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농쿠르, 빈 필의 모차르트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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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erklang Wien 2006

"Jupiter-Symphonie"

 

2006. 4. 7 19:00

Musikverein - Großer Saal, Wien

Wiener Philharmoniker

Nikolaus Harnoncourt

 

Programm

 

Wolfgang Amadeus Mozart
Symphonie Nr. 39 Es-Dur, KV 543
Symphonie Nr. 40 g-Moll, KV 550
Symphonie Nr. 41 C-Dur, KV 551 (Jupiter-Symphonie)

 

음악의 도시 빈. 음악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도시다. 하지만 부푼 꿈(?)을 안고 8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도착한 빈의 첫인상은 그렇게까지 좋았던 것 만은 아니었다. 일단 수많은 사람들과 차들, 그리고 거리에는 또 웬 쓰레기들이 그렇게 많은지.. 암튼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너무 북적대는 느낌이었다.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고풍스러운 도시라는 인상보다는 복잡한 대도시의 인상이 강했다. 게다가 음악회에 가는 길을 약간 헤매서 서둘러 뛰고 하는 통에 관광기분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다행히 음악회장에는 거의 시작하기 직전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분들은 소위 황금홀로 불리는 무직페어아인 잘에 들어오는 순간 눈녹듯이 사라졌다. 이토록 아름다운 연주회장이 있었던가. 물론 사진으로 많이 봐서 대충은 어떨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휘황찬란할 줄은 몰랐다. 온통 눈부신 금빛 장식과 아름다운 조각상, 천장벽화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왜 황금홀로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규모는 별로 크지는 않았는데 내가 앉은 자리는 전체적으로 볼 때 꽤 뒷자리였고 게다가 2층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 무대까지의 거리가 전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점이 이 홀의 소리에 대해 더욱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첫 음이 울렸을 때 받은 홀의 음향에 대한 인상은 약간 생경한 것이었다. 베를린 필하모니 홀의 해상도 높고 사실적인 음향과 비교하면 잔향도 많고 약간 흐릿한 인상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곧 거기에 적응이 되고 음악이 진행될 수록 어떤 홀도 이보다 아름다운 음향을 내기는 힘들 거라는 확신마저 들었다. 굉장히 입체감있고 풍부한 소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여기에 적응이 된 상태에서 다시 베를린 필하모니의 음향을 접하면 역시 처음에는 다소 건조하다는 인상을 받을 것 같다. 그만큼 두 공연장의 음향 컨셉은 많이 다른 듯.. 하지만 모두 최고의 소리를 들려준다는 면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빈 필의 연주를 직접 접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첫 두 번은 2004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나머지 한 번은 역시 같은 해 잘츠부르크 대극장에서였는데 세종 3층에서 봤던 오자와의 내한 공연은 열악한 음향조건으로 인해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던 연주회였고, 에셴바흐가 말러 5번을 지휘했던 잘츠부르크 공연은 매우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빈 필이 자신의 본거지에서 펼치는 이날 공연이 역시나 가장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아이러니컬하게도 티켓 값은 앞의 공연들에 비해 훨씬 쌌지만..ㅋㅋ) 게다가 지휘자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내가 모차르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바로 아르농쿠르 덕분이었던 만큼 나는 그의 모차르트 해석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아르농쿠르의 모차르트 해석에 빈 필의 사운드가 만나면 정말 이상적인 모차르트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상상해오던 나로서는 이 날의 연주회가 그 꿈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일단 아르농쿠르의 해석은 기본적으로 음반들에서 보여주었던 모차르트 교향곡 해석의 기조가 유지되고 있었다. 다만 악기배치는 콘체르트헤보나 유럽체임버 음반에서와는 달랐는데 좌우로 제 1,2바이올린을 나누고 저음현을 지휘자 왼쪽에 배치한 전통적인 유럽식 방식이었고 호른은 왼쪽에 트럼펫과 팀파니는 우측에 위치해있었다. 베를린 필과의 슈베르트 연주에서도 동일한 배치였던 걸 보면 요즘 아르농쿠르는 악기 배치에 있어서 이 컨셉으로 계속 나가는 것 같다. 참고로 현악기 수는 12,12,8,6,5 정도의 적당한(?) 편성이었다. 

 

뭐 이제는 그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밸런스가 모차르트의 연주에 있어서 주류가 되어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지만 여전히 뵘 등의 옛 모차르트 연주들만 알고 있는 애호가들에게는 이 날 연주도 신선한 충격을 던져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의 모차르트 해석에 익숙한 나로서는 더 이상 충격까지 받을 건 별로 없었고 그러한 해석이 빈 필을 통해 어떻게 구현될까가 나의 주 관심사였다. 사실 빈 필이 모차르트를 연주할 때 들려주는 그 아름다운 음색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것이지만 그동안의 빈 필의 모차르트 교향곡 음반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해석에 얽매여 나에게 그렇게 만족스러운 느낌은 가져다주지 못했었다. 하지만 아르농쿠르 지휘 아래서는 역시 달라도 뭔가 달랐다. 금관과 팀파니를 선명히 드러내는 아르농쿠르 사운드에 빈 필의 유려한 소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더없이 완성도 높은 음악이 만들어진 것 같다. 명연주로 이름높은 콘체르트헤보와의 음반도 이 날 빈 필과의 실황과 비교하면 다소 딱딱하고 인위적으로 들릴 수 있을 정도로 빈 필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자연스럽고 유창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비단결 사운드를 자랑하는 바이올린 파트의 능수능란함은 역시 모차르트는 빈 필 아니면 안되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군데군데에서 온몸에 소름이 돋을만큼 모차르트 특유의 발랄한 선율을 기가막히게 표현해내고 있었다. 빈 필의 목관파트 또한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는데 아무리 앞에서 바이올린이 웅변을 펼치고 뒤에서 트럼펫과 팀파니가 때려대도 결코 묻히는 일 없이 절묘하게 앙상블 속에 녹아들면서도 그들 특유의 아름다운 음색으로 뚜렷이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특히 39번 3악장 트리오에서 클라리넷 파트의 윤기있는 소리와 자연스러운 호흡이 인상에 남는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파트는 트럼펫이었는데 지금까지 들었던 모차르트 연주 중 가장 이상적인 음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할만큼 눈부신 황금빛 사운드를 마음껏 뽐냈다. 콘체르트헤보 음반에서의 트럼펫이 강렬하긴 했어도 다소 다듬어지지 못하고 소리의 끝이 뭉툭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약간 아쉬웠었는데 빈 필의 트럼펫은 훨씬 기품있고 세련된데다가 소리의 끝이 선명하게 살아있었다.

 

아르농쿠르가 택한 전체적인 템포나 다이내믹은 굳이 비교하자면 콘체르트헤보의 파격보다는 유럽체임버 음반의 무난함에 좀더 가까웠다. 39번의 1악장 서주나 40번 1악장, 41번 4악장에서의 빠른 템포가 살짝 완화되어있는 반면 콘체르트헤보 음반에서 다소 느린 인상을 주었던 40번 4악장이나 41번 1악장은 그보다는 약간 템포를 빠르게 잡았다. 41번 첫 시작도 콘체르트헤보 음반에서와 같은 다소 기괴한 크레센도를 배제하고 유럽체임버 연주에서처럼 정직한(?) 포르테로 처리했다. 하지만 음반에서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해석도 간간히 있었는데 특히 39번 1악장 1주제에서 일시적으로 살짝 루바토를 건다던지 같은 악장 끝맺음 부분에서 트럼펫의 팡파르 음형을 크레셴도시켜 극히 화려하게 끝맺은 것 등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메뉴엣 악장들의 공격적인 성향은 여전했고(특히 40번 3악장) 느린악장의 템포가 한결같이 상당히 빨랐던 것도 특이했다. 반복지시의 충실한 지시로 인해 음악이 지루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층분히 여유있게 서정성을 음미하기보다는 다양한 음색변화와 리듬감의 형성에 더 중점을 둔 것 같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에 비추어 봤을 때는 약간 성급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날 연주의 백미는 주피터 4악장이었는데 하긴 이미 콘체르트헤보 또는 유럽체임버와의 음반에서도 41번 4악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해석을 들려줬던 아르농쿠르였으니 여기에 빈 필의 막강한 사운드까지 더해지면 어떤 연주가 나올지는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보다 훌륭한 연주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특히 푸가가 나오는 코다 부분에서는 극히 정교한 앙상블에 빈 필 특유의 원색적인 사운드가 그대로 쏟아지면서 극도의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곡이 끝나고 역시나 열광적인 청중의 박수가 이어졌다. 우리 시대 최고의 거장과 오케스트라의 훌륭한 연주에 보내는 찬사였다. 이제 아르농쿠르 할아버지의 나이도 어느덧 70대 후반. 연주회에서의 모습은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이었는데 앞으로도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계속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안고 연주회장을 나왔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서도 모차르트의 음악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는데 이런 현상이 2박3일 간의 빈 여행 내내 계속되었다..^^ 아무튼 이렇게 훌륭한 음악을 선사해준 빈 필하모니와 아르농쿠르,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는 작곡가 모차르트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작성 '06/04/1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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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너무나 부럽습니다. ^^ 저는 언제쯤 아르농쿠르의 모차르트를 직접 들어볼 수 있을까요. ㅠㅠ;;

06/04/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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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아르농쿠르의 해석에 빈 필의 호른이 동원된 41번 푸가의 코다.. 상상하고 있으려니 미칠 것 같습니다. ㅠ_ㅠ 무지크페라인잘에서 직접 들으면 심장에 안 좋을 지도..

06/04/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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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후기 감사합니다. 저도 언제쯤이나 이런 연주를 들어볼려나 싶네요..^^ 저는 콘서트헤보우와의 음반이 있는데 이 음반을 듣고 다른 명반을 들으면 싱거운 맛이 들더군요. 아르농쿠르가 처음에는 좀 생경하지만 듣다보면 이보다 더 좋은 연주가 있을까 하는 대단한 지휘자입니다.^^

06/04/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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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정말 부럽습니다. 여행을 갔다가 공연을 관람하신 것 같은데... 예매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네요. 저도 다음에 빈, 베를린 등지에서 연주회 관람 투어를 하는게 꿈이라서요.

06/04/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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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전 지금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와있어서 여기 있을 동안 기회될 때마다 연주회 보러 다니는 거구요(다만 표값보다 기차값이 많이 든다는..-.-;), 예매는 대부분의 각 오케스트라 홈페이지나 공연장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다만 위 연주회는 Osterklang이라는 일종의 Festival일환으로 기획된 거라서 해당 Festival 주관 홈페이지 통해서 구입했구요.

06/04/13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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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모짜르트 40번의 3악장을 들으며,한줄 메모를 남깁니다~
이 글을 읽고, retire후에 할 일을 드디어 정한 것 같습니다. 세계 음악 도시로의 여행.. 스위스의 로잔 정도에다 1년쯤 집을 렌트해서는 거기를 본거지로 삼고, 근처 유럽에서 열리는 유수한 음악회를 섭렵해보리라는.
꿈같은 얘기지만~~ 꿈을 이루기위해, 현실에서 열심으로 정진해야겠네요^^*

06/04/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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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저도 아르농쿠르의 모차르트를 제일 좋아하는데.. 부러움에 가슴이 답답할 따름입니다.. ㅜㅜ

06/04/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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