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 고양시립합창단 카르미나 부라나
http://to.goclassic.co.kr/concert/2969


지난 8월 28일 고양시 아람음악당에서는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가 연주되었다. 고양시립합창단이 주관하고 춘천시립합창단과 고양시립 소년소녀합창단이 가세하였으며 경기필하모닉의 반주와 김홍수의 객원지휘로 오르프의 대작이 성황리에 올려졌다.
 

김홍수 지휘자는 표정 넘치는 몸짓으로 합창단을 이끌었으며, 소프라노 강혜정은 육감적 빨간 옷과 립스틱으로 홍일점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바리톤 염경묵은 오페라적인 모션을 섞어 쓰며 풍자적인 내용을 잘 소화해주었는데 다만 테너 정중순은 고음의 빳사죠를 걸어가기에는 다소 컨디션이 안좋은듯 보였다.


합창단의 경우, 두 개의 시립합창단이 연합하다 보니 양보의 미덕(?)이 발휘돼서 그런지 제대로 치고 나오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고 제 7곡의 탄식하는 여성 음들은 좀 더 두성으로 올렸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생겼다. 합창단 남자단원들 중에는 머리를 짧게 깎아 마치 군인처럼 보이는 이들이 있었는데, 원초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이 합창곡과 잘 맞아떨어지는 외모였던 것 같다.


반주를 맡은 경기필은 그 동안 성시연 지휘자와 함께 다양한 종교 대작을 소화했던 지라 안정감이 있었는데, 다만 6곡이나 9곡의 무곡이 연주될 때는 실제 무희들이 등장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독일 보이에른 지방의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발견된 시가집을 바탕으로 작곡된 세속적인 합창곡인데, 수도원과 세속이라는 결합에서 무언가 타부적 요소를 발견할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창세기에도 나오듯 "번성하고 많아지는 것"은 신의 섭리이며, 중세기 당시에 이런 문헌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지식의 집합소로서의 파계승이나 음유시인까지도 포용하는 수도원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전통은 추후 진화론과 연관되는 수도사 멘델과도 이어지는데, 프로이트가 주장하는 성욕구가 인간의 동인(動因)이라는 점과 나아가서 도킨스가 주장하는 유전자가 자신의 보존을 위해 인간을 이기적으로 이용한다는 점도 많아지고 번성한다는 덕목에 대해서는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해서 이 시가집에 있는 사랑 이야기는, 하이든의 천지창조 제3부에 등장하는 아담과 이브 노래의 원초적 버전으로 간주할 수도 있을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정숙과 원초성"간의 흔들림을 노래하는 소프라노의 제21곡은 전체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생각되는데 조금 더 깊은 다이나믹을 가진 프레이징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무튼, 카르미나 부라나를 수미상관하는 주제는 운명이다. 그 동안 이 곡을 연주하는 합창단들은 모두 Schott사의 악보를 사용했던 것 같은데 그 표지에는 운명의 수레바퀴가 그려져 있다. 우리의 운명은 때로는 고조되고 때로는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양지가 음지 되고 또 음지가 양지되는 우리네 인생사에서 운명을 적극 개입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결국 운명의 여신은 관조와 순응을 하는 이에게 아름다움을 내어 보인다는 점을 이 합창은 이야기하고 있다.


[금하]
 

작성 '15/08/31 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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