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atas for piano & violin
http://to.goclassic.co.kr/concert/976
월요일 아침.
공익말년의 무료함을 커피 한잔과 음악회에 대한 회상으로 달래고 있습니다.
3일에 걸친 캐서린조/미아정의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전곡연주회.
전 목요일 공연과 일요일 공연을 관람했고 정말 대만족이었습니다.

2틀간 관람한 7곡에 대한 하나하나의 감상을 쓰기에는
저의 기억력이 턱없이 모자라기때문에 전체적인 느낌과
가장 감동적이었던 두 작품(3번,8번)의 감상만 쓰겠습니다.



1. 학구적인 연주

제게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전곡연주라는 타이틀로부터 느껴지는 것은
이벤트적이라기보다는 학구적인 느낌이었습니다.
한 작곡가의 작품을 빠짐없이 연구하는 학자특유의 집요함과 순수한 열정...
그런 것을 증명하듯 그들의 연주는 아주 학구적이었습니다.
우선 프로그램의 구성에서부터 그런 것이 느껴졌습니다.
3일간에 걸쳐 10곡을 나누는데 산술적으로 나눈 것이 아니라
곡의 성격에 맞추어 잘 배치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공연은 대조를 이루는 4번과 5번을 1부에 배치하고
초기 3곡의 마지막 곡인 3번과 마지막 10번을 2부에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반복'의 문제였습니다.
많은 음반들에서조차 1악장 제시부의 반복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모두 생략하지는 않고 몇곡은하고 몇곡은 안하고...)
그런데 캐서린조/미아정은 모든 반복을 지키며 연주를 했습니다.
음반산업이 발전한 요즘, 반복의 무의미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번같이 매니아적인 공연에서 반복은 꼭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공연에 온 분들 중에서 5번과 9번을 뺀 작품 중 한 악장을 들려주고
그것이 몇번 몇악장인지 알 수 있는 분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
(솔직히 저도 전집이 두종류 있지만 자신하기는 어렵습니다. -.-;)
하물며 그런 작품에 반복도 안했다면... ^^
물론 그런 것이 연주자들에게 힘들고 페이지터너들에게도 힘든 것이었지만
작품과 청중들을 위한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목요일 공연에서 페이지터너가 좀 고생했죠 ^^;)


2. Sonata for piano & violin

보통 우리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식제목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죠.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하면 무게중심이 바이올린에 쏠리게됩니다.
그리고 보통 '바이올린독주회'하면 정말 독주인 경우는 거의 없고
반주자가 나오고,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합니다.
그런 경우 피아노파트는 말그대로 반주 역할을 하죠.
하지만 이번 연주회는 제목부터 캐서린조/미아정이라고
두 파트의 비중을 같이 실었습니다. 이렇게 힘든 공연에
뛰어난 두 연주자를 섭외하는 것도 힘들었을텐데말입니다.
특히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동일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sonata for piano and violin'이라는 것이 시작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는데 이런 시도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지명도 면에서 좀 앞선 미아정의 연주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전곡에 걸쳐 아주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악보를 뚫어져라 처다보면서 악구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는 그녀의 표정은
반주자가 아니라 당당한 한 연주자임을 여지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캐서린조의 연주는 가끔 실수가 있었습니다.
특히 더블스톱으로 강한페시지를 연주할 때 군데군데 미스가 있었습니다.
또 저음현(1,2번)으로 음을 지속시키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해상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면에서는 너무 감동적인 연주였습니다.
그런 실수에도 전혀 쫄지않고 언제나 자신감에 넘친 보잉은
신체적결함에도 당당하게 살았던 베토벤의 모습을 연상시켰습니다.
개인적으로 날카롭고 가는 바이올린의 음색보다는
좀 중후하고 깊이있고 부드러운 바이올린의 음색을 선호하는데
캐서린 조의 연주는 그런 저의 기호에 딱 맞더군요. ^^
특히 목요일 공연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9번 크로이쳐 3악장에서는
땀에 묻은 머리카락이 얼굴로 내려온 상태에서
정열적으로 연주한 후 작품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보잉은 여검(劍)객같았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들의 앙상블이었습니다.
개성 강하고 뛰어난 두 연주자 둘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음악에 존재하는 초자연적(?)인 무엇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둘은 거의 서로를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음악에 몰입하여 자기연주에 충실했죠.
하지만 급격한 템포의 변화와 미세한 루바토까지 완벽하다고할 정도로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크로이쳐를 비롯한 열정적인 작품이 많았던 목요일의 공연에서는
몸짓까지 완벽하게 일치하더군요. 거울보고 연습한 것처럼... ^^;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저이지만 음악의 신인 Muse가 내려와
그들을 하나로 묶어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할만큼...



[목요일 공연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8번, Op.30-3]

목요일 공연은 9번 크로이쳐가 있었기에 온 신경이 그쪽에 집중되어있었습니다.
(이건 저뿐만이 아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
하지만 1부 마지막 작품이었던 8번 연주는
크로이처에 대한 기대를 잊게할만큼 대단한 연주였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1악장의 1주제.
바이올린 모두 놀라운 기교와 생생한 표정으로 아주 멋지게 해석했습니다.
특히 피아노가 2주제를 제시할 때의 바이올린의 찰현감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군요. -.-;;

3부형식으로 된 미뉴엣악장인 2악장을 들을 때 전 숨이 넘어가는지 알았습니다.
우울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지난 날의 삶을 회상하는 듯한 느낌...
반목하기만하던 내안의 상반된 두 자아가 서로 대화하며 일치되는 경험을
그들이 연주하는 8번 2악장을 통해 경험할 줄은 몰랐습니다.

3악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론도주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주제는 새끼 고양이들의 장난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의 연주에서 살아있는 표정과 표현력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일요일 공연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3번, Op.12-3]

베토벤의 3번은 어느 작품이나 당당하고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교향곡, 피아노협주곡, 첼로소나타 등등.
그리고 모두 그 장르에서 중기베토벤의 첫 작품이라 평가받죠.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은 년도 상으로는 분명 초기작품에 속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중기작품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없는 작품임을
어제의 공연으로 알게되었습니다. (그전에는 몰랐다는 거죠. --;)

듣기만해도 어려워보이는 1악장 1주제 후반부와 2주제의 매력적인 트릴.
발전부의 놀라운 표현력과 놀라운 코다. 완벽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겠죠?
물론 바이올린의 미스가 곳곳에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놀라운 표현력과 해석때문에 그런 것은 문제가 안되었습니다.

2악장...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고였습니다.
1부의 주제를 피아노가 노래할 때 호수에 낙엽이 떨어져 작은 파문이 일듯
미아정의 손가락이 조용히 떨어진 건반에서 시작된 파문은
제 마음까지 전달되어 제 마음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ㅠ.ㅠ
월광1악장을 연상시키는 피아노의 반주위에서 2부 주제를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바이올린이 노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직접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2악장이 끝나고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습니다.
악장간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니지만 외국에서도 가끔 아주 감동적인 악장이 끝나면 박수를 친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그런 요구를 참는 것은 거의 고문수준이었죠. --;

3악장은 8번과 마찬가지로 론도주제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점과 강약의 대비 확실한 론도주제가 너무 멋지게 표현되더군요.
베토벤이 보았으면 '바로 그거야!' 하고 박수를 쳤을 것 같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지만 연주자들의 손놀림과 몸짓으로
그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베토벤이라면...







작성 '03/09/29 11:56
li***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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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

3,8번. 멋진 곡들이죠. 저는 '봄'보다는 3번을 훨씬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8번의 2악장 주제가 피아노 소나타 31번의 주제와 같다는데 한번도 의식을 못했죠. 속도만 다르지 같은 주제이긴 하더군요.

03/10/0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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