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 소리차에 대한 단상
http://to.goclassic.co.kr/audio/2260

 

아래 게시글도 그랬지만 이 게시물도 앰프의 소리차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논쟁을 야기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쓰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명백하게 앰프의 소리차를 느끼게 마련인데 그게 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구분이 안될까라는 의문점에 관한 것이다.

 

소리의 차이나 성향이 판이한 두개의 앰프를 블라인드 테스트했던 적이 있다. 그건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렇게까지 다른 소리가 나는데 이것도 구분이 안될까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A 앰프는 부드러우면서 답답하고 어딘가 막힌 소리가 나는 앰프였다. 스피커 앞에 천이라도 하나 대놓은 것 처럼 답답한 느낌이 강한 앰프였다. B 앰프는 그에 비해 시원하고 뭔가 터져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어딘가 까칠한 느낌이 드는 앰프였다. 성향으로 말하자면 거의 극과 극이랄까. 

 

두 앰프를 설렉터에 걸고 음악을 들으면서 두가지를 비교하면 당연히 A와 B 앰프가 구분됐다. 자유롭게 비교청음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개의 볼륨을 동일하게 맞춰 비교를 시작하려 하자 둘이 구분되지 않기 시작했다. 그건 ABX 테스트가 아니고 그냥 A와 B를 비교해 들어본 거였다. 그러니까 A 앰프로 플레이되는지 B 앰프로 플레이 되는지 뻔히 알면서 하는 비교청취였다. 그런데 둘 사이의 그 확연한 차이, 흑백, 천지같던 차이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미묘하게 뭔가 서로 조금은 다르지 않나 싶은 차이만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ABX 테스트는 하지 않았다. 맞추기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ABX 테스트를 진행해보면 대체로 이런식이다. 나는 나 스스로를 테스트해보기도 했고 주변에 다행히 오디오파일이 둘 있어서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그래봐야 벌써 십년 전 일인 것 같다). 일단 서로 소리차이가 명확한 앰프 둘을 준비한다. 둘을 설렉터에 걸고 자유롭게 비교청취하면 당연히 서로 매우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고 느낀다. 그 차이라는 것이 때로는 정말 엄청난 것이어서 가령 웨이브 파일과 엠피3 128k 인코딩의 차이를 훨씬 넘어선다. 웨이브 파일과 엠피3 128k 인코딩된 파일의 소리차는 굉장하다. 푸바에 ABX 테스트 컴포넌트를 넣고 해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이 자주 듣거나 즐겨 듣는 음악이라면 100%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차이가 느껴지는 앰프이고 설렉터에 걸어서 양쪽을 비교 청취해보면 충분히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음량을 동일하게 맞추게 되면 갑자기 구분이 안된다. 그래서 보통은 이때 쯤 A와 B로 계속 바꿔가며 들어보다가 정작 ABX 테스트는 진행하지 않게 된다. 솔직히 이 상황은 앰프에 대한 플라시보 효과도 아니다. 음량을 동일하게 맞추었을 뿐이고 A와 B앰프 중 어느 앰프로 플레이 하는지 아는 상황인데 갑자기 그 엄청났던 소리차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서 역시 음량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기는 한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두 앰프가 만들어내는 음량을 동일하게 조절하면서 소리의 차이를 인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딱 맞아떨어지는 설명은 아니다. A앰프와 B앰프를 늘 동일한 음량으로 듣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라 하더라도 A앰프는 1000 헬츠 -3dB 사인파를 1미터 거리에서 85dB이 되도록 볼륨 맞춰 놓고 듣고 B앰프는 83dB이 되도록 볼륨 맞춰 놓고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A앰프로 더 크게 듣기도 하고 또 때로는 B앰프로 더 크게 듣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음량차가 앰프 소리의 차이를 만든다는 것은 온전한 설명이 될 수 없겠다. 

 

하지만 그 음량차라는 것이 분명 앰프 소리차의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틀림없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작년부터의 청취 때문이다. 아래 게시물에서도 적었지만 티비의 오디오 아웃을 앰프에 연결해 듣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럴 경우 리모콘이 두개가 된다. 티비 리모콘과 앰프 리모콘이다. 두가지 모두에 볼륨 조절 버튼이 있다. 말하자면 티비의 아웃풋이 프리앰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연결된 앰프가 파워앰프의 역할을 하는 것이겠다. 그런데 앰프의 볼륨을 낮춰놓고 티비의 리모콘으로 볼륨을 올리다보면 소리가 굉장히 답답하게 들린다. 반면 앰프 볼륨을 제법 높여놓은 상태에서 티비 리모콘으로 볼륨을 올려보면 확실히 그 답답함이 해소된다. 매우 확실하게 그렇다. 마치 전형적인 답답이 앰프와 호방형 앰프를 비교하는 것과 같이 그렇다. 물론 앰프의 볼륨을 좀 올리거나 내린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티비 볼륨으로 조절해서 들을만한 정도로 볼륨을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 음량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둘은 소리가 매우 다르게 들린다.

 

결국 그래서 드는 생각은 소리를 조절하는 것에서 소리차가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싶어진다. 이것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위 그래프는 적당히 그려본 것이다. 여기서 좌우 횡으로 가는 축은 볼륨을 조절하면서 점점 볼륨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A와 B는 두 앰프에서 나오는 음량이다. 그래프에서는 A가 B보다 볼륨이 쉽게 커진다. 이때 사람들은 음량을 조절하다가 결국 a와 b 같이 비슷한 수준의 음량으로 소리를 듣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음량을 조절하는 느낌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위는 또다른 상황을 그려본 것이다. A 앰프는 볼륨 노브를 돌릴 때 일정하게 음량이 증가하는데 B의 경우에는 점차 음량의 증가폭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보통의 오디오 앰프는 B와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도 결국 볼륨을 조절하다가 비슷한 음량인 a나 b로 듣게 될텐데 음량은 비슷하다고 해도 볼륨을 올릴 때 소리가 변화하는 느낌은 확연히 차이가 날 것이다.

 

 

'소리는 다르다' '그런데 왜 블테하면 구분이 안될까'를 생각하다가, 그리고 최근의 경험때문에 든 생각이다. 그냥 가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블테를 비판하는 몇몇 사람들에게도 볼륨을 조절하면서 느껴지는 앰프의 차이가 크다는 말을 꽤 많이 들었었다. 그런 면에서 음량의 증가 방식이 앰프의 소리차를 느끼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물론 동일 앰프 두대에 볼륨 노브를 서로 다르게 붙여 실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만한 열정은 오디오에 남아있지 않아 생각난 바를 적당히 적어본다. 그리고 이런 게시물을 작성하는 이유는 비슷한 경험이나 정보를 가진 분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기도 해서다. 마지막으로 이런 내용을 오디오파일 사이트에 올리지 않는 것은 또 한번의 '난리'를 겪고 싶지 않아서다.

 

 

작성 '19/05/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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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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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오디오란 것이 결국은 뇌를 포함한 인간의 감각 수용체와 물리적 음파의 상호작용이므로,
소스와 앰프 조합에 따른 주파수 특성과 함께,
인간이 갖고 있는 등청감각곡선의 개념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등청감각이론의 그래프에 따르면,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음파와는 달리,
음량에 따라 주파수 별로 인간이 민감하게 인식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고,
이는 곧 음량만 조절해도 음색이 달라진 것으로 인식한다는 결론으로 유도될 수 있습니다.

19/05/2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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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

등청감 곡선을 염두에 둔다면 음압을 정확히 동일하게 맞추고 비교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앰프를 비교할 때 비교되는 앰프를 언제나 비슷한 수준으로 서로 다르게 볼륨을 올리고 들을리는 없다는 점이 사실 이 글의 요지에 해당됩니다. A 앰프와 B 앰프가 매우 비슷한 성향의 앰프거나 혹은 아예 동일한 앰프라고 해도 한 1데시벨이나 1.5 데시벨만 차이나게 해놓고 들어봐도 확 달라집니다. 이렇게 1 또는 1.5 데시벨 소리가 큰 경우 소리가 크다고 인지하기 보다 소리가 다르다고 느낄 가능성이 커서 더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만 항상 A 앰프는 90 데시벨로 듣고 B 앰프는 88 데시벨로 듣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어떨 때는 B 앰프로 더 크게 들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두 앰프의 소리차는 확연히 느껴질 수 있다는 거죠.

19/05/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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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경험상 가장 와닿는 글...
결론 적당한 선에서 고가 앰프에 대한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적당선이라는 건 다 개인의 몫이죠.
소스기기-앰프-스피커 매칭을 잘하면 투자 대비 10배의 소리를 만들기도 하죠.^^

19/05/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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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3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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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

뭔가를 바꿨는데 유의미한(귀로 감지가능한) 변화가 없다면 자기 합리화를 위해 볼륨을 높여놓고 비교를 시도하기 마련이고
그래놓고 "그럼 그렇지 소리가 좋아졌네?" 하고 있습니다. 제가요

https://en.wikipedia.org/wiki/Equal-loudness_contour

19/05/3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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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

HUMAN EAR SENSITIVITY BY FREQUENCY
http://www.independentrecording.net/irn/resources/freqchart/ear_sensitivity.htm

19/06/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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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제가 20만원 오디오론을 가지고 있는데요, 20만원이면, 극상의 오디오의 95%수준의 음질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스피커, 앰프, 소스는 다 중고. 과거 명기라 그래도 반열에 오른것을 조합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오디오 쟁이들이 60 30 10, 또는 70, 20, 10정도로 스피커 앰프 소스기 비중을 놓는데요, 저는 선재나, 소스는 구분이 과연 블라인드로 가능할까 의문이고, 스피커는 분명히, 앰프도 구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명기라 불리는 앰프도 버티지 못하고 바꿀때가 있고요, 진공관을 여름에 더워서? 못 쓸때 아쉬움이 있고, 맥퀸토시 앰프의 성향을 절대 잊을 수가 없으니까요. 스피커는 더하고요.
선재도 물리적으로 과연 구분할 수 있을까 해도, 미세한 성향의 차이는 분명 있는것 같습니다. 고가와 저가의 차이가 성향의 차이라는게 문제긴 하지만.

19/06/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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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

낮은 가격에도 좋은 소리를 만드는게 가능하다는 건 공감합니다. 하지만 시스템 전체 예산이 20인데 하이엔드의 95%라는 건 그리 수긍이 안가네요. 그보다 계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20 정도의 시스템과 100 정도의 시스템, 그리고 수백~천 정도의 시스템, 수천 이상의 시스템 대략 그렇지 않을까 싶더군요.

19/06/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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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

처음 하이파이 시스템을 인켈 2220앰프, 크리스루나 스피커, 나카미치CDP로 중고가 50만원도 안되게 시작했고 계속 조금씩 늘려서 지금 시스템이 스픽/앰프/소스(CDP+튜너) 합쳐서 대략 320만원에 이르렀습니다. 객관적으로 소리는 분명 더 좋아졌을거라 생각되지만... 음악에 대한 감흥의 측면에서는 첫 하이파이때 느꼈던 만족감을 아마 영원히 얻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청자에 따라서는 오디오에 대한 투자는 만족감과 선형적인 관계를 갖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오는 어른들의 장난감 역할도 하기에 단지 음향적인 측면만으로 한정시켜서 이야기하기도 어려운듯 싶네요. 적당히 자기 분수에 맞게가 정답이 아닐지....

19/06/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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