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빈 바이올린 독주회-브람스 바소 전곡
http://to.goclassic.co.kr/concert/916
아래 박철민님의 옆좌석에서 공연을 보았던 사람입니다.^^
제 동호회 게시판에 올린 글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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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장으로 가면서 오늘은 또 어떤 감상을 하고 나올까 자못 기대가 되었다. 적절한 규모의 객석, 촉촉한 울림을 가진 홀의 내부 구조, 살포시 잠들어도 될만큼 넓고 편안한 좌석. 호암아트홀은 내게 언제나 기분 좋고 마음이 넉넉해 지는 곳인 것 같다. 게다가 오늘 연주자는 96년 파가니니 국제 콩쿨에서 1위 한 젊은 신예란다. 그것도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들고.

연주회를 가기 전에 동일 곡목을 미리 듣고 가는 것은 곡에 익숙해지는 장점 만큼이나 특정 스타일의 연주-그것도 기계적으로 완벽히 다듬어진 테크놀러지의 산물인 음반을 통해-로 인해 확실한 선입견을 만들어 놓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짐머만 내한 공연 때 그 폐해를 톡톡히 경험한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즐겨 듣는 뒤메이의 음반을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리려고 약간 노력했다.

연주는 3번 부터 시작되었다. 약간 의외였지만, 이내 차분히 곡에 몰입하게 되었다. 약간 조심스런 탓인지 첫 악장은 다소 경직된 듯한 인상이었지만 악장이 넘어갈수록 활놀림에 자신감이 붙는 모습이었다. 소박한 2,3악장이 좋았고 4악장은 좀 더 호쾌하게 몰아붙였어도 좋았을 것이다. 전반적으로는 악기와 연주자가 완전히 밀착되지는 못한, 약간 설익은 느낌이었다.

인터미션 없이 2번 소나타를 연주했다. 귀에 익은 사랑스런 피아노의 도입 주제, 이것을 이어 받는 나긋나긋한 현의 울림. 앞서 3번 소나타 연주를 끝내고 한 번 큰 호흡을 가다듬었던 연주자는 보다 원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음과 음 사이는 매끄럽게 이어졌고 일정 구획 안에서의 자연스런 호흡은 충분히 공감을 살 만 했다. 연주자가 이제 자기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1번 역시 훌륭했다. 1악장 제시부의 2주제가 피아노와 유니즌으로 반복되는 부분의 프레이징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럽나 싶었다. 이에 비하면 2악장은 약간 주춤했다. 느린 부분의 섬세하고 끈기 있는 비브라토가 아쉬운 것은 전반부 프로그램에서 이미 감지되었던 바다. 이런 부분에서 관객들과 좀 더 깊은 교감이 이뤄졌더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3악장을 맛있게 듣고, 덤으로 R.슈트라우스의 소나타 2악장을 얻었다. 감미로웠다.

이제 막 떠오르는 젊은 연주자에게 삶의 성찰과 사색을 요구하는 브람스 실내악의 그 '깊이'까지 요구하는 것은 부당할 것 같다. 오히려 현란한 기교로 더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기꺼이 헌납한 연주자의 노력과 진지한 몰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건, 현악 파트보다 더 연주하기 어렵다는 피아노 파트에 대한 것이다. 공연 부클릿을 보니 제레미 덴크(Jeremy Denk)라는 이름이다. 오늘 공연을 성공으로 만든 숨은 공신이 아닐까 싶다. 독주자와 거의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최고의 연주를 들려 주었다. 찬사를 보낸다.
작성 '03/06/2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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