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의 프로코피에프 협주곡 연주회 2
http://to.goclassic.co.kr/concert/1026
백건우의 프로코피에프 협주곡 전곡 연주회
2003년 10월 25일 토요일 LG아트센터
피아노: 백건우
관현악: 서울 시립 교향악단
지 휘: Luca Pfaff
곡 목: 피아노 협주곡 2, 5 번,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2번



첫 곡은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2번'이었다. 지난 연주회에서 감미로운 1번을 들려주었기 때문에 기대를 어느 정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쉬움이 많이 연주였다. 아무래도 금관이 불안한 면을 너무 많이 보여주었다. 현과는 달리 항상 솔로나 듀엣 정도로 두드러지는 연주를 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쉽게 띄기때문에 불리한 면이 많겠지만, 어쩌겠는가? 어떤 악기의 경우는 피치 자체가 낮아 애매한 음정을 들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혹시 '순수한 3도'를 의도한 것일까?



다소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는 않은 상태에서 백건우를 맞았다. 협주곡 5번.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난해한 작품이다. 다른 협주곡에 비교해서 너무나도 다른 특색이 많다는 것을 첫 악장을 통해서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여기 저기서 악기를 번갈아가며 짧은 패시지를 교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작곡 기법은 소의 '음색 전조'라는 기법이다. 하나의 모티브를 여러개로 쪼갠 후, 쪼갠 부분들을 각각의 악기에게 배당한다. 그리고 악기의 특색에 맞추어 옥타브 조정을 하는 것이다. 플룻과 더블베이스가 이 기법으로 연주한다고 생각해보라. 이것의 극단적인 형태로서 한 음이나 두 음씩 다른 악기에게 배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소위 '점묘법'이라고 한다. 미술에서 시작한 이 기법은, 한 점 한 점을 찍어 전체 그림을 완성하듯이 음악도 한 음 한 음을 서로 다른 악기로 찍어서 전체를 표현하겠다는 아이디어이다. 이 기법의 절정은 Anton Webern의 음악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음악을 듣는 것이 고통스럽다면 그가 편곡한 J.S.Bach의 'Musikalischs Opfer'의 마지막 곡인 'Ricercare a 6'을 들어보면 그 다채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음색 전조'는 후에 '전음렬주의'로 발전하게 된다. 프로코피에프는 당시 새롭게 개발된 이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스카타이 모음곡' 이후에 가장 독특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형식이 뚜렷하여 오히려 고전적인 면모가 짙은데, '고전 교향곡' 이후의 프로코피에프의 고전적 경향을 잃고있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고전과 현대를 조화롭게 결합한 작품인 것이다. 백건우는 이 작품의 형식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잘 구분하여 들려주었다. 그래서 마치 변주곡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관현악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음색 전조 기법을 잘 연주하였다. 특히 이 작품에서 지휘자가 악기를 일일이 지적하며 지휘하는 모습은 또다른 볼거리였다.



마지막 곡인 협주곡 2번. 그의 협주곡 중 가장 피아니스트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이 이 2번이다. 5번도 관현악보다는 피아노 위주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2번은 모차르트나 쇼팽과 같이 관현악이 피아노 솔로의 반주라는 개념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다. 또한 2번은 가장 심각하며 가장 길고 가장 주제 의식이 강한 작품이다. 한마디로, 가장 부담이 되는 작품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백건우도 그랬던 것일까? 프로그램에는 피아니스트의 체력을 시험하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약간의 오타가 들리기도 했다. 지난 연주회에 비교하면 이 작품들은 러시아적인 웅대한 풍모를 드러내려는 의도가 보였다. 관현악도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기보다는 직선적으로 뿜었으며, 피아노도 강렬한 터치를 많이 들려주었다. 곡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백건우는 다른 협주곡 연주와는 다른 스타일을 들려주었다. 10년 전에 녹음했던 연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백건우는 그만큼 이 협주곡 2번에 대한 해석은 변화시킬 수 없었던 것일까?



마지막으로, LG 아트센터의 기획력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쇼팽의 음반을 발매한 상황에서 쇼팽이 아닌, 10년 전에 녹음한 프로코피에프를, 관현악도 훨씬 부담되는 프로코피에프를, 그리고 한국에서는 기피 대상인 '현대적'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기획을 시작할 때에는 다소 논란이 있었을 것이다. 백건우도 백건우지만, 신보 음반 판매, 관현악 섭외, 청중의 동원 등을 생각하면 일종의 도박이었을 가능성이 많다. 쇼팽을 했다면 이러한 것은 전혀 문제가 안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청중의 면에서 보면, 오히려 수준 있는 청중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하여 한 층 격조 높은 연주회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였던, 그리고 유명한 사람이 올 때마나 더욱 심한 악장간 박수나 천식성 기침도 훨씬 적었다. 2004년 공연 계획을 보면서 앞으로도 어떤 연주자의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작성 '03/10/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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