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빨레스키/코리안 심포니의 슈베르트 5번, 브루크너 9번
http://to.goclassic.co.kr/concert/323
지난 3월 26일 화요일 7시2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가 있었습니다.
이날 프로그램은 슈베르트 교향곡 5번과 브루크너 교향곡 9번.

협주곡 없이 교향곡만으로 그것도 브루크너와 슈베르트를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공연기획자의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두 곡 중 한 곡이라도 프로그램에 끼였더라도 공연장을 찾지 않고 힘들었을텐데 교향곡 애호가들에겐 대단한 기회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앉은 위치는 2층 맨 가운데 앞에서 5번째 줄. 의외로 자리는 모두 차지 못했고 공연시작전부터 회색교복차림의 고교생들의 단체관람이 눈에 띄였습니다.
덕분에 제일 싼 표를 구입했음에도 좋은 자리로 옮길 수 있었죠.


이날 지휘를 맡은 분은 현재 빼루지아 국립음악원 교수, 레체 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겸 상임지휘자로 있는 카를로 빨레스키 (Carlo Palleschi). 공연후 받은 인상은 곡의 재미를 아낌없이 표출해주는데 적극적인 스타일의 호감가는 지휘자였습니다.

프로그램 전반부의 슈베르트 교향곡 5번은 4-6-8-10-12대의 비교적 소편성의 현파트를 선택했다는데부터 고전파에서 정격성을 어느정도는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 곡 해석에서도 관악파트에 꽤 신경을 쓰는 것이 눈에 띄였으며 매우 상식적인 템포 설정으로 곡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곡은 트럼펫 없이 금관은 호른밖에 편성되어 있지 않은데 음반을 통해 들어온 현대악기 연주들에서 느껴지던 뭔가 모를 답답함은 실연에서도 극복할 수 없었습니다. 고악기 호른의 울림과 현대호른의 울림에서 오는 중저음부의 색깔차이도 있지만 코리안 심포니의 호른파트 (수석이 외국인)가 비교적 음색이 옅은 편으로 넒게 퍼지는 소리여서 이 곡에선 아무래도 현대악기의 단점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흔히 국내 오케스트라에서 발견되는 목관과 현파트와의 음색상의 부조화가 거의 없었으며 밸런스를 맞추기 힘든 소편성의 곡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매우 잘 정돈되어있었습니다. 지휘자의 바톤 테크닉은 매우 교과서적으로 쓸데 없는 과장이나 단순히 위 아래로만 왔다갔다하는 식의 단조로움을 보이지 않고 선율을 노래할 곳과 비트가 강한 곳을 구별해가며 매우 이해하기 쉬운 지휘 모션을 보여주었습니다.

후반부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은 무엇보다 호른과 트럼펫 파트에 상당한 테크닉을 요하는 곡으로 금관파트가 약한 국내 오케스트라 여건상 실연을 접하기 매우 힘든 곡입니다. 안희찬으로 대표되는 국내 최고의 트럼펫 파트를 가진 것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정말 고맙게도 이런 대곡들을 꾸준히 레파토리를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오케스트라의 좋은 모범이요 교향곡 애호가들의 희망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악기 위치는 보편적인 배치를 따른 대편성의 현과 3대씩의 목관과 함께 8대의 호른이 오른쪽 뒤, 가운데 뒤에서 오른쪽이 3대의 트럼본과 1대의 튜바, 그리고 맨 가운데 뒤쪽부터 왼쪽으로 3대의 트럼펫, 그 왼쪽에 팀파니가 위치했었습니다. 공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트럼펫 수석이 지휘자와 정면으로 마주 볼 정도로 가운데에 위치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지만 실제 음반에서는 녹음의 편이상 좌우로 치우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실연에서만 볼 수 있는 악기 배치라고 생각됩니다.

지휘자 빨레스키는 앞선 슈베르트와는 달리 곧곧에 fff가 등장하는 이 브루크너에선 거의 온몸을 다 던지는 듯한 큰 모션으로 단원들을 독려했으며 이날 fff에서마다 보여준 찬란한 클라이막스는 정말 잊을 수 없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특히나 트럼펫 파트의 기량은 음색으로 보나 그 퀄리티로 보나 곡이 요구하는 수준에 매우 근접해 있어서 음반으로도 자주 접할 수 없는 감흥을 던져 주었습니다. 물론 간혹 p로 나와야할 부분이 f로 약음조절이 안된다던가하는 사소한 실수와 특히 1악장 중반에서 아티큘레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호른파트의 선율에 묻히는 부분이 부분적으로 발견되기도 했었습니다만 1악장 코다의 그 작열하는 포르테시시모는 속된 말로 뽕가는 것 그 이상이었습니다.

한편 트럼펫 못지 않게 중요한 호른부는 8명의 호른주자의 실력이 고르지 못한 듯해서 아쉬움을 남겼는데 특히 3악장은 조금 불안한 부분이 한두곳 보였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팀파니의 울림도 단순히 음량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감상하고 즐길만큼 음색이 다듬어져있어서 호른파트를 제외하고는 브루크너 연주에서 가장 중요한 오케스트라 음색의 맛을 코리안 심포니는 훌륭히 살리고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현파트와 목관의 조화도 앞선 슈베르트와 다를 바 없이 전혀 위화감이 없었으며 현의 음색미를 조금 양보하더라도 목관과의 조화를 꾀한 부분이 돋보였습니다.

소극적인 해석에 머무리지 않고 악보의 다이나믹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클라이막스에서 결코 서두르는 일 없이 (실제로 1악장 첫번째 fff는 조급해서 실패했었긴 합니다만) 훌륭한 연출력을 보여준 지휘자의 역량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앵콜곡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중 가장 유명한 5번. 이 또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프레이징이 돋보이는 참신한 연주로 주선율을 눈에 띌락말락 느리게 연주함으로써 금관파트의 활약이 강조되는 멋진 연주였습니다. 관객들이 앵콜을 더 요구하자 지휘자는 한국말로 무언가 말했는데 2층에서 듣기로는 '다음에 또 오세요' 정도로 들렸습니다. 아마도 4월의 교향악 축제에 오란 말이었을까요?

돋보이는 기획과 훌륭한 연주를 보여준 빨레스키/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며 4월에 있을 교향악축제의 말러 교향곡 4번도 기대하겠습니다.

태형 씀
작성 '02/03/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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