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젤과 서울시향 그리고 장한나
http://to.goclassic.co.kr/concert/813
저 역시 감상문이 올라오길 오래 기다렸습니다. ^^;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환상 서곡으로 시작한 그날의 연주회는
현의 치밀한 음색과 긴장감있는 일사불란한 보잉으로 달라진 시향을 여실히 느끼게 해 주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예상했던 연주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향악축제에 시향이 빠져있는 걸 보고 내심 흐믓해하며 이번연주를 위해 좀더 맹연습으로 집중해 주길 바랬었습니다. 아주 가끔씩 서울시향이 깜짝 놀라게 해 주었던 몇번의 연주들를 기억하며 기대를 했었고 결론적으로 그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아주 흡족한,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앞으로의 연주도 늘 이번 연주같길 바라는 마음...
아마 이번연주는 여러요소가 반영된 산물일 겁니다.
마젤보다 1주일 먼저 입국해 시향 연습을 지휘했던 부지휘자 분디트 운그랑세, 그리고 며칠간의 마젤의 집중적이고 효과적인 조련, 다른때보다 많았던 연습량, 그리고 연주때 단원들에게서 읽혀지는 의욕과 사기였습니다.

엊그제 신문을 보니 세종문화회관의 경영비전 발표중에서 서울시향 수준 제고 방안에 관한 내용이 있더군요.
노후악기 전면 교체[1급악기들과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받쳐주는 5현 콘트라바스(희소식입니다^^)- 팀파니, 알토 플룻, 베이스 클라리넷, 바그너 튜바 등을 구비할 계획이 있더군요.] 새로운 연주자 채용, 세계적인 지휘자 및 음악감독 영입(적극찬성입니다. 마젤이 뉴욕필을 마다하고 시향을 맡을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겠죠...--;), 단원들의 임금향상 등의 처우개선, 또한 주목할 만한 것은 2005년까지 강북지역에 1500석 규모의 서울시향 전용 공연장을 신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더군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직적지원과 애호가들의 관심도 한몫을 해야하겠지요.

연주에 대한 스케치는... 짧게...

장한나의 연주, 정말 대단했습니다.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받을 우리의 연주자! 오래 음미하게 하는 기억에 남는 연주입니다.
철학적이고 지적인 연주, 그러면서도 메마르지 않은 풍부한 감성, 안정감있는 표현력, 과함없이 자제할 줄 아는 능력...
첫 오케스트라 인트로부분에서 호른 솔로가 나오기 직전의 현의 피치카토 선율에서 상당히 빠른 템포를 취하더군요. 빠른 편인 요요마 연주보다도 빠른 느낌... 좀 놀랐습니다.^^;
어릴적 장한나의 연주와는 또 다른 성숙한 연주, 90도로 깊숙히 인사하는 모습, 단아하고 정숙함... 철학적이고 절제하는 단정한 면에서 마젤과 잘 어울리는 커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엊그제 화려했던 장영주와 메타와 비교되는... 궁금한 건 장한나 본인의 연주에 대한 만족도였습니다. 본인이 가장 잘 아는 실수가 있어서 그런건지, 오케스트라에 대한 만족도 때문인지 아주 밝게 흡족한 표정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차분한 모습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요요마의 차이콥스키 탄생 150주년 기념연주실황(레닌그라드필/유리 테미르카노프: RCA,1990)을 로코코변주곡 연주중의 베스트로 꼽을 만큼 좋아합니다. 특히나 LD에서 볼 수있는 그의 6변주 안단테는 압권인데, 땀과 눈물에 젖어 연주하는 열정적이고도 사색적인 요요마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볼때마다 감동으로 눈물흘리게 만드는 가슴에 남는 연주입니다. 그 다음으로 장영주 데뷔음반을 아꼈었습니다. 로스트로포비치, 이셜리스, 슈타커, 샤프란의 연주도 나름대로 좋아하지만 두사람의 연주만큼 마음을 흔들지는 못하더군요.
암튼 또 한번의 로코코변주곡이었지만 변주처럼 이번에도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곡이었습니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d단조 작품47번은 시향으로서의 최선의 연주였다는 느낌이었으며 부분부분 재미있는 해석과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다소 느린템포로 연주를 시작하더군요. 1악장 플룻솔로 연주를 참 잘했고, 2악장 알레그레토... 피날레 마젤의 멋진 찌르기 지휘^^ 음반에선 볼 수 없는 역동적이면서도 절도있는 음악성 넘치는 그의 지휘였습니다. 3악장 라르고에서의 현의 고음 피아니시모... 목관과의 멋진 앙상블... 베이스 선율의 호소력... 대단했던 4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아주 좋았는데 트럼펫의 마우스피스인지 뮤트인지가 바닥에 떨어지는 실수가 있었고 그소리가 타악기 솔로처럼 꽤 소리가 커서 좀 당황했습니다.^^;

세곡이나 되는 앵콜곡은 얼마나 마젤이 시향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기였습니다.
빈 신년음악회를 아홉번이나 한다는 건 최고의 지휘자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인데 비결이 어디에 있을까요...
암튼 그의 왈츠지휘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리이동이 가능하다면 한곡정도는 합창석에서 마젤의 지휘를 보고 싶었습니다. 악보를 사진 찍듯이 외우는 '포토그래픽메모리'라더니 정말 폴앞엔 보면대없이 모든곡을 암보로 지휘하더군요. 오버하지 않고 핵심을 꼭꼭 짚어주는 마에스트로였습니다. 텍스트 중심적이면서도 때론 자의적인 해석의 개성있는 연주가 마젤의 실연에서의 묘한 매력같습니다.

특히나 앵콜곡에서 템포와 셈여림의 자의적해석이 많아 색다른 곡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첫곡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 많은 지휘자들이 이곡을 앵콜곡으로 애용할 만큼 친숙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셈 여림과 템포 루바토를 통해 다른 느낌과 재미를 줬습니다. 오자와의 코믹한 왈츠지휘는 아니었지만 왈츠의 느낌을 아주 잘 살리는 지휘였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천둥과 번개' 폴카에선 좀 더 흥미롭게
마지막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모음곡 2번 파랑돌까지 관객을 위한 축제적 분위기를 만들어줬습니다.
기립박수가 나오고... 히딩크와 비유되던 그는 월드컵의 열광과 가슴벅찬 감동을 되살아나게 만들어줬습니다. '라이브의 황제'라는 별명 달리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젤이 작곡해 장한나에게 선물했다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부제가 붙은 짧은 첼로 협주곡을 앵콜로 해 주었으면, 그리고 마젤이 바이올린 연주를 하며 지휘했던 그 신년음악회를 분위기를 한번 보여준다면...^^;
하고 바란다면 이건 분명, 과한 욕심 맞겠죠?...^^;



작성 '03/04/20 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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