹음한 특이한 음반입니다. 물론 발라드 4곡과 함께 한 장의 음반에 수록되었는데, 저는 이 음반을 통해서는 아주 정상적인(?) 피이니스트 굴드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울러 인터메쪼가 수록된 음반으로 제가 아끼는 음반은 빌헬름 켐프의 DG음반입니다. 판다지, 인터메쪼, 그리고 피아노 소품집등이 함께 묶인 음반입니다.

19/11/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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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

좋은 음반들 소개해 주셨네요. 굴드의 음반은 저도 즐겨 듣는 것이라 더욱 반갑습니다.자유롭지만 고독했다는 점에서 굴드의 삶도 브람스를 많이 닮지 않았나 싶은데, 이번 주말에는 저도 말씀하신 굴드의 인터메쪼를. . .

19/11/0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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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upload.wikimedia.org
Johannes Brahms 
요하네스 브람스

 

출생: 1833/05/07, Hamburg, Germany
사망: 1897/04/03, Wien,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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