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일 MET오페라 공연을 보고...<1>
http://to.goclassic.co.kr/concert/2341

실로 오랫만에 고클을 통해 댓글이 아닌 글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제아내의 뒤늦은 미국유학으로 기러기생활에 접어든지 거의 반년만에 다시 미국에 오게 되었는데 크리스마스연휴와 연말을 가족과 보내던 차에 귀국전 좋은 공연이 없나 찾다가 생애 처음으로 MET공연을 보게되었습니다. 아래글에서는 공연 감상문의 형식에 한정하지 않고,나름대로 느낀점을 적어볼까 합니다.
편의상 경어는 생략하겠습니다.


 나는 클래식 매니아다.중학교때부터 듣기 시작해서 그간 수많은 공연과 음반을 보고 들어왔지만 클래식 음악장르간의 나 나름대로의 선호가 있다.
보통 나이가 들면 실내악이나 현악 독주가 좋아진다는데 40대 중반이 거의 다된 내 나이가 아직은 늙은 나이는 아닌지 나는 여전히 교향곡이나 관현악곡이 제일 좋고  그 다음이 미사곡등 종교음악이 좋다.오페라나 가곡, 현악 또는 피아노3,4,5중주,그밖의 독주곡은 특별한 장르적 선호보다는 곡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는 것같다.
특히 이런 선호도는 같은날 몇가지 장르의 좋은 공연이 동시에 있을땐 (연주자의 수준이 비슷하다고할때) 교향악단 또는 교향악단과 합창단이 어우러지는 공연이 일순위가 되는 것이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들자면 우선 집에서는 도저히 실황연주의 그 스케일을 재현하기가 어렵다는게 그 첫째이유다.다른 장르는 어지간히 오디오로 표현이 되며 특히 성악이나 실내악의 경우는 자칫 자리를 잘못 앉으면 성악가나 연주자도 잘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오디오만 못한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그럼 오페라는 어떤가? 이른바 종합 예술이라고 할수있는 오페라는 음반으로 듣기에는 참 재미를 붙이기 어렵다.우선 대본을 보면서 영어도 아닌 세칭 제2,제3 외국어 대본을 따라 듣는다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또한 대본이라는게 해석해 보면 그야말로 내용이 단순하기 그지없고 깊은 사색을 요하는 작품이 별로 없다.더군다나 요즘과 같이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시간을 내어  대본보랴 음악들으랴  자그마치 2-3시간을 쏟아부어 전곡을 감상하기는 참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한번 빠지게되면, 주옥같은 아리아와 중창,합창이 오케스트라반주와 더불어 끊임없이 흘러나와 귀를 즐겁게 해주고 더구나 공연실황을 직접 보던지 DVD등으로 감상할때엔 화려한 무대장치와 의상,그리고 가수들의 연기가 눈을 즐겁게하니 도저히 멀리하기 어려운 음악쟝르이기도 한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가 나의 우선순위에서 교향곡이나 종교곡보다 뒤쳐지는 것은 우선 깊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 없고 그다음 직접 공연을 볼 경우 반드시 비싼 자리에 앉아야 감동이 크다는 사실이다.다른 음악 쟝르는 주로 듣기만 하면 되니까 자리가 좀 멀어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오페라는 무대에서 멀어질수록 가수들의 표정연기나 디테일한 몸짓도 보기 어렵고,성악가들의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한마디로 좋은 오디오로 디비디를 감상하는 것 보다 못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음반으로 들을 경우 보지 않고 전곡을 감상하기에는 몇몇 작품은 참 지루하고 길다.제일 좋은 것은 요즘 잘 나와있는 DVD나 Blu-ray로 좋은 오디오를 통해 큰 스크린을 설치해 놓고 듣는 것인데 이건 정말 직접 보는것과 비교하여 현장감만 빼면 별 차이가 없고 오히려 직접 현장에서 감상하는것 보다 가수의 표정도 더 잘 볼수 있어서 더 편한것 같다.
오페라를 접근하시기 어려운 분들은 반드시 돈을 좀 투자하셔서 영상매체와 오디오조합으로 들어보시길 권한다.

서론이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위와같은 이유들로 LD시절부터 난 오페라를 잘 보러가지 않는다.특히 요즘처럼 좋은 DVD가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특히 우리나라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어쩔수 없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으나,축구장에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현장감도 좋고 함성도 지를수 있어서 좋긴 한데 마니아가 아니고선 비싼 자리가 아닌 경우는 솔직히 집에서 TV시청하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더 많다.
한마디로 전체를 볼수는 있으나 자세히는 보이지 않으니 얻는것 이상으로 잃는것도 많은 것과 유사한 경우다.(더구나 맨유의 경기를 직접 보는 것도 아니고....혹,그렇다해도  큰TV가 낫다)

이제 정말 MET에 간 이야기를 할까 한다.

미국에 들어가서 그간 못했던 아버지역할을 하느라 별 내키지않은 스키장(눈썰매장),스케이트장을 몇군데 돌고나니 이제 내 주장을 펼 기회가 왔다.
여러 사이트를 전전해 봐도 좋은 오케스트라 공연이 없고 그나마 있는 빈필/바렌보임,블레즈의 뉴욕연주는 1월 중순이어서 일정이 맞지 않았다.
MET사이트에 들어가보니 표가 몇장 남아있길래 가족들 다 데리고 뉴욕이나 다시 놀러가보자고 유혹하니 제 아내가 날씨도 추운데다 거긴 애들도 별로 안 좋아할거라면서 단칼에 거절한다.

그래서 양심상 혼자 가기가 좀 그랬었는데 가장 보고싶었던 <카르멘>과 <장미의 기사>표가 단 한장 남아있는걸 보고 회원가입하고 무조건 예매부터 하고 말았다.환불도 안된다고 쓰여있었지만 일단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리고 내친김에 투란도트까지 볼 생각으로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니 며칠 남지도않은 공연임에도 대조적으로 자리가 많이 있어 1층에서 제일 싼 뒷자리로 예약했다.

나쁜아빠 소리 듣기를 각오하고 마침내 4시간 걸려 뉴욕에 도착하여 그날(4일) 저녁에 있는 <투란도트>를 보기위해 메트오페라하우스가있는 링컨센타로 향했다. 
예전 비인에 갔을때도 현대오페라를 하기에 별로일것 같아 비인슈타츠오퍼에서 보는건 포기했고 파리에선  갈때마다 오페라공연은 일정이 안 맞았으며 짤츠부르크도 몇번 갔었지만 오페라는 볼 기회가 없었으니 사실상 해외에서 처음 유명 오페라단의 실황연주를 보는 것이라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은근히 두근거렸다.
더구나 거장 프랑코 제퍼렐리가 무대연출을 맡았으니 기대가 더 컸고 투란도트역에는 요즘 투란도트역으로도 주가를 올리고있는 '마리아 굴레기나'가 등장한다고하여 역시 기대되었다.

지휘자는 처음 들어본 Adris Nelsons라는 라트비아 태생의 지휘자인데 얀손스를 연상케하는 비팅은 좋았으나 들려주는 사운드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막이 열리자 눈앞에 나타나는 황궁의 무대는 일단 압도적인 스케일과 디테일한 무대장치가 나를 놀라게했는데 막이 바뀔때마다 보여지는 무대연출솜씨가 과연 거장임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류역을 맡은 라트비아 리가 출신의 코발레프스카(M.Kovalevska)라는 소프라노는 나 역시 처음 들어본 가수인데 성량이 크지는 않지만 대단히 매력적이며 맑고 고운 보이스를 가지고 있고 연기나 미모도 뛰어나 이번 류역을 감동적이고 훌륭히 소화해 내었다고 생각한다.옆에 앉은 일본인 아주머니는 3막에서 류가 자결하는 장면에서 한동안 흐느꼈고,나중에 커튼콜에서도  굉장한 환호를 받는것으로 봐도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소프라노 같았다.
투란도트역의 마리아 굴레기나는 음반에서의 닐슨같은 성향과 카리즈마는 느낄수 없지만 현존하는 소프라노중에는 나름대로 성향도 풍부하고 드라마틱한 표현이 가능한 몇 안되는 소프라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한 사람이 칼라프왕자역을 맡은 리치트라였는데 멀리서 보니 체구나 음성은 거의 완전히 도밍고와 흡사해서(키는 더 작지만) 내가 마치 예전에 도밍고가 나온 메트영상물(D.G)을 보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1,2막은 그런대로 넘어가다가 가장 중요한 3막의 '공주는 잠못이루고'에서는 내가 여태껏 보고 들은 수많은 성악가가 부른 'Nessun Dorma'중에 가장 못 불렀다고 생각될 정도로 못 불렀다.
그 영상물에서의 도밍고도 죽 쓰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이정도는 아니었다.'Nessun Dorma'에서의 뵤를링의 둘도없는 최고의 절창이나 파바로티의 시원스러움은 전혀 기대도 안했지만 어떻게 이럴수가...지난 서울 공연에 가서 들었을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물론 내가 앉은 자리가 1층 거의 맨뒤쪽이어서 전반적으로 소리도 안 좋았고 가수들 표정연기도 볼수가 없었슴을 감안해야 하지만 이 아리아에서의 문제는 내 자리탓을 하기에도 너무 모자란다는 점이다.

점수를 굳이 매기자면 무대 연출은 5점만점에 만점/지휘와 오케스트라;2점/투란도트,류; 4점/칼라프는 1.5점,나머지 배역들과 합창단은 3.5점쯤 되는것 같다.

총평을 하자면,3일 연속 본 공연중에 자리도 가장 안 좋았고 몸 컨디션도 썩 좋지못해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공연이라 생각되었다.



<P.S>한꺼번에 다 쓸려고 했는데 현지 시간이 많이 흘러 부득이 내일 시간내어 나머지 공연의 간단한 느낌을 전할까 합니다.




 

작성 '10/01/08 15:34
ma***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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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

실제 무대에서 "Nessun dorma"를 시원하게 잘 부를 수 있는 테너가수를 찾기는 요즘 어렵지 않을까요? 과거의 비욜링, 코렐리, 파바로티는 예외적인 케이스...일단 고음역으로의 상승연결이 시원해야 하는데...DVD를 봐도 카레라스(VSO실황), 도밍고(Met실황)의 노래는 답답합니다.
현실적으로 실제 무대에서 베르디 아이다의 "청아한 아이다"...오페라 시작하자마자 워밍업도 없이 바로 난곡을 소화해야 하니...대부분 테너들이 곡예를 합니다. 물론 과거 베르곤지, 코렐리, 80년대 파바로티는 잘 소화해내지만요. 투란도트의 "네순도르마"는 반대로 퀴즈 장면에서 전력투구하고 나면 지구력이 고갈되기 쉬운 타이밍이죠.

10/01/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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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사실 Nessun Dorma란 아리아가 고음이 하이B까지 올라간다고 들었기 때문에, 더구나 말씀하신대로 비록 2막까지 소화한 상태라 체력이 고갈되기는 할 것입니다.하물며 파바로티조차 노후에 컨디션이 안 좋을땐 콘서트에서 생략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충분한 휴식이 있은 다음 3막이 시작되고 이어 'Nessun Dorma'가 나오므로 충분히 추스릴 시간이 있으니 그 정도로 핑계삼기에는 그날 공연에서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전혀 음을 끌고가지를 못할뿐 아니라 전혀 감정을 싣지도 못했습니다.당연히 투란도트에서 가장 중요한 승리를 외치는 아리아가 패배자같은 아무 기백이 없는 음성으로 들렸으니 참...현존테너중에는 비아존정도가 불러야 실황에서 감동을 느낄까??
어쨌든 제가 기대 안한다면서 은근히 리치트라에게 기대를 했던 모양입니다.^^

10/01/09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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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

오페라 실황 보는 게 프로 스포츠경기 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수(=가수)의 명성은 리그의 시즌 전체 성적이 쌓여서 정해지지만, 제가 경기장 간 날 그 선수가 홈런치거나 골 넣는다는 보장은 없지요. 더러 그날따라 헛발질이나 병살타만 날릴 수도 있고.. 리치트라가 다음 기회에는 님께 더 좋은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10/01/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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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

몇년전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유럽서 활동하고 있는 드라마틱 테너 박지응씨의 노래를 한번 들어 보앗으면 좋겠습니다.유튜브에서 Rudy park이라고 치면 나오는데 작년에 공연한 영상인데 마지막 고음의 폭팔력이 굉장한것 같았습니다.

10/02/0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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