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유감스러웠던 <부활>
http://to.goclassic.co.kr/concert/1804

같은 공연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들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듣기에 11.10 <부활> 공연은 호연보다는 상대적으로 졸연에 가까웠습니다.

 

1악장 첫머리부터 내내 어택도 부정확하고 앙상블도 엉망이었던 현,

(발전부 일부에서만 약간 맞더군요) 그 가운데서도 바이올린 파트는

참으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 아수라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힘과 응집력을 이끌어내고자 애썼던

저드의 손짓은 절박함을 넘어 거의 필사적으로까지 보였습니다.

그런데 효과가 없더군요. 지휘자의 잘못일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히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그날 김복수악장님의 컨디션이 엉망이었다는 사실 뿐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솔로 악구에서 그처럼 실수를 많이 하실 리가 없죠.

평소에 자기관리에 엄격한 분으로 알고 있기에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던 걸 보면 열이 있는 듯했는데,

몸살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쯤은 쾌차하셨길 빕니다.

 

2악장에서는 좀 나으려나 했는데 한층 더하더군요.

뭐랄까... 평온하게만 여겨져 왔던 영웅의 과거사가

그토록 많은 불안과 의혹으로 점철된 것이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벨 에포크' 시대가 실제로는 1차대전이라는 거대한 파국으로 치닫던

숱한 갈등과 불안으로 점철된 시대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깨우쳐준 것은 역시 바이올린을 위시한 현악기군이었습니다.

 

3악장은 별반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는,

현악기군이 철저하게 소극적인 연주를 들려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결과는 특별히 흠잡을 데는 없지만 지독히도 밋밋하고 따분하더군요.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대목에서 실로 눈부신 활약을 펼친 트럼펫을 위시한

금관악기군의 선전도 이를 완전히 보상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메조소프라노 분은 참 잘 모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엔 호흡 면에서 좀 불만스러웠습니다만,

발성이 참 명확하더군요. 그리 찾기 쉬운 미덕은 아니라고 봅니다.

성량도 충분했고, 감정적인 몰입도 돋보였습니다.

 

그런데 5악장에서 소프라노는... 음량 작은 건 그렇다 치더라도,

'O glaube'이전까지는 완전히 보칼리제(!)로 노래하더군요.

구원 따윈 믿지도 않는다는 듯한 그 시니컬한 표정은 또 뭐였는지...

코다의 압도적인 연출은 진정 장엄했지만,

완전히 감동하기에는 전반부 연주가 좀 과하게 평이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심판이 그처럼 평온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 아니 좋을까 하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지진' 이전까지의 대목을 말씀드린 겁니다.

아, 그리고 코다 말미에 글로켄슈필 연주하신 단원 분,

카플란 공연 때와 같은 분인 듯한데 어떻게 1년이 지나도 전혀 나아지지 않데요.

지휘자 사인을 못 맞춰서 꽁꽁 숨어버리다니 원...

 

하지만 트럼펫 수석의 활약은 그 어떤 찬사로도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진정으로 경이롭더군요. 호른과 트롬본 등 다른 금관 파트도 훌륭했습니다.

 

이번 연주회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인상은, 연주의 완성도를 떠나서

예전 길버트 카플란 때보다 오히려 더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마 그 때는 거의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요.

 

제가 좀 과하게 비판적인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전 전반적인 졸연만큼이나 '사두용미' 식의 연주도 싫어합니다. 

KBS 심포니라면, 분명히 이보다 더 훌륭한 연주를 들려줄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작성 '06/11/1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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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

음 진규님의 말도 일리가 있는듯 합니다. 김복수 악장님 아프셨다고 한던데요...

06/11/1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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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을 작성자가 직접 삭제하였습니다

06/11/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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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너무나 속시원한 평론글이네요... 특히 2악장에 대한 평가가 무척 와닿았습니다. "숱한 갈등과 불안으로 점철된" 것임을 "새삼스럽게"... 와우, 너무 잼나게 잘 읽고 갑니다.

06/11/14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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