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소감]베를린필 - 현대 최고의 브루크너 연주
http://to.goclassic.co.kr/concert/2594

정말이지 오늘은 하늘이 열린 날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게시판에 글 쓰는 것을 안 좋아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가 없네요. 정말이지 오늘 베를린 필의 연주는 말이 필요 없는 연주였습니다.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혼수상태가 되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어제 말러 연주에 비해서 완성도가 높은 연주였음이 명백합니다.
 
과거 래틀의 브루크너 4번 음반 때문에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9번 연주는 가히 최고의 연주였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장소의 컴플렉스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놀라운 연주였으며, 2005년부터 이어진 래틀의 3차례의 걸친 총 6번의 연주회 중에서도 베를린 필의 베스트 컨디션을 보여주었습니다.

콘서트마스터는 카시모토였지만, 부악장 자리에 어제의 브라운스타인이 있었습니다. 플룻은 파위로, 오보에는 켈리로 바뀐 것으로 보였고, 팀파니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제거스로 바뀌었습니다. 어제는 빠졌던 새라 윌리스가 호른에 투입되었고, 첼로의 부수석자리에 일반 단원이 올라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너무 멀어서 확실하지 않음)  

솔직히 전일 말러 연주에 좀 실망을 한 상황이이서 홀까지 문제가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연주는 더더욱 기대를 하지 않았고(물론 지휘자의 독일계 작곡가 연주력에 대한 편견도 가세^^), 편안한 마음으로 연주를 들었는데, 이미 1부에서 베스트 컨디션에 도달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베를린필하모닉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완벽히 홀 적응을 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의 연주는 분명 음량은 더 크게 들리지만, 예술의 전당 특유의 착색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를 목욕탕 사운드라고 비하하기도 하는데요.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오히려 이런 면에서 좋은 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악단의 연주력이 완벽할 뿐만 아니라, 단원들 모두 완전한 몰입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였습니다. 래틀의 지휘도 악곡의 구조를 선명하게 보여주면서, 수렴과 발산의 타이밍을 시기적절하게 터트리며, 일체의 불분명함이 없는 현대 최고의 브루크너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과연 오늘 잠을 잘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만큼 설레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끝나고 호른 수석 스테판 도르와 사이먼 래틀의 사인을 받으면서 악수를 하였는데, 백만불짜리 손이라고 얘기하네요. 연주가 끝나니 정말 아쉽습니다. 아쉽습니다….
작성 '11/11/17 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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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

브루크너를 직접 쏘이니 그의 고별의 노래가 가슴에 꽂히고 얼굴에 꽃이 핍니다.
대작의 오마주 베를린 필, 파위를 제일 먼저 허그한 래틀 그 다음 오보 켈리 ..

11/11/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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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

좋은 공연을 보고 잠을 설치는 경험..충분히 공감합니다.
저는 세종홀 공연이라 가지 않았지만, 대체적인 피드백은 홀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베를린필의 컨디션은 세종에서 훨씬 좋았나 봅니다. 통상적인 기대나 예상을 조금씩 어긋나는 세상사의 오묘함을 실감합니다.

11/11/1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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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전 이틀 다 갔는데 '아주 놀랍게도' 어제 공연이 그제 공연보다 좋았습니다. 심지어 세종의 음향이 예당보다 브루크너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래틀의 브루크너가 반트나 카라얀, 첼리비다케처럼 영적이거나 장엄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편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매우 훌륭한 연주였지만 그래서 더 아쉬운 면도 있긴 했습니다. 3월 게반트하우스 내한 때 '이런 연주를 요즘도 들을 수 있구나'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고 어제 삼성전자에서 초청권을 엄청 뿌린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저도 표 2장 중 1장을 썩히고 있는 아는 분을 우연하게 만나 '횡재'했지만요.

11/11/1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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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

세종에서 하는 공연은 무조건 안 가고 있는데 헐.... 이럴 수도 있군요..

11/11/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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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세종문화회관도 자리에 따라 편차가 큰 편인가요? 제 자리에선 너무나 밍밍해서 도저히 듣기가 힘들었습니다. 1악장 코다에서 현악기 단원들이 온 힘을 다해 그어대는 모습을 보면서 예당이었다면 머리끝이 쭈뼛 할 정도의 사운드일텐데 하면서 아쉬움만 가졌습니다.

11/11/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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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

과거 경험으로 보면 예술의 전당은 저렴한 좌석을 선택해도 어느 정도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세종문화회관은 홀이 너무 크기 때문에 1층의 가운데 앞쪽같이 소리가 비교적 잘 들리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편차가 매우 큽니다. 뉴욕에서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이 "매우 비민주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무대에서 가까운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의 편차가 큰 것으로 유명합니다.

11/11/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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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저의 경우는 3층이어도, 비교적 가운데 위치하여서 소리가 잘 들렸었습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랐지요) 예술의 전당에도 인접한 반사판 효과 때문에 저음이 잘 안들어오는 자리들이 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지역이 매우 좁기 때문에, 음향의 밸런스가 안맞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전당이 음량 면에서는 훨씬 나은 평가를 받는 것 같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제 연주회에 가기 전에, 제 머리속으로 생각을 했었습니다. 현재 베를린필의 스타일로 세종문화회관을 울리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요. 그런데 그게 아니어서 놀라웠습니다. 참고로, 어제 연주 1부 현대 음악에서는 호른 주자들이 2층에 올라와서 연주를 했었습니다.

11/11/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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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

제가 본 최고의 오케스트라 공연 중 하나인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연주회(파비오 루이지 지휘, 에마누엘 액스 협연)도 세종 대강당에서 있었습니다. 결국 공연장 음향보다도 연주 자체의 완성도가 먼저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11/11/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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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저도 어제 래틀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고 지휘를 해서 보니 2층에서 연주를 하고 있더군요. 저도 3층이었지만 소리는 잘 들려서 만족했습니다.

11/11/1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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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전 어제 공연을 보고, 앞으로 세종에서의 공연은 1층 중간이나 2층과 3층 앞자리 아니면 다시는 예매하지않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좋은 자리는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제 자리(2층B블록 약간 뒤)에선 브루크너의 장대한 오르간적 음향은 전혀 느낄수 없었습니다.이런 음향으로 베를린필 연주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 더이상 공연에 대한 언급은 불필요한듯 합니다.
그저께 말러연주가 비록 해석상 아쉬움이 있다하더라도 소리자체는 훌륭했었는데,세종은 예당에 비한다면 심하게 말해 소리가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중급 오디오의 소리차이가 나는듯 합니다.
대편성에서 실황보다 제 오디오소리가 더 좋다고 느끼기도 정말 오랫만인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뮤직페라인잘'같이 세계최고수준의 홀이 만들어져서 정말 제대로된 브루크너를 듣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1/11/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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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

저도 2층 B블록 상당히 뒤쯤이었는데, 비슷한 경험을 하신 것 같습니다. 막연히 3층보단 2층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3층에 앉아계셨던 많은 분들이 만족해하셨다는 걸 보니 제 생각이 틀렸나봅니다.
세종문화회관의 자리 선택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각별히 신경써야겠네요.

11/11/18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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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홀의 음향이라고 하는 것이 참 오묘한 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게시판의 글을 쓰면서, 모든 사람이 저와 똑같이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와 근처에 앉았던 사람들은 연주가 끝난후, 할 말을 잃고 붕 떠있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원래 저는 세종문화회관의 1층도 음향이 안좋아서 거저 주는 표도 잘 안가곤 했었습니다. 최근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브루크너 7번 예당 공연이 생각이 납니다. 아무리 봐도, 연주의 질을 떠나서 기본적인 중저역의 에너지감이 하나도 안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는데, 다른 자리에 앉은 분들에게는 제 경험이 생소하게 들린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몇일 후에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4열 뒤에 앉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나도 다른 음향 밸런스에..다시 감상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제 경험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3층의 중간부에 있었던 분들은 대체로 음향이 잘 들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작년 이스라엘필하모닉 내한 공연때 비슷한 자리에서 들었던 것 보다 피아니시모도 이상하게 훨씬 잘 들렸습니다. 소리의 전파 속도는 기온에 따라서 변화하는데, 기압 등 제가 잘 모르는 음향 물리학적인 이유가 있을 것도 같습니다. 제 결론은 적어도 소리 자체는 예전보다 훨씬 들을만 했고, 연주는 테크닉을 떠나서 음악에 대한 완전한 몰입을 할 수 있게 해준 명연임에 틀림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11/11/1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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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16일 3층 중간 제일 앞줄이었는데 15일 예당 1층 2번째 줄 보다는 만족했습니다. 악단 소리가 손상없이 3층까지 깨끗하게 전달되던데요. 음량만 보자면 어차피 세종에서는 홀이 커서 래틀이 평소보다 크게 연주하는걸 주문했었어요. 사실 베를린필 정도 되는 오케스트라가 음량으로 홀을 타면 안되죠; 게다가 16일 홀이 굉장히 건조했는데 그런 영향도 있을거 같긴 하네요.

11/11/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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